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 해 실험실 동물 500만 마리 가까이 희생. 이대로 괜찮은가
“끼이이이이이익” (손톱으로 유리창을 그으는 것 같은 소리) 토끼가 약물을 주사 받고 너무 고통스러워 내는 비명소리이다. 온순하고 조용하기만 한 것 같은 토끼가 이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일반 사람들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공간인 동물실험실. 여기서 일어나는 생명의 희생을 줄여 나갈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매년 늘어나는 실험동물 희생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매년 국내 실험동물 시설에 대한 실태조사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이는 동물실험윤리제도가 도입, 시행이 된 2008년 이후 동물보호법에 근거하여 매년 발표 되어오고 있다. 가장 처음 실험동물 통계가 발표된 2008년 기록에 따르면 그해 76만 마리의 동물이 희생된 것으로 나타난다. 그 후 이 수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며 가장 최근 발표된 2022년 자료에 따르면 499만 마리가 실험으로 희생되었다. 실험에 쓰인 동물의 종으로는 마우스, 랫트와 같은 설치류를 비롯하여 토끼, 원숭이류, 개, 고양이, 돼지, 소와 같은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 등을 포함한다. 우려되는 수치는 가장 극심한 고통이 야기되는 실험인 고통등급 E에 이용된 동물 수 또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에는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고통스러운 화학물질 등에 노출이 되어도 진정제 또는 통증완화제가 주어지지 않고 약물에 대한 상처 등의 반응을 보이거나 죽음에 이르는 실험에 이용되었다. 동물실험이 늘어나는 것은 동물실험을 하는 시설이 늘어나는 것과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동물실험을 실시하는 기관에서는 설치하도록 되어 있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수를 보면 2020년 449개소 설치, 2021년 481개소 설치, 2022년 517개소 설치로 늘어나고 있다. 실험실에 한번 들어간 동물은 살아서 나가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럼 실험동물의 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동물이 있는 실험실의 수도 줄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동물이 없는 실험실이라면 어떻게 실험과 연구를 진행한다는 것일까.  동물이 없는 실험실, 대안은 무엇인가 동물실험에는 3R 원칙이 있다. 실험동물을 대체(Replacement) 하고, 실험되는 동물의 수를 감소(Reduction) 하고, 실험 과정에 있어 고통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개선(Refinement)이다. 이 3R 원칙은 1959년에 러셀과 버치에 의해 처음 소개가 되었고, 동물실험을 하는 관계자라면 꼭 숙지해야 할 원칙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동물보호법과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에도 ‘대체하고, 최소한 동물을 사용하고, 고통을 덜어주어야 한다’는 내용의 3R 원칙이 명시되어 있기도 하다.  이 원칙이 만들어진 63 년 전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과학기술의 혜택을 상상도 하기 어려울 때였다. 물론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동물의 수를 줄이고 복지를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동물을 이용하여 사람의 치료제를 만드는데 종간 차에서 오는 불일치로 인해 동물을 완전히 ‘대체’하는 Replacement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과학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동물을 완전히 대체하는 방법은 실제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사람의 세포를 배양하여 시험물질이 사람의 피부에 닿을 시 반응을 살펴보는 방법, 사람의 줄기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하여 실제 장기 기능과 유사한 특징을 가지는 오가노이드(장기유사체) 기술이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예시이다. 또한 USB 크기 정도의 칩에 사람에서 유래한 세포를 배양하여 혈액이 흐르는 혈관 등과 같이 실제 사람의 신체를 모사하는 구조를 만드는 장기칩(organ-on-a-chip) 기술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장기칩은 여러 개를 연결하여 여러 장기가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반응을 연구할 수 있는 멀티장기칩(multi-organs-on-a-chip) 기술 연구도 활발하다. 그뿐만 아니라 컴퓨터 모델링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화학물질의 성질 분석 및 인체 독성에 대한 예측 등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이러한 대체시험 방법은 국제적으로도 인정이 된 사례도 있다. 독성평가에 있어 글로벌 표준시험법을 제공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실제로 사람 유래 물질을 이용한 피부, 눈 등에 대한 독성 자극 시험법을 개발하고 과학적인 검증을 하여 이러한 방법이 활용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동물대체시험방법의 개발과 활용을 촉진하는 새로운 법이 필요한 이유 2013년~2015년은 국내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 법안 통과를 위해 국내 기업과 시민들의 관심이 가장 높았던 시기이다. 유럽연합에서 화장품에 대한 모든 동물실험 금지가 시행되며 유럽으로 수출을 앞둔 국내 화장품 기업은 동물실험을 안 한다는 인증을 받기 위해, 소비자들은 동물실험을 안 하는 브랜드를 찾고자 동물보호단체에 문의를 했다. 화장품은 기존에 안전성이 입증된 수많은 원료들로 제품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도 새로운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소비자는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이 된 직접 사용하는 제품을 고를 시,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 제품을 찾고자 목소리를 모았다. 