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p>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을 얻고 전세대출을 받아 마련한 집이 전세사기에 휘말렸습니다. <br />서울에 아무런 연고가 없어서 대학에 진학하면서부터 혼자 서울에 살기 시작했습니다. 좁은 집을 말도 안 되는 비싼 월세를 내며 20대 초반을 보냈습니다. 집 같지 않은 집에서 사는 일이 자주 우울하고 힘들었지만, 원하던 대학에 다니고 하고 싶던 일을 한다는 마음으로 집이 주는 우울함을 이겨내곤 했습니다. 언젠가는 조금 더 넓은 집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얼마 되지 않는 알바비를 저축하며 전세자금을 모았습니다. 돌아보면 저의 20대는 집다운 집에 살기 위한 분투였습니다. 서울에 학교와 직장이 다 모여있는데, 정작 살 곳이 없다는 사실이 저의 20대를 더욱 처절하게 만들었습니다. <br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을 얻게 되면서 열심히 모아 둔 돈으로 첫 전세집을 마련했습니다. 넓고 좋은 집은 아니지만, 대학시절 살던 곳보다는 그래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집을 구하려고 전세자금대출도 받았습니다. 제가 모은 돈과 저의 신용을 모두 끌어모아 겨우 몸 뉘일 곳을 구했습니다. <br />전세 계약이 2/3정도 지났을 때 우연히 등기부등본을 떼어본 날, 그 날부터 제 인생은 짙은 먹구름으로 가득합니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다른 세입자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계약이 끝나는 날까지, 제가 사는 집에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울며 겨자먹는 심정으로 남아있었고 저도 그들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br />내가 전세사기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고 직감한 순간부터 저는 제가 사는 구와 서울시에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전세사기 피해자로 신청하고 거기서 나오는 혜택을 받아보라는 정도가 끝이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어떤 지원이 제공되는지 찾아보고서는 더욱 힘이 빠졌습니다. 피해자를 구제하는 유일한 방법은 국가가 전세금을 반환한 후에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피해 구제의 본질이 담긴 전세사기피해자구제법은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뻑하면 거부권을 행사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볼 때마다 화가 나기는 했지만, 이렇게 분노했던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br />이 정부는 전세사기가 세입자 탓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세입자들이 '경험이 없다보니 덜렁덜렁 계약'한 탓, '법적 지식이 부족'한 탓. 전세사기로 국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극을 보고도 윤석열 정부는 전세사기가 무엇인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br />국토부에서 저를 전세사기 피해자라고 인정했을 때, 저는 말 그대로 죽고 싶었습니다. 아무런 지원도, 구제책도 보이지 않는데 나를 피해자로 인정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심리상담비 지원해줘서 뭐합니까. 상담실에 들어가기 전에도, 후에도 나는 전세사기 피해자고 내 전세금은 돌아오질 않는데. <br />측은지심이 없는 대통령, 공감을 모르는 대통령이 국민들의 살아내고자 하는 마음을 짓밟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이지만 그래도 제 삶의 다른 부분들을 저는 사랑합니다. 그 부분들 때문에 저는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전세사기특별법 거부권을 행사하는 대통령이 자꾸만 제 삶의 사랑스러운 부분들마저 보이지 않게 만듭니다. <br />국민을 살게 하는, 더 나은 삶을 살고 싶게 만드는 대통령을 원합니다. 내 삶을 꾸역꾸역 더럽지만 살아내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대로 설계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그런 변화를 만들 큰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탄핵우체통에 모이는 이야기들이 그 기회를 결과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진심으로 그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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