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만의 미투] 최말자, 15,747명 시민과 함께 대법원에 가다!
2023.06.02
?♀️ 최말자, 15,747명 시민과 함께 대법원에 가다!
2023년 5월 31일, ‘56년 만의 미투’ 사건 당사자 최말자 님이 대법원을 방문했습니다. 이날은 5월 한 달간 진행된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 개시 촉구 릴레이 1인시위가 마무리되는 날이었습니다. 최말자 님은 대법원에 본인과 최말자 님의 가족, 지인 20명이 작성해 주신 자필 탄원서와 시민 15,685명이 참여한 서명지를 제출했습니다.
20명이 작성한 탄원서, 42명이 진행한 릴레이 1인시위, 15,685명이 참여한 서명. 총 15,747명의 시민이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 개시 촉구 활동에 참여해 주셨습니다.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 최말자 님의 탄원서
대한민국의 검사는 헌법을 토대로 남녀의 평등과 인간 존엄을 근본으로 삼아 죄를 구별하고 그에 대한 벌을 내려야 합니다. 그러나 저의 사건에서 검사는 엄연한 성폭력 피해자의 방어행위를 과잉 방어라고 하며 오히려 저를 가해자로 만들어 감옥에 보냈습니다.
그리고 2021년, 부산지방법원과 부산고등법원은 “본 사건이 당시의 시대 상황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판결이었다”는 실로 부끄러운 변명으로 재심청구에 대한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이러한 판결은 모든 재판이 시대 상황에 따라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저의 사건과 같은 재판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법의 체계를 스스로 인정했습니다.
1967년 사건 당시, 아버지는 농사만 지을 줄 아는 무지한 농부였고, 저는 18살 아무것도 모르는 미성년이었습니다. 누구도 저를 지켜줄 수 없었고 검사의 일방적인 폭언, 압박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찰에서는 수사를 통해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혔고 무죄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그러나 검사들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일부러 뺐고, 제가 고의로 멀쩡한 남자의 혀를 잘랐다며 중상해죄를 씌워 감옥으로 보냈습니다.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아니고 여러 사람의 힘이 필요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시대적인 상황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일일 뿐이었습니다. 그 결과 미성년의 18세 성폭력 피해 소녀는 6개월 12일 동안 감옥에 구속되어 있었고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받았습니다. 석방 판결을 받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하고 싶은 심정으로 어두운 밤, 구속 당시 입었던 옷을 입고 아버지 뒤를 따라 들판과 산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사건은 전혀 사소하지 않았습니다.
국가로부터 받은 폭력은 평생 죄인이라는 꼬리표로 저를 따라다녔고, 매일이 억울함과 분노의 시간이었습니다. 56년 만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고, 항소 역시 기각되어 할 말을 잃고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대법원 역시 3년이란 시간이 흘러가고 있지만, 답변을 주지 않아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사법부는 이 사건이 단지 시대 상황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판결이었다는 부끄러운 변명이 아니라 억울한 판결로 한 사람의 인생이 뒤집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제라도 정의로운 판단으로 책임져야 합니다. 그것은 땅에 떨어진 재판부의 명예를 회복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한국여성의전화, 그리고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의 격려와 응원 덕분입니다.
너무 긴 시간에 몸이 지치다 보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후손들을 떠올리면서 지금 바로 잡지 못하면 이런 일이 또 되풀이될 것이고, 성폭력 피해 여성들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본 사건의 재심을 다시 열어 명백하게 피해자와 가해자를 다시 정의하고 정당방위를 인정하여 구시대적인 법 기준을 바꾸십시오. 그래야만 여성폭력 피해자들이 성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며 더 이상 성폭력이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국가는 나의 인권에 대한 책임을 보상해야 합니다.
? 최말자 님 인터뷰
시사인(2023.05.30) 59년 전에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 https://www.sisain.co.kr/news/...
MBC 뉴스(2023.05.31) "18살 최말자는 무죄다‥다시 재판해달라" ‥59년 한맺힌 호소 : https://imnews.imbc.com/replay...
한겨레(2023.06.01) “검사가 욕했다, 성폭행 하려던 남자 깨문 내가 가해자라고” : https://www.hani.co.kr/arti/so...
YTN 뉴스(2023.06.02) [뉴스라이더] "18살 최말자는 무죄" 마지막 시위 나선 이유는? : https://www.ytn.co.kr/_ln/0103...
