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리
초등학교 운동장에 딸린 간이 화장실에서 나는 성폭행 당했다. 그때의 나는 8살이었다. 화장실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울면서 이야기했더니 선생님은 ‘일단 더러우니 빨리 씻으라’고 했다. 아주 오래된 일이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기억이 난다. 나는 더러웠다. 눈앞이 새하얘져서 혼자 다시 화장실에 가서 몸을 빡빡 씻었다.
그 이후도 오랫동안 나는 그 말에 시달렸다. 모든게 내 잘못인 것 같았다. 방과후 운동장에 남아 혼자 열심히 줄넘기를 연습한 죄. 화장실을 알려달라던 그 사람에게 화장실을 알려준 죄. 나는 더러웠다.
위례별 초등학교 최현희 선생님의 인터뷰를 보자마자, 8살의 내가 떠올랐다. 그때 내가 만난 사람이, 페미니즘을 공부한 선생님이었다면 나는 ‘더럽다’는 말에, 수십 년 동안이나 매달려 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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