토론

기후위기 대응! 시민참여 토론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자!

202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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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과학기술운동단체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는 과학적 사고와 합리성이 한국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및 문화 활동을 전개하고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한국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일에 동참합니다.

2월 6일 부터 3월 5일 까지 총 5주간 5번의 강좌와 정책제안 토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와 참여연대 아카데미가 함께 기획하고 진행한 이 프로그램에는 기존의 시민대상 강좌와는 다른 점이 있다. 강좌 후의 토의가 전문가 강의 만큼 비중을 갖는다는 것과 시민들의 집단지성과 과학자의 전문지식이 만나 정책을 만들어낸 시민과학활동이라는 것이다. (프로그램 보기)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

1. 시민 + 과학=시민과학

미국 기상청(NWS)과 국립환경정보센터(NCEI)에서 운영하는 시민 과학자 중심의 기상 관측 프로젝트는 1890년에 시작하여 현재 8,7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하여 일일 기상 데이터를 관측, 기상청에 제공하고 있다. 일종의 모니터링 업무를 시민들이 담당하며 시민 과학자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 과학은 이런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시민들이 자료를 수집할 뿐 아니라 수집된 자료를 분석하고 결과를 전달하기도 한다. 또, 과학자들과 시민이 함께 연구를 디자인하기도 한다. 국내에서 ‘일상생활 실험실’ 등으로 불리는 리빙랩이 실시된 바 있다. 북촌 IoT리빙랩, 성대골 에너지 전환전략 리빙랩, 대전에서 실시된 리빙랩 ’건너유’등은 시민이 문제 제기부터 해결책까지 전 연구 과정을 함께 진행하는 형태이다. 시민 과학의 개념과 방법은 다양하게 변화하며 발전하고 있다.

과학연구자들이 중심이 된 ESC와 참여연대가 협업을 한 본 강좌도 넓은 의미의 시민 과학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비록 강좌로 출발한 한계는 있으나, 강의를 통한 과학자들의 전문적인 지식이 시민들의 현장성과 결합하는 과정이 있었다. 강의 후 모둠별로 진행된 구조화된 토의를 통해 해결 방안, 실천적 대안을 정책으로 수립하였다. 기존의 강좌가 ‘지식, 정보’가 중심이었다면 본 강좌는 ‘소통, 협업’이 강조되었다.

시민과 과학이 만났다고 시민 과학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시민+과학’의 단순 합이 아니라 모종의 화학반응이 일어나야 적극적 의미의 시민 과학이 될 수 있다. 특히, 기후 위기는 지리적 지역적 특성, 정책에 대한 수용 주체의 사회 경제적 상황 등에 따라 피해 혹은 정책의 효능에 대한 체감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기후 위기 정책 마련 과정에 시민들의 참여는 중요하며, 이러한 참여가 정책의 실효성과 수용성을 높이는 길인 것이다. 시민 과학을 통한 기후 위기 정책 마련, 바로 이 강좌가 갖는 중요한 의미이기도 하다.

2. 나도 모르던 나의 생각이 생성되도록, 구조화된 토의 3가지

첫 번째, 도넛 경제 액션 랩 4개의 렌즈

주거, 교통, 에너지, 산업 영역으로 진행된 강의에는 일반 시민들이 알기 어려웠던 전문적인 내용들이 많았다. 현재 실행되고 있는 정책의 배경, 국내 상황과 여러 가능한 대안들이 소개되었다. 강의를 들은 후 시민들은 모둠별로 주요하다고 판단되는 소 영역을 선택하고, 정책 초안을 만들었다. 이 정책 초안들은 다시 토의 도구를 통해 정리 보완하는 작업을 거쳤다.

이 과정에는 도넛 경제 액션 랩(Donut Economics Action Lab: DEAL)의 도시 초상화 캔버스 도구를 변형하여 활용하였다. 도넛 경제 액션 랩은 케이트 레이워스의 도넛 경제학을 모델로 새롭게 도시를 디자인하는 시민 연구 활동을 시행하고 있다. 둥근 도넛 모형을 펼치면 바닥과 천장이 생긴다. 천정에는 기후변화, 해양 산성화, 담수 고갈 등의 9가지 지표가 있다. 이 지표는 스톡홀름 회복력 센터의 행성의 한계 개념을 가지고 온 것이다. 펼친 도넛의 바닥에는 식량, 물, 건강, 교육 등의 지표가 있다. 이것은 유엔의 지속 가능발전 목표들이다. 기후 위기 시대에 걸맞은 라이프 스타일과 정책들은 최고점인 천정을 넘지 말아야 하고 누구도 바닥의 최저점 아래로 떨어져서는 안 된다.

도시 초상화 캔버스는 마을, 도시나 기타 커뮤니티에서 구성원들과 함께 도넛 모형에 적합한 대안과 해법을 찾아가는 일종의 렌즈 겸 필터이다. 캔버스는 4개의 분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 지역과 전 지구적 차원에서 사회적 기준과 생태적 기준을 렌즈로 활용하여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살펴보는 과정을 거친다.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도 있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도 발견된다. 긍정적인 것은 지속해서 영향을 발휘하도록 하고 부정적인 것은 초안으로 제안된 정책을 변형하여 그 영향을 없애거나 최소화한다. 또 이렇게 수정된 정책이 각 영역을 넘어가며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살펴본다.

