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바게뜨
1. 초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은 수업시간에 "에이즈는 하나님이 동성애자에게 내리는 벌"이라고 말했다. 2. 고학년이 되고 무용시간 스트레칭 연습으로 복도에서 친구들과 다리찢기를 할 때면 남자애들에게서 "더 벌려봐"란 얘길 들었다. 3. 중학교 3학년, 교장은 전교생 아침조회에서 "염색이나 교복 줄이기는 창녀들이나 하는 짓이다"라고 너무도 당당히 말했다. 4. 고등학교 생지부 선생님은 "교복치마를 그렇게 줄여 입으니 성폭행을 당하는 것"이라고 했다. 5. 교생실습 때 만났던 학생들은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혐오 컨텐츠에 좋아요를 누르고,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 6. 학창시절 내내 들어온 이런 말들은 결국 누군가의 정체성이나 위치성이 비난의 근거가 되고, 대상화의 이유가 되며, 폭력에 노출될 이유까지 된다는 뜻을 내포한 것이었다. 지금의 교육 현장에서도 내가 겪은 수준의 폭력과 차별이 그대로 행해지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 사회적 약자란 무엇인지, 그들에게 가해지는 구조적 억압이나 폭력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가르쳐주지도 않는다. 여성이 상대적 약자라는 사실 조차 인정하지 못하니 그런 혐오 컨텐츠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고 생각한다. 교실에서 가르쳐야 할 성평등은 왜 특정 정체성과 위치성을 가진 사람들이 약자가 되는지, 그게 왜 불합리한지에 기초한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온라인에 범람하는 혐오 컨텐츠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난 정말이지 여성혐오, 성소수자 혐오, 장애인 혐오, 기타 모든 혐오가 지극히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행하는" 문제가 되길 바란다. 약자에 대한 차별, 혐오, 배제는 옳지 않다는 말이 상식으로 자리 잡는 사회를 기대한다는 뜻이다. 7. 그런 사회를 만들기엔 페미니즘 만큼 좋은 것도 없다.
학교에_페미니즘이_필요한_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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