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내가 다닌 초등학교는 집에서부터 어린아이 걸음으로 40분쯤 걸어야 되는 시골 학교였다. 나는 매일 아침 아빠 차로 통학했었는데, 그날따라 아빠가 늦잠을 잤다. 나는 학교에 늦을 까봐 조금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섰다. 200미터쯤 갔을까.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가 사탕을 줄 테니 오빠를 따라오라고 했다. 그의 손에는 막대사탕 한 개가 들려있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공포를 느꼈고, 집 쪽을 가리키며 곧 아빠가 날 데리러 올 거라고 말했다. 다행히도 곧 아빠 차가 도착했다.
나는 조금 전 봤던 '이상한 오빠' 이야기를 했고, 아빠는 학교에 가서 담임 선생님께도 말씀 드리라고 했다. 그리고 나의 이야기가 교장선생님께까지 전해졌던 것인지 그날 오전, 전교생이 모인 조회시간에 모두에게 전해졌다.
그날의 경험이 페미니즘과 무슨 관계냐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 일로 인해 '나의 말도 힘이 있구나.'라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고, 내가 꽤나 위협적인 상황에 있었다는 것을 어른들의 반응을 보고 다시 알게 되었다.
여자 아이들은 종종, 아니 꽤 자주 위험한 상황을 맞닥뜨린다. 그런데 만약 그날처럼 어른들의 일사분란한 반응이 없었더라면 나는 그런 일이 아주 흔한 일인 냥 받아들이게 되었을 것 같다. 그렇게 잘못된 상황에 순응하는 여성이 되었을지 모른다.
아이들, 특히 여자 아이들에겐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함께 말해줄 어른이 필요하다. 우리에겐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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