<도넛경제액션랩(DEAL)의 도시초상화캔버스 4개 렌즈(변형사용)>
두 번째, 잘 듣는 귀삽니다. 갈라진 세상을 이어 붙여야 하거든요. - 갈라진 세상을 이어 붙이는 공존과 상생의 토의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많다. 세상이 두개로 나누어진 것 아니냐고, 영원히 분열되어 결국 파국으로 향해가는 것 아니냐고. 이런 분열이 도처에서 목도되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서로 다른 입장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갈라진 세상으로는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으니 이어 붙여야 한다. 합의를 해나가는 것은 훈련이 필요한 일이다. 이 훈련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경청이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배출 완화와 적응을 위한 해결책에도 서로의 다른 입장들이 충돌을 한다. 합의문을 만들어 보았다. 우선 ‘왜 나는 반대하는가?’ 혹은 ‘왜 나는 찬성하는가?’의 입장을 정리한다. 그리고 그 의견을 상대편의 그룹에 전달한다. 이제 반대편의 이유를 전달받은 측은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되 반대의 이유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물론 상대편도 같은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만들어진 양쪽의 결정 사항을 비교해 보면 신기하게도 닮은 구석이 많다.

예를 들어 전력산업(송전, 배전, 판매, 발전)의 민영화 찬반 토의에서는 양쪽 모두 시민의회 혹은 지역에 바탕을 둔 강력한 거버넌스의 구성을 통해 전력산업을 관리해야 한다는 유사한 정책이 마련되었다. 기업의 탄소 배출량을 시급히 저감하기 위해 탄소세 vs 배출권거래제 정상화 논의에서는 양 쪽 모두 배출총량을 규제해야 하고, 탄소 배출권을 추가 구매 시 누진적 탄소세 추가 과금한다거나, 배출량 초과 시 누진 탄소세 적용하고 민간 부문에도 생활 탄소 배출권 혹은 최종 소비재의 탄소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비슷하게 나왔다.

어쩌면 갈라진 세상은 서로의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합의문을 만들기 위해 상대편의 반대 의견을 어떻게 자신들의 입장에 반영할지에 대해 토의>
세 번째, 기후 위기 대응 윤리 선언

현재의 기후 위기는 윤리적인 문제이다. 일반적인 경제행위의 실행 여부를 결정할 때 비용편익분석을 한다. 그런데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해결책에는 비용편익 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 이익을 얻는 측과 피해를 보는 측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후 위기 대응에 관한 여러 의사결정 과정은 윤리적인 기준을 판단의 근거로 사용해야 한다. 또, 기후 위기를 잘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가치와 규범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 성장이 중심 가치였던 결과 촉발된 위기이기 때문에 기존과는 다른 가치와 규범을 세워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위기지만 많은 사람들이 평화롭고 안전하게 이 위기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새로운 규범과 가치를 세워야 한다.

앞의 토의 과정에서 정책을 만들고, 4개의 렌즈를 가지고 각 정책을 수정 보완하며 우리는 암묵적으로 합의된 어떤 가치를 기준으로 하였다. 그 가치를 찾아 정리하고, 세상에 널리 퍼뜨리기 위해 선언문으로 작성하였다.

<기후위기 대응 윤리 선언문 작성 사례>

3. 그럼에도 토의는 너무 부담스러운것 아닌가요? 일반 시민 강좌에서

맞는 말이다. 부담스럽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강좌의 회차가 진행되면서 늦어서 강좌에는 참석하지 못해도 토의에는 참석하겠다는 분들이 생겼다.

토의 공간은 가장 안전한 공간이어야 한다. 내가 의견을 낸 것이 조금은 부족해도 환영받는다면, 내가 하는 말의 논리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모두 열심히 들어 준다면? 토의 과정이 비판과 지적이 아니라 경청과 환대의 시간이라면 모두들 의견을 내는데 조금은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모두의 의견이 나오고 시간이 흐르며 스며들어 모아진다. 최종적으로 모아진 의견이 내 의견이 아니어도 속상하지 않다. 왜냐하면 토의 과정에서 나는 충분히 존중받았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이런 토의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 전국이 공론장이 되어야 한다. 기후위기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야 모두 함께 실천하고 급변적 변화를 이루어 낼 수 있다. 2023년도, 다시 전세계의 탄소배출량은 최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전년도 대비 에너지 분야에서 증가량은 감소했다. 재생에너지의 약진 덕이다. 우리가 모두 목소리를 내야하는 이유이다.  바삐가자. 모이고, 말하고 스며들어 실천하자.

soopsci.com

작성: ESC 지구환경에너지위원회 부위원장 김추령

출처
본 글은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에서 제작한 콘텐츠로,  ESC에서 운영 중인 과학기술인 커뮤니티 '숲사이(원문링크)'에 등록된 정보입니다.
ESC: https://www.esckorea.org/
숲사이: https://soopsc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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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는 못 듣더라도 토의에는 참여하겠다는 시민 분들이 있었다는 게 뜻깊네요.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이 모일 때 대책이 마련되고 현실화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있는 시도들이 늘어나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