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전세사기 대란 1년, 정치권은 응답하라!

2024.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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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자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
더 안전한 살 곳을 바라는 캠페이너들의 이야기를 모읍니다.

2022년부터 본격화된 전세사기 대란이 평범한 사람들의 주거권을 위협하고 있다. 월 주거비를 줄이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 위해 잠깐 머물러 있을 집을 구하고자 전세계약을 체결했지만,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경매·공매가 진행되어 집에서 내쫓기고, 전세대출을 갚지 못해 신용도 빼앗기는 등 생존의 위협을 겪는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2023년 6월 1일,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시행 이후 2024년 2월 21일까지 공식적으로 집계된 전세사기 피해자는 1만 3천명에 달한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올지, 수만명의 피해자들 일상은 어떻게 복구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특별법 제정 및 정부대책 덕분에 전세사기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는 세간의 인식과는 다르게,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특별법 제정 당시부터 지금까지 피해자 인정, 피해자 지원대책, 보증금 회수방안 모두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고 줄기차게 외치고 있다. 특히, 올해 2월 24일 보신각에서는 전세사기 희생자 1주기 추모문화제가 열렸는데, 작년 2월 28일에 처음으로 세상을 떠난 전세사기 희생자를 추모하고, 아직도 별다른 진전이 없는 전세사기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약 300명의 피해자와 시민들이 모였다. 전국 각지에서 온 피해자들은 저마다 어느것 하나 눈물없이 들을수 없는 절절한 사연을 공유하며,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보도자료

전세사기 희생자 1주기 추모문화제
전세사기 희생자 1주기 추모문화제
총선이 다가오는 이 때, 각 정당은 계속해서 거리로 내몰리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조속한 일상회복을 위해 어떤 논의를 해야할까?


1.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현행 전세사기 특별법을 요약하자면 일정 요건을 충족한 피해자에게 금융지원, 경공매 지원을 통해 빚을 빚으로 돌려막거나, 빚을 더 내서 피해주택을 떠안으라는 대책이다.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가장 중요한 보증금 회수 대책은 전무하고, 그나마 있는 금융 및 주거안정 대책도 별도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일선 지원기관, 은행 등에서 상담 및 안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실효성이 매우 떨어진다. 피해자들은 약간의 시간을 벌어주는 대책 대신 보증금을 국가에서 먼저 피해자에게 돌려주고, 그 비용은 시간을 들여 회수하는 ‘선구제 후구상’ 방안이 포함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외쳐왔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2023년 12월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에서 특별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법제사법위로 회부했으나, 법제사법위에서 제대로 심사가 되지 않았고, 지난 2월 27일에 민주당 및 녹색정의당 등 야당이 합심하여 전세사기 특별법의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월 29일 본회의에는 안건으로 상정하지 못했고, 총선 이전 본회의가 추가로 개최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특별법 개정안의 처리는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피해자들은 총선 이후 본회의가 열리기를 손꼽아 기다려야하고, 그마저도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기를 바라며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70% 이상은 2030 청년들이고, 각 정당에서 이 사회를 이끌어갈 청년층을 귀중히 여긴다면 총선이 끝난 이후에도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을 잊지 않아야 한다. 특히, 야당에서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한 목소리로 외치는데 비해, 정부와 여당에서는 피해자를 위한답시고 피해자 면담 0건, 특별법 개정안에 결사반대하는 기만적인 행태를 그만둬야 한다. 지금이라도 피해자를 면담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피해자-시민사회-각 정당-정부 등을 한 곳에 모아 협력해야 한다. 아울러, 현재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은 다가구주택 피해자, 불법건축물 피해자에 대한 세밀한 대책도 발표해야 한다.

 

2. 전세사기 예방 및 관리감독 방안 수립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전세사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관리감독하는 방안도 심도깊게 논의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전월세 시장에서 임대인-임차인 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는 것과 전세 관련 금융대책을 재점검하는 것, 전세사기에 대한 처벌 기준을 현실화하는 것 등이 있다.

먼저, 임대인-임차인 간 정보 비대칭은 여전히 심각하다. 대표적으로, 임대인의 세금 체납액은 계약 체결 후 임대차계약 개시 전까지만 열람할 수 있다. 계약 후에 체납세액을 확인해서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 임차인에게 수천만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계약 전에도 임대인의 세금 체납액을 확인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또한, 임대차계약이 개시된 이후 임대인의 변동 시 임차인에게 의무적으로 통지하고, 임차인에게 전세계약을 종료할 권리와 이전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한다면 임대인의 세금 체납내역, 신용도, 자기자본 등에 대한 정보를 등기부등본에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두번째로, 전세 관련 금융대책을 재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전세대출 시, 집값의 80%까지는 정부에서 보증했기 때문에 은행에서 심사를 꼼꼼히 할 유인이 없었다. 정부에서 전세대출에 대한 보증 비율을 하향해서 은행들이 전세대출에 대한 심사를 꼼꼼히 하고, 문제가 생기면 은행도 손실을 일부 분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전세가는 매매가의 70% 이하로 설정하고, 전세보증금을 임대인의 채무로 반영하는 등 전세보증금 거래가 제대로 된 금융정책의 규제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세사기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범죄수익, 은닉재산 환수가 필요하다. 현행법상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아무리 많아도 피해금액이 5억원이 넘지 않는다면 범죄에 합산되지도 않고, 가중처벌해도 최고 15년형밖에 선고할 수 없다. 그리고 은닉한 범죄수익·부당이득을 몰수하거나 추징하는 절차도 현실적으로 여러 난관이 있다. 피해자들은 전세사기 범죄에 대한 수사기관의 안이한 대처,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오히려 전세사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작년 12월 KBS에서는 전세사기 가해자 중 약 45%는 실형을 면하는 등 가벼운 처벌을 받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피해자의 인식과 수사·사법기관의 온도차는 여전한 상황이다. (관련 보도) 더 이상 전세사기로 돈을 벌고, 감옥에 몇 년 갔다오면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생기지 않도록 전세사기 가해자에 대해 수십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그 재산을 신속히 피해자들에게 반환할 수 있도록 법령을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