?♀️ 5월 한 달간 진행된 릴레이 1인시위, 42명 참여자들의 이야기
한국여성의전화가 주관하는 '56년 만의 미투' 릴레이 1인시위는 5월 2일 최말자 님의 참여를 시작으로, 5월 31일까지 대법원 정문, 동문 앞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참여자 42명의 이야기를 전해드려요.
"한국여성의전화 후원회원으로 오래 함께하고 있는데 직장에 다니고 있어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 제한적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시간이 맞아서 참여하게 되었어요. 평소에는 아무래도 가치관을 적극적으로 드러낼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시위를 하면서 평소 생각했던 것을 표현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대법원의 재심 개시를 이 뜨거운 태양만큼 강하게 염원합니다." - 문소현 님(시민)
"대법원이 빠른 시일 내에 움직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시위를 하는 동안 많은 분께서 관심 가지고 판넬을 읽고 가시거나 차에서도 내다보는 것이 느껴져서 울컥했습니다. 혹시 비슷한 일을 겪었을 분들이 시위를 보게 된다면 함께 싸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 이현진 님(서울강서양천여성의전화)
"아직도 내가 당한 일이 뭔지,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모른채 사람들에게 말도 못하고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피해자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노년이 될 때까지 자신의 피해를 말하지 못한 성폭력 사건들이 조명 받길 바라며 1인 시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 조아라(디굴) 님(화섬수도권성평등위원회, 페미니즘당 창당모임)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는 사회가 변화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대법원 앞에 섰습니다. 대법원은 더 이상 미루지 마십시오. 이제는 변화해야 할 때입니다." - 임지수 님(한국여성의전화)
"명확한 성폭력 사건이 56년 동안 인정되지 않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 쪼이 님(시민)
"강간 강제추행 판단기준은 폭행 협박입니다. 강간죄 폭행협박은 피해자의 저항이 불가능했거나 현저히 곤란한 정도에 이르러야 인정합니다. 피해자 저항을 강조하고 강요해온 강간죄를 70년 동안이나 유지해오면서, 정작 저항했던 피해자는 중상해죄로 유죄를 56년이나 이어오고 있는 국가입니다. 피해자의 처녀성을 감정하고, 왜 남자에게 상해를 입혔냐며 첫날 구속한 검찰이고 법원입니다. 이 책임이 누구에게 있습니까? 피해자 개인이 감당하고 살아온 세월을 책임져야 마땅합니다. 재심 청구를 대법원은 즉시 받아들이고, 대한민국 법원은 재심을 시작하라!" - 김혜정, 최란님(한국성폭력상담소)
"피해자는 56년이라는 시간 동안 고통받으셨습니다. 시간이 더 지나가기 전에 재심 개시하여 피해자의 명예 회복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 김현미 님(광명여성의전화)
"남성이 여성의 성을 침범해도 된다는 당연한 기조하에서 내려진 과거의 판결을 뒤집는 재심 개시가 필요합니다." - 나나 님(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56년 만의 미투, 시대착오적 판결로 성폭력 피해자가 죄인이 되어 고통받았던 과오에 대해 사법부는 재심을 열어, 사죄하라!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하라! 사법정의 실현하라!" - 윤달 님(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대법원은 피해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재심을 당장 개시하라!!" - 나무 님(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
"제 작은 행동이 재심 개시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나왔습니다." - 바다 님(서울강서양천여성의전화)
"최말자 선생님! 뒤에서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재심 꼭 개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가을 님(부천여성의전화)
"피해자가 움츠러들고 피해를 적극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깨기 위해 함께 싸우고자 나오게 되었습니다. 최말자 선생님의 삶의 무게를 상상할 수 없지만, 세상의 모든 피해자들을 위해 싸우고 계신 최말자 선생님이 주시는 힘에 감사드립니다. 재심을 이루어내는 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 베리 님(한국여성민우회)
"1964년.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대법원은 재심 개시로 정의실현하라." - 가로 님(수원여성의전화)
"놀라고 슬퍼하고 분노한 다음, 그 다음 행동을 하고 싶어서 나왔습니다. 법원은 사법 판결이 이 사회와 여성에게 어떤 메세지를 주고 있는지 무겁게 생각해야합니다. 반드시 재심을 열어 바르게 판결하기를 바랍니다." - 노랑조아 님(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지금 현재, 그리고 다음 세대의 여성들을 위해 용기를 내주신 최말자 선생님께 존경을 표합니다. 우리의 투쟁은 정당하고 정의롭습니다. 이는 역사가 증명할 것입니다." - 한정희 님(서울강서양천여성의전화)
"56년이 지나 산천이 대여섯 번 바뀌었음에도, 한 발자국도 못 나아간 법원판결에 실망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 재심 반드시 개시해서 세월이 바뀌었음을 보여라." - 고경임(청주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 개시 촉구 기자회견
"대법원은 재심 개시로 56년 만의 미투에 정의롭게 응답하라!"
