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정권의 코드에 맞춰 의도적으로 방송한 것이다' 등 온갖 음모론이 나오고 있는데요. 근거 없는 주장들은 배제하고 보더라도 문제가 심각해보입니다. 8월 15일, 광복절이 가지는 의미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알 것입니다. 하지만 이 날 기미가요가 담긴 연극이 공영방송 KBS를 통해서 방송이 되었다는 건 어느 누구도 게이트 키핑을 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 '이렇게 하면 큰 일 난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KBS에서 방송을 결정할 인물 중 한 명도 없었다는 뜻입니다. 그 과정엔 교양프로그램인 '역사저널 그날'의 진행자조차 주무르려는 이들의 영향도 있었을 겁니다. 자유로운 제작환경조차 갖춰지지 않는데 방송 편성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겠죠. 사장까지 나서서 사과를 하면서 수습을 하려는 모양새이지만 정권이 내리꽂은 사장이 KBS를 어떻게 망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또다른 케이스라고 봅니다. 비단 한 차례의 충격적 사건으로 볼 게 아니라 공영방송이 어떻게 망가질 수 있는지의 관점으로 봐야할 것 같네요.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쳐 공영방송이 망가진 게 뼈아픈 이유는 '망가지는 건 금방이어도 정상화 시키는 건 한 세월이 걸린다'는 걸 눈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공영방송은 언제쯤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윤석열 정부 5년간의 언론 환경 퇴보는 몇 년의 시간을 거쳐야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