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7일, 서울대학교 도시공학과 김경일 교수는 조선일보에 주택담보대출 제도를 논평하는 칼럼을 게재했습니다. 2월 26일부터 새롭게 시행된 ‘스트레스 DSR’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DSR규제 강화 정책과 현행 주택담보대출의 문제점 지적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칼럼의 내용 중 지역마다 주택가격의 격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시 전국에 일률적인 상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비판이 눈에 띄었습니다. 한국은 비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인구가 빠르게 줄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인구소멸지역의 주택 담보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한 것인데요. 앞으로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김경일 교수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해봤습니다.
가령 미국에서는 도시별로 주택가격의 중위 수준을 계산하고 이 값보다 싼 주택을 우량 주택으로 간주해 우량주택담보대출(Prime Mortgage)을 해준다. 반대로 고가 주택은 우량담보대출이 되지 않고 가산금리가 붙는 점보담보대출(Jumbo Mortgage) 대상이 된다.
한국은 어떨까. 주택금융공사에서 6억원대 주택까지 보금자리론을 제공하는데, 서울은 주택의 중위 가격이 10억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보금자리론 대상이 매우 적다. 반대로 인구 소멸 지역의 한 동짜리 아파트가 6억원인 경우 상당한 위험자산임에도 담보대출 대상이 된다.
주택 가격 상한이 일률적인 한국의 주택담보대출
칼럼에서는 한국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획일적 주택가격 상한선을 제시하는 매우 시대착오적 정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비교 사례로는 보금자리론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모든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검토하기 보다는 보금자리론을 포함하는 정부 제공 주택담보대출로 논의를 한정짓기로 했습니다.
해당 상품들의 대출 요건을 살펴보면, 보금자리론은 ‘6억원 이하의 공부상 주택’, 디딤돌대출은 ‘5억원(신혼 · 2자녀 이상 가구 6억원) 이하의 공부상 주택’이 기준입니다. 그 외에도 신혼부부전용 구입자금과 같은 주택담보대출 상품도 단일한 가격 상한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김경일 교수의 주장대로 한국의 주택담보대출은 지역에 따른 주택 가격의 차등을 두지 않고 있었습니다.
‘저비용지역’과 ‘고비용지역’을 구분하는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김경일 교수가 예시로 들었던 미국의 경우는 어떨까요? 미국의 정부 보증 모기지론에는 연방주택청(FHA), 보훈부(VA) 모기지론 등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FHA 모기지론의 경우 주택 유형과 지역 구분에 따른 대출 상한을 매년 발표합니다. 주택 유형은 규모에 따라 Single, Duplex, Triplex, Fourplex로 나눠지고, 주택 가격은 ‘고비용지역’과 ‘저비용지역’으로 구분됩니다. 주택 중위가격이 높은 지역을 ‘고비용지역’으로, 낮은 지역은 ‘저비용지역’으로 분류하여 각각 전국 대출금액 상한의 150%, 65%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FHA Limits (low cost areas) | |||
Single |
Duplex |
Tri-plex |
Four-plex |
$498,257 |
$637,950 |
$771,125 |
$958,350 |
FHA Limits (low cost areas) | |||
Single |
Duplex |
Tri-plex |
Four-plex |
$1,149,825 |
$1,472,250 |
$1,779,525 |
$2,211,600 |
보훈부가 군인 혹은 그 가족에게 제공하는 VA론의 경우 주택 유형에 따른 구분은 없었지만, 마찬가지로 지역에 따라 대출한도를 다르게 설정하고 있었습니다.
출처 : 미국보훈부(VA)
정리하자면, 미국에서는 지역에 따라 주택 가격의 격차가 있음을 감안하여 지역별로 대출 규모를 다르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지역 구분 없이 단일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과 달리 한국이 ‘획일적 주택가격 상한선을 제시’한다는 주장은 사실입니다.
미국에서는 주택가격의 중위 수준보다 낮은 주택에 대해 우량주택담보대출(Prime Mortgage)을 해준다?
김경일 교수는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도시별로 주택가격의 중위 수준을 계산하고 이 값보다 싼 주택을 우량 주택으로 간주해 우량주택담보대출(Prime Mortgage)을 해준다.’라고 설명했는데요. 이 부분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What Is Subprime Lending?’ 보고서는 주택담보대출 우량(prime)과 비우량(subprime)에 대해 단일한 정의를 내릴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대출자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신용 위험(credit risk)에 따라 분류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CFPB(소비자금융보호국) 홈페이지에서는 우량주택담보대출 이자율(prime mortgage interest rate)에 대해 '은행이나 모기지 대출 기관이 좋은 신용 실적을 가진 소비자에게 빌려줄 수 있는 이자율'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우량주택담보대출의 하위등급인 비우량주택담보대출(subprime mortgage)에 대해서는 '손상된(impaired) 신용 기록이 있는 예비 대출자에게 제공하는 대출'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량주택담보대출 가능 여부가 지역 주택가격의 중위수준이 아닌, 개인의 신용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앞서 살펴본 FHA론과 VA론의 사례처럼 미국이 주택담보대출 상한을 정할 때 도시별로 대출의 상한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우량담보대출과 비우량주택담보대출이 주택가격에 따라 분류된다는 설명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인구소멸지역은 주택가격 하락 위험이 높다?
한국과 미국 주택담보대출 제도의 차이를 확인했으니, 다시 한국의 사례로 돌아와 논의를 이어가겠습니다. 김경일 교수는 인구소멸지역의 주택을 담보 가치 하락 위험성이 높은 상품으로 규정했습니다. 이에 지역에 따라 주택 가격의 상한이 다르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인데요. 해당 내용이 사실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KILF(한국지방세연구원)에서는 인구 감소가 주택 초과공급과 그에 따른 미분양 증가로 이어져 지방 주택시장의 침체를 유발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서도 마찬가지로 인구소멸 위험성이 높을수록 지역 주택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이는 인구소멸지역의 주택 가격 하락 위험이 높다는 김경일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지역의 인구감소 현황은 어떨까요? 행정안전부는 2021년부터 5년 단위로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현재 인구감소지역은 강원도 고성군, 충청북도 제천시 등 89개 지역이고,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확대된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인구의 정체-쇠퇴 국면에서 비수도권 지역은 수도권(광역대도시)으로의 인구유출로 인해 인구감소의 충격이 더욱 빠르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한국과 인구 구조가 다르며, 제도적 특성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제도를 따라야 한다고 볼 수 는 없습니다. 그러나 비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인구가 감소해 주택 담보 가치가 하락할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현행 주택담보대출 제도의 획일적인 기준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 내릴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는 노무현시민센터의 지원으로 진행되는 캠페인즈 시민팩트체커 활동으로 작성됐습니다.
**노무현시민센터는 지원 외에 캠페인즈 시민팩트체커의 활동에 개입하지 않으며, 캠페인즈 시민팩트체커가 작성하는 콘텐츠는 독립적으로 기획, 작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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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1주택과 관련된 정책에 대해서는 국내 정책도 사실 잘 모르기에 외국 사례는 사실 처음 보는데요, 그래도 정리해주신 것을 따라가면서 이해해보려고 노력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