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빈
<p>비 소리가 들리는 집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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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 />제가 특이한 것일 수도 있지만 저는 비오는 날, 비를 맞지 않는 산책을 좋아해요. 저는 뒷산과 강과 공원 근처에 살고, 비 오는 날 그 모든 곳들은 마른 날과 다른 곳이거든요. 하지만 도시이기에 비를 피할 수 있는 처마와 실내가 많고, 저는 처마에서 처마로 처마에서 실내로 다시 처마로, 비를 피하려는 고양이처럼 옮겨다니며 비오는 날 건조한 길을 걸어, 저 멀리 비에 젖은 녹음을 보고 비가 스민 공기를 맡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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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 />저는 공부를 하다 막혔을 때 잠시 걷고 오면 새로운 문제 해결과 더 많은 이해를 얻는 편인데, 이처럼 사색에 잠기기도 하고 당장의 루트를 계획하기도 하며 마른 길을 찾아 걷다 보면, 저에게 결코 닿지 않는 빗물의 시원함과 아스팔트 위에서 증발하는 빗물이 주는 습함이 느껴지면서, 상쾌한 공기를 들이쉬고 내쉼과 동시에 제게서 발산되는 온기가 느껴지지요. 비록 실수해서 빗물이 튀어서 옷(특히 어깨와 다리 부분)이 약간 축축해질 때도 있지만, 그 순간들이 너무도 좋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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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 />그러다 집으로 와 축축해진 옷을 갈아입고 수건으로 뽀송뽀송 몸을 닦은 후, 새 옷을 입으면 그 건조함이 얼마나 산뜻한지요. 그 후 침대에 배게 대고 기대어 앉아 서늘한 커피를 한 잔 하며 비오는 바깥을 내다보면, 비오는 낮의 저조도로 흐릿한 회색 방 안에서 서서히 잠이 와요. 주말이라 시간이 있으면 잔을 내려 놓고 조용히 잠에 빠져들지요. 그러다 다시 깨어나고 나면, 서서히 다시 공부할 시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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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 />비 소리가 들리는 집에 살며, 그러한 날 비 속의 창밖을 내다보며 비오는 날처럼 서늘하게 커피 음미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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