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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향해 나아가는 용기 (2024 한국의 대화 참여 후기)
사람은 하루에 평균 1만 3천개의 단어를 사용한다. 어떤 단어들은 물 흐르듯 자연스레 흘러나오고, 또 어떤 단어들은 오랜 망설임 끝에 선택된다. 단어의 연결은 문장을 만들고, 문장은 대화로 이어진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단어 꾸러미를 매만지면서 나를 드러내고 타인을 연결하지만, 여태껏 서로의 진심을 여는 열쇠는 찾아내지 못했다. 지역과 이념, 정치적 성향, 젠더의 경계에서 우리의 언어는 쉽게 날카로워지기 때문이다. 내게 한겨레와 사회적협동조합 빠띠가 진행한 ‘한국의 대화’는 신선한 도전이었다. 나와 의견이 다른 타인과 마주 앉는 경험은 분명한 도전이었다. 이 대화의 끝이 분노일지, 친교일지는 예측할 수 없었다. 빠띠는 선한 목표를 안내했다. 그들은 대화의 의미를 서로의 생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찾았다. 대화 시간은 90분. 상대는 무작위 배정이었다. 30대 남성인 나는 60대 남성과 연결되었다. 나는 MBTI로 자기소개를 시작했고, 그는 자신의 지난 삶과 하루치의 노동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우리가 중점적으로 나눈 대화 주제는 두 가지였다. - 노키즈존이 어린이에 대한 차별일까요? - 역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그와 나는 처음부터 의견이 갈렸다. 그는 한일관계의 뿌리 깊은 감정 문제를 이야기했고, 나는 당장 마주한 현실의 한계를 언급했다. 그는 노키즈존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나는 노키즈존을 차별적 시도라고 정의했다. 대화를 시작한 지 10분 남짓. 우리가 발견한 것은 차이였다. 차분히 그의 생각을 물었다. 그는 전문적으로 술을 판매하는 곳에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것은 교육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노키즈존이 확대되어야만, 청소년을 유해한 시설에서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키즈존을 다른 세대를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사회적 장치로 이해하고 있었다. 우리는 노키즈존의 본래 의미를 공유했다. 그리고 혹시 우리 사회에 구역 짓기가 필요한 영역은 무엇일지 논의했다.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서, 혹은 지켜내기 위해서 이루어지는 구별은 긍정할 수 있을지도 함께 토론했다. 그는 내게 왜 일본과의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나는 이 문제를 산업 현장에서 바라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만약 누구라도 자신의 생계가 달려있었다면 응답은 달라졌을 거라고 말했다. 그는 차분히 들었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차이를 발견한 우리는 새로운 질문으로 나아갔다. 빠띠가 제시한 ‘역사 문제 해결’의 기준은 무엇이어야 할지, 각자의 입장과 생각을 나누었다. 대화를 시작한 지 90분 남짓. 질문은 풍성해졌고 시선은 다양해졌다. 만약 우리가 서로의 답변만 들었다면, 상대에게 조금 더 설명을 부탁한다고 묻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나는 기성세대의 편협한 시선을 지적하고, 그는 청년세대의 당돌함을 지적하며 오직 이기기 위한 논리적 투쟁을 펼치지 않았을까. 매년 나와 닮은 사람, 같은 입장의 사람으로 세계가 채워진다. 작은 성취를 쌓을수록 나의 시선은 더욱 확고해졌다. 누군가와 끈질기게 대화하는 경험을 잃은 내게 '한국의 대화'는 신선한 자극이었다. 의견이 다른 기성세대와 만나 90분간 소통했던 경험은 한 가지 사실을 일러주었다. 주장이 상대를 끌어당기는 힘이라면, 대화는 상대를 향해 나아가는 용기라는 점이다. 두 세대에게 새로운 용기를 전해준 '한국의 대화'에 감사를 전한다.
202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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