일시: 2023년 5월 2일(화) 오전 11시
장소: 대법원 정문 앞
- 사회 · 취지발언: 최나눔 (한국여성의전화)
- 발언 1 : 최원진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
- 발언 2 : 시엘 (언니네트워크)
- 발언 3 :현선 (목포여성의전화)
- 발언 4 : 김숙희 ('김학의, 윤중천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피해자) - 대독
- 발언 5 : 최말자(당사자)
- 퍼포먼스
- 기자회견문 낭독
[기자회견문]
대법원은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을 위해 즉각 재심 개시 결정하라!
1964년 5월 6일,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자신을 강간하려는 가해자에 저항하다 가해자에게 상해를 입히게 되었다. 당시 검찰과 법원은 이를 정당방위로 인정하지 않았고, 피해자는 오히려 ‘피의자’가 되어 중상해죄로 6개월여간 구속되어 수사·재판을 받게 되었다. 결국, 피해자는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의 유죄판결을 받았다. 가해자가 받은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보다 무거운 형이었다. 그럼에도 피해자는 당시의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아 정당방위를 인정받겠다는 의지로 살아왔다. 사건이 발생한 지 56년이 지난 2020년 5월 6일, 피해자는 자신의 방어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받기 위해 재심을 청구하였다. 피해자는 이를 통해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고, 자신과 같은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사법기관의 여성폭력에 관한 잘못된 통념을 바로잡고자 하였다.
그러나 2021년, 부산지방법원과 부산고등법원은 재심 청구를 기각하였다. 법원은 공판절차에서 이루어진 검증의 방법, 감정의 내용, 법관의 언행 등이 상당히 부적절하고 피해자의 인격을 침해했을 우려가 있었다고 인정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는 ‘오늘날의 관점’이라는 단서를 달며, 성차별이 자연스레 여겨진 1960년대에 진행된 공판이었기에 지금의 잣대로 다시 판결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에 피해자는 “56년이 지났는데도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별도 못 하는 우리 사법이 후세들에게 부끄럽다”라며 즉각 항고했다.
본 사건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2020년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피해자와 연대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 개시 촉구 국민청원’에 총 18,839명이 동의했으며, 재심 개시 촉구를 위한 서명에 현재까지 36,065명의 시민이 참여하였고 서명은 지속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은 대담, 토크쇼, 캠페인, 전국 시위 등에 참가해 피해자와 연대했다. 국회의원, 변호사, 입법조사관, 교수, 경찰 등 전문가들 또한 본 사건의 문제와 여성의 방어권이 여성폭력의 맥락 속에서 고려되고 인정되어야 함을 지적해 왔다.
재심 청구를 접수한 지 2년이 다 되어감에도 대법원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288개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수많은 시민은 바로 지금, 대법원이 사법부의 잘못을 바로잡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대법원은 재심을 결정하고, 사법부는 피해자의 방어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하여 여성폭력 피해자에게 자신을 지켜낼 권리가 있음을 사회 전체에 각인시켜라.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본 사건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2023년 5월 2일
56년 만의 미투, 재심 개시를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일동(총 288개 단체)
기자회견 현장 자세히 보기: http://hotline.or.kr/board_sta...
? 최말자 님과 함께하는 한국여성의전화를 소개합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폭력 없는 세상,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1983년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한국 사회 최초로 폭력피해여성을 위한 상담을 도입하였고 1987년 쉼터를 개설하였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가정폭력·성폭력·스토킹·데이트폭력·디지털 성폭력 등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으로부터 여성인권을 보장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합니다. 현재 전국 1만여 명의 회원과 전국 24개 지부가 함께 여성에 대한 폭력 없는 성평등한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 한국여성의전화 알아보고 40주년 축하하기: http://hotline40.or.kr/
5월 활동 이후, 앞으로도 대법원이 재심을 개시하여 정당방위를 인정받고 사법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56년 만의 미투 활동 보기: https://policykwhl.wixsi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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