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망
우리 사회가 이 지경이 된 데에는 여러가지가 원인이 있겠지만, 저는 비판적 사고력과 미래에 대한 상상력 부재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원인은 대한민국을 장악하고 있는 군사주의와 전세계적으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자본주의 시스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수직적 관계일 수 밖에 없는 군사주의가 일상에까지 침투해 있습니다. 학부모들이 아무렇지 않게 아이들 손을 이끌고 무기박람회에 참가합니다. 그리고 군대에 대해 얘기할 때 '평화' 운운하면 순진하다거나 바보취급을 받습니다. 대한민국 국방비가 북한 국방비의 40배가 넘지만, 보수주의자들조차 자주국방을 외치지 않고, 주한미군을 철수하자는 의견을 내는 사람은 '빨갱이'로 내몰립니다. 대한민국에서 군사주의를 건드리는 것은 금기시되어 있고, 한반도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군사주의로 인한 문제의 본원적인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은 매우 힘들고, 공포스럽기까지 합니다. 지난 3년간 유행했던 TV프로그램 '진짜사나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군대에선 질문이 없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남성은 '정상 남성'으로 인정받지 못하듯이 군대를 다녀온 '정상 남성'들이 만들어 놓은 이 사회(물론, 상위 0.01%는 이런 범주에 속하지도 않지만...)에서 이러한 군사주의가 사회와 가정에까지 퍼져 '질문없는' 사회를 만듭니다. 이는 획일화된 답을 강요하는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저는 군사주의 문화가 더 커다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비판적 사고력의 부재가 한국 사회를 이 지경까지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미래에 대한 상상력 부재. 우리가 미래에 대해서 상상하지 않을 때, 우리는 밀에 대한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사회, 환경은 우리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기 위한 것만은 아닙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힘을 가지고, 다수인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현실은 지금 당장 힘을 가지지 않은 소수들에게는 피해를 끼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미래에 대해 상상하지 않는 것은 미래는 물론, 현실을 위협하곤 합니다. 미래에 대한 상상력의 부재는 바로 불평등을 강화하는 자본주의 시스템 그 자체로 인해서 생겨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열심히 일해도 먹고살기가 나아지지 않는 삶은 노동자의 삶을 현실에 구속시키고, 내일을 짓밟아버립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일으키는 문제에 대해 얘기하자면 끝도 없을테지만 한 가지만 더 얘기하자면, 지금까지 자본과 권력을 누려온 이들은 '공공재'의 개념을 '사유재'로 교묘하게 바꾸어버렸다는 것입니다. 물, 바람, 태양, 나무, 흙, 석유, 석탄 등은 지구의 것을 우리가 빌려쓰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들이 공공재의 성격을 갖는 만큼, 여기서부터 나오는 수익 역시 공공재의 성격을 같습니다. 하지만 권력자와 자본가들은 공공재로부터 나온 수익을 시민들에게 공평하게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를 이데올로기적으로 공격하며 이런것들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사회주의'라고 공격해왔습니다. 이제는 '자본주의적인 것'이 공격받아야 할 때입니다. 지금 많은 IT기업들이 목표로 삼는 '강한 인공지능' 기술이 실현되면, 해당 기업에게는 막대한 수익을 안길 것이고, 인간과 노동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달라질 것입니다. 그러면 이에 대해서도 우리가 반드시 논의해봐야겠지만, 인공지능이 발전하려면 이용할 수 밖에 없는, 빅데이터, 우리가 인터넷에 입력한 정보들을 이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정보들을 가지고 수익을 내면서 여기서 '공공재'의 성격을 기존의 자본가들처럼 '사유재'로 치부한다면, 자본주의의 미래는 1대99가 아니라 0.000001대 나머지가 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지금 우리가 이 지경에 이른 대에는 군사주의와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인한 '비판적 사고력'과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부재한 채 이 사회를 유지시켜 온 시스템 안에서 잘 살아온 이들 때문이리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에는 바로 저를 포함해 우리들이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또한 군사주의와 자본주의는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1960년대 박정희 정권 시절 한국으로 유입된 미군의 자금 흐름과 양을 따라가면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이 만들어 낸 문화가 비판적사고력과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의 행동을 제약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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