 

맺으며 : 전세지옥에서 탈출하는 길, 세입자 주거정책에 달려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간절한 바람은 전세를 떠나서 안정적인 주거를 누리며 새로운 일상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벗어나서도 안정적으로, 적정한 가격에 거주할 주택이 없다면, 작금의 전세지옥 탈출은 영영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전세사기가 벌어진 이후에 대학가 중심으로 월세 100만원 시대가 열리고, 상대적으로 전세사기에서 안전하다고 알려진 아파트 전세수요가 급증하며, 비아파트 시장에서는 신규 주택이나 오피스텔 공급이 급감하고 있다. 모두 전세사기 대란의 풍선 효과로 볼 수 있으며, 집을 소유하지 못한 서민, 청년층의 주거여건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그동안 모든 사람들에게 월세-전세-(아파트) 매매라는 ‘주거 사다리 환상’을 주입하며 세입자 주거정책을 도외시한 우리 사회의 적나라한 현실이다.

이제는 더 이상 모래성같이 부실한 대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표준임대료 공시와 보증금 및 임대료 통제,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권리 보장, 양질의 공공임대주택과 민간의 사회주택 확충 등 세입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 수립이 필수적이다. 특히, 이번 4월 총선을 통해 꾸려질 제 22대 국회에서는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세입자가 괜찮은 주거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입법, 정치 활동이 절실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주인이나 임대사업자가 과잉대표되지 않고, 국민의 절반인 세입자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지금보다 더 많아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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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y_kim 의견 주신대로 집값이 올라야만 전세가 존속되며, 집값이 떨어지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태생적인 리스크가 있습니다. 전세의 기원에 대해서는 말이 많지만, 지금과 같은 전세거래는 1960년대 이후 도시화 과정에서 서울로 사람들이 몰려들고(수요), 공적 대출이 불가했던 당시 집주인들에게 전세보증금이 사적 대출로 기능하는 점(공급)이 만나서 발생했다고 봅니다. 그 당시에는 임대인에게 자금조달 수단으로, 임차인에게 월 주거비 경감이라는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지고, 나름 잘 굴러왔어요.

하지만, 2007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전세가가 폭등하면서 대출을 끼지 않고서는 전세 계약 자체가 불가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전세대출을 적극적으로 장려해서 전세시장을 떠받칩니다. 대출을 끼고서라도 매매가-전세가가 계속 오르지 않으면 역전세, 깡통전세가 발생했고, 그 피해는 임차인에게 거의 모두 전가되었죠.

임대인은 집값이 오르면 시세차익을 남기지만, 집값이 하락해서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는 기형적인 구조가 지속되었습니다. 지금도 집주인이 계약만료일에 돈을 돌려주지 않는게 관행화된 것이나 그런 것에 관대한 어른 세대를 보면 전세계약이 얼마나 괴상하게 유지되어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전세사기 수습에서 더 나아가 수명이 다한 전세계약을 포기하고, 월세 시대를 준비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떤 세입자 시장을 만들건지, 정책/정치가 논의해야겠죠.

저도 전세 세입자입니다. 전세사기 피해로 인해 생을 마감한 분도 계시는데 정치권에서 나몰라라 하니 답답합니다. 국가를 이루고 살아가는 이유는 시스템을 마련해서 모두 안전하고 편하게 살기 위함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복불복 게임에 삶을 맡기고 불안하게 살아가는 기분입니다. 개인이 꼼꼼하게 따져야하고, 그래도 피해를 입을 수 있는데 피해도 스스로 헤쳐나와야 하는 것 같아 너무 두렵습니다.
전세사기 예방 및 관리감독 방안을 세세하게 제안해 주셔서 좋았습니다.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책임을 나눠져야한다는 주장에 크게 공감합니다. 그 대상이 은행일 수도 있고 가해자일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전세사기 때문에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의회 목전에서 묶여있다는게 참 비참합니다.
그리고 저는 전세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건 아닐까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피해자가 결국 모든 것들을 짊어지고 가는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이 잘못한 것이 아닌데, 어느 순간 그들만 울고 있더라구요.

전세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에게는 보증금을 돌려주고 국가에서 사기 가해자에게 돈을 몰수하는 것이 맞는 것인데, 현실은 피해자가 대출을 받아 사기 당한 집을 구매하라고 한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기가 찼는지 모릅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사람들이 월세로 몰리며 월세 가격까지 폭등하고 있군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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