그렇게 해서 화장품법이 개정되며 예외 사항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하지만 정작 동물실험이 많이 이루어지는 산업과 연구 분야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화장품에 관련된 동물실험에 대해서만 제한을 하는 법안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화학물질에 대한 등록을 위해 안전성과 독성 평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이 2015년 시행되며 등록을 위해 동물실험을 새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화학물질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여러 독성 시험을 한 자료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동물실험을 요구하는 법은 비단 화평법 뿐만이 아니다. 농약관리법, 산업안전보건법,  의료기기법, 의약품의 규격과 기준을 고시하는 약전, 화학제품안전법 등 여러 소관 부처의 다양한 법률이 있다. 법률 외에도 연구, 개발을 위해 동물실험을 수행하는 교육, 연구기관을 지원하는 것은 국내 대부분의 정부기관에서 예산 지원을 하고 있다. 동물보호법(농림식품부 소관)과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식약처 소관)에서는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를 명시하고 있지만 이 문구는 현장에서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동시에 사람의 세포를 배양하여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인체조직 모델을 이용한 방법과 같이 실제로 대체시험방법이 개발되어도 이를 활용할 인프라가 부족하여 정작 현장에서 활용이 안 되고 있는 문제점이 생겼다. 오가노이드, 장기칩의 경우 이러한 기술을 이용하여 만들어낸 시험 자료를 정부측에서 검토를 하고 승인을 하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어야 지속적인 연구와 활용이 이루어질 텐데, 이에 대한 준비를 하는 컨트롤 타워 부재의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이 와중에 해외 제약회사에서는 장기칩 기술을 이용하여 약물 후보 물질을 평가할 정도로 글로벌 산업계에서는 동물실험을 대신한 방법을 이용하기 위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2022년 12월 미국 현대화법(Modernization Act) 통과를 통해 세포 기반의 시험법 또는 컴퓨터 모델링 등의 동물실험 대체 방법을 이용해 새로운 약품의 안전성이나 효능을 평가받는 것이 가능 해졌다. 동물실험을 한 결과만 받는 것이 아니라 그 외의 대체 방법을 이용한 결과도 정부에서 검토를 하겠다고 공식화한 것으로 인해 대체 기술의 개발과 활용 분야가 활발해질 수 있는 획기적인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동물실험 결과의 부정확성과 오랜 시간이 걸리는 어려움 등을 해소하기 위해 이미 첨단 기술의 활용을 넘보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관련 업계가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연구자들은 동물실험 결과의 한계를 극복하고 첨단 기술을 이용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한국에서도 동물대체시험 기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국내의 현황과 해외의 흐름을 반영하여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 보급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2020년 발의되었다. 약 3년여간 국내 관련 업계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고 부처들과 이야기하며 한국에서도 동물대체시험방법 개발과 이용까지 모두 촉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 마련 및 체계적인 연구 지원과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지원을 할 수 있는 법적인 체계 필요성이 논의되었기 때문이다. 법안의 중요성과 필요성으로 인해 2022년에는 유사한 법안인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 보급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이어서 발의되었다. 법률안의 주요 내용 ▲ 동물대체시험법이란 첨단 기술 등을 이용하여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나 동물 수를 감소시키는 방법으로 정의 ▲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관계 중앙행정기관과의 장과 협의를 거쳐 동물대체시험 활성화를 위한 5년 기본계획 수립 ▲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보급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사항 심의를 위해 동물대체시험법 활성화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설치  ▲ 한국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KoCVAM) 운영의 법적 근거 마련 지난 5월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첨단전략산업위원회에서는 오가노이드를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신규 지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바이오 기술은 연구·개발을 위한 지원뿐만 아니라,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규제 정부기관에서 실제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데이터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실제 현장에서 활용이 되어야 한다. 동물대체시험법 촉진을 위한 제정 법안은 관련 부처와 관계 기관들이 이러한 장기적 전략과 계획을 논의할 수 있는 위원회 운영을 명시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러한 신기술 도입과 활용을 위한 체계 수립의 필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책 없이 늘어나고 있는 실험동물 수에 대한 해결점을 제시하고 사람에 대한 예측이 높은 대안 방법을 만드는 기술을 활성화하는 동물대체시험법 촉진을 위한 제정법안 통과로 사람과 동물 모두를 위한 윈-윈 법안이 하루빨리 만들어지길 바란다.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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