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비학생사람
나는 현재 학교에 다니고 있지 않지만, 내가 학교 안에서 겪었던 차별과 혐오들을 되새기며 써본다. 내가 다녔던 학교에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있었다면, 내가 조금 더 일찍 페미니즘을 의무교육으로 배웠다면, 고등학교 전교생중 여학생 비율이 남학생보다 월등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위치들은 대체로 남성이 맡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을 것이다. 30년이 넘은 학교에서 내가 2학년이 되던 해에 여학생 전교회장이 최초였다는 것에, 정규직 교사들은 대부분 중년남성인 것에. 공개적으로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남자라서'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여자라서' 요가실에서 요가를 하는 것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바꿔달라고 건의했을 것이다. 수업중에 들리는 학생들이나 교사들의 성차별적인 발언들을 신고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니 적어도 교실 안에서 '김치녀'라고 하거나 여학생들을 성희롱하며 여성비하적인 농담을 하던 남학생들이 당당하게 있지는 못했을 것이다. 지루하고 하나마나한 성교육도 없었을 것이다. 페미니스트 선생님이라면 청소년들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인정해주고 그들이 안전하게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실질적인 성교육을 해주었을 것이다. 또한 임신은 성스러운 일이고 낙태는 죄악이라는 가르침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성의 결정권을 존중해주는 것, 임신중절권은 여성의 기본권이라는 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굳이 책이 아니어도 인터넷이 아니어도 모두가 어릴적부터 교육으로 하여금 자연스레 페미니즘을 접할 수 있었다면 많은 게 달라졌을 것이다. 나도, 내가 겪었던 상황도 말이다. 비록 나에게는 바꿀 수 없는 과거의 일들이지만 지금이라도 페미니즘이 교육화된다면, 학교마다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존재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학생들이 인권감수성을 기르기 위해 학교안팎에서 차별과 혐오를 겪는 학생들이 없게 하기 위해, 페미니즘은 필요하다. 이상이나 사상이 아니다. 우리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페미니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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