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하지 않는 페미니스트
학교에서 페미니즘을 교육했더라면 저와 오빠는 성차별을 당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리고 친구들이 단지 자신들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친구들을 괴롭히지도 않았겠죠. 그리고 어떤 아이들은 그때 친구들을 도와주지 못했다면서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았을 거예요.
저는 어렸을 때 지금보다 더 발랄한 톰보이였고, 오빠는 얌전해서 활동하기보다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들만의 성격대로 많은 친구들과 어울렸어요. 그런데 그런 우리를 자신들의 성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놀리기 시작한 사람은 다름 아닌 선생님들이었습다.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한테서 들었던 말을 아직도 기억해요. '태권도는 여자 아이들이 하는 게 아니야.', '너는 여자 애가 왜 그러니.' 저는 그 당시에는 아랑곳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왜인지 그 말은 잊히지 않았죠. 수년 뒤에 제가 갑자기 움츠러들기 시작했는데 그 말은 그때까지도 효력을 미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마땅한 이유 없이 저는 태권도를 그만뒀고, 남자 아이들과도 더는 어울릴 수 없었습니다.
아, 오빠. 오빠가 초등학교 4학년 때였을 거예요. 오빠의 담임 선생님은 체육 과목을 담당한 남성이었는데, 그는 수업 시간에 오빠를 놀렸다고 해요. 칠판 앞에 세우고는 '여성스럽다'라면서.
저는 수년이 지나서야 알았어요. 오빠는 그 선생님 때문에 남자 아이들에게서 지긋지긋할 정도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해요. 기억하기로 오빠는 언니들과는 변함없이 어울렸지만 어려서부터 친하게 지냈던 남자 아이들과는 더는 어울리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 아이들은 중학생이 되자 오빠와 다시 친하게 지내더군요. 아마도 오빠한테 미안했을 거예요.
저는 중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남녀 합반을 딱 한 번 겪어봤어요. 중학교 1학년 때요. 그런데 그 한 해가 학창 시절 중 가장 끔찍했어요. 남자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나 쉬는 시간에나 모든 여자 아이들에게 성희롱을 했지요. 신음을 내거나 일본산 AV에 나오는 대사를 따라하곤 했어요. 그런데 거의 모든 선생님들이 제지를 하지 않았죠. 간혹 어떤 선생님은 장난스럽게 타일렀지만 엄하게 말씀하시는 분은 한 분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남자 아이들은 남성인 선생님들 앞에서는 그런 추한 행동을 어김없이 하지 않았어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저는 아웃팅에 시달렸습니다. 학교가 따뜻하게 느껴졌던 적은 초등학생 때가 유일해요. 대개 학창 시절은 고독했습니다. 돌이킬 때마다 너무도 차가운 냉기에 사로잡혀요. 학교와 관련해서는 미화할 만한 추억도 없습니다.
저는 학생이었을 때 나중 세대의 학생들이 나처럼 고독한 시절을 보내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어요. 그런데 그 소원은 성인이 된 지금 더욱 간절합니다. 사정은 여전히, 어쩌면 더욱 심각한 것 같아요. 페미니즘 교육을 선두로 젠더와 인권에 관한 교육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합니다. 지금도 너무 늦었어요. 어서 시작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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