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마주한 질문'들']탈탄소화 전환과 지역의 과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실천했던 노회찬 5주기를 맞이해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 불평등 심화 등 복합위기의 시대에 우리가 마주한 ‘질문’들을 나누며, 한국 사회를 진단하고 진보적인 대안을 고민하는 자리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심포지엄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번 행사는 노회찬재단 공식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됩니다👉심포지엄 안내 보러가기 http://hcroh.org/notice/462/ 탈탄소화 산업전환과 지역의 과제 남종석(경남연구원 연구위원)   1. 글로벌 공급망의 교란, 기후위기, 한국경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장기침체 국면에 진입했다. 1980년대 이후 세계경제성장을 추동한 힘은 진전된 무역자유화와 자본 이동성의 증대였다.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를 통해 선진국 기업들은 자유롭에 역외투자를 실행하면서 신흥시장이 성장했으며, 교통혁명 및 통신혁명에 힘 입어 세계 경제는 점점더 상호의존적이 되고 공급망(supply chain)을 통해 공급비용은 크게 감소했다. 특히 1990년대 중국의 개방화와 함께 세계의 공장이 되면서 글로생 경제는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2009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장기 침체 국면으로 진입했다. 주요국들은 양적완화, 제로금리 정책 등 비전통적인 거시경제 정책을 통해 총수요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려야 했다. 그 와중에 코로나19 위기가 폭발하면서 세계경제는 동시에 셧다운이 되었으며, 이는 다시 중앙은행의 발권을 통한 경기부양을 하도록 만들었다. 더불어 중국경제의 급속한 성장,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증대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뤄지면서 세계는 점차 경쟁하는 진영간 갈등으로 균열되고 있으며 군사적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의 성장을 견재하기 위해 첨단산업(ICT, 바이오 등)과 미래자동차 산업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시도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은 균열되고 있으며 핵심소재의 확보, 기술적 지대의 독점, 진영내 공급망 구축 등을 위해 무역장벽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는 공급비용을 높여 비용인상형 인플레이션의 조건이 된다. 더불어 기후위기로 인한 주요국들의 대응이 강화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이대로가 면 비가역적인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탈탄소화를 강제하며, 산업-수송체계-건물 등 산업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발전산업의 경우 국가에 따라 태양광발전은 전주기 균등화 원가에서 석탄이나 원자력 발전비용보아 낮아진 곳도 있지만 한국처럼 그와 같은 원가인하고 녹녹하지 않은 국가도 있다. 또한 자동차-조선-항공-건설기계 등 동력이 필요한 모든 곳에서 탈탄소화는 일정에 올라있다. 철강와 석유화학 같은 탄소배출 비중이 큰 산업은 원천기술의 변화(수소환원제철)와 새로운 소재개발(코발트, 니켈, 흑연, 희토류 등의 공급망 구축 등)이 중요한 과제로 요구된다. 이에 적극적으로 적응하는 국가들은 새로운 시장을 주도할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화선연료 기반 설비의 좌초자산화로 세계시장에 퇴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불어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모든 산업에서 필요한 신기술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이와 같은 동력체계의 변화는 제품의 기술적 기반, 생산과정 전체의 변화를 요구한다. 포괄적으로 보아 탈탄소화 전환은 한편으로 새로운 기술혁명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기존 산업에서의 비용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2. 한국경제와 지역산업의 탈탄소화 한국경제는 지난 50년간 눈부신 성장을 지속해왔다. 세계시장에서의 점유율을 꾸준히 증가시키면서 한국은 1944~2015년 사이 1인당 GDP 성장률과 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의 성장률이 가장 큰 국가가 되었다. 2005년~2018년 사이 동유럽 국가들을 제외하고 OECD 국가 중 노동생산성 상승률이 가장 높은 국가이며 이스라엘과 함께 실질임금 상승률도 가장 높은 국가였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세계경제의 정체 및 무역수요의 증가율 둔화와 함께 한국경제의 성장률도 꾸준히 하락했으며, 2019년 이후 세계경제성장률을 밑도는 ‘선진국’이 되었다. 더불어 한국은 탄소배출 비중이 높은 중후장대형 중화학공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탈탄소화 전환의 과제가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는 동시에 위기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위기라고 한다면 그것은 탈탄소화는 더 많은 비용의 청구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대규모의 태양광발전단지를 조성하기에 적합하지 않고, 해상풍력을 확대할 수 있지만 ‘바람의 질’이 그렇게 좋은 지형을 갖고 있지도 않다. 더군다나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필용성을 느끼지 못하는 집단이 집권을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투자(태양광발전관련 금융부실 조사)를 억제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비중도 주요국에서 가장 작고, 관련 제도의 전환도 지체되고 있다. 기업들은 한국에서 신재생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한다면 해외직접투자를 통해 생산경로는 변경시킬 것이다. 이것은 한국 핵심 제조업의 탈산업화(역외 이탈)를 의미한다. 이미 현대자동차,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들이 해외직접투자 비중을 비약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 RE100이 무역장벽을 강화시키는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미국은 한국보다 이에 훨씬 앞서 있으며, 동시에 이를 무역 규제의 수단으로 사용하겠다고 천명한 상황이고 로드맵도 구체화되어 있다. 한국은 수출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현 정부는 원전에 맹목이다. 기회 요인도 있다. 한국 제조업은 첨단산업(ICT분야)과 중후장대형 중화학공업(조선, 석유화학, 철강, 기계산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ICT분야가 발전되어 있어서 한국 제조업의 디지털전환은 다른 경쟁국들에 비해 결코 경쟁력이 뒤처지지 않는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현대자동차의 전기자동차, 수소자동차 경쟁력은 테슬라를 바짝 추격하는 수준이다. 어떤 부분에서는 더 좋다. 전기자동차에서 현대기아차는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 강국인 독일과 일본과 비교해서도 뒤처지지 않는다. 중화학공업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중국에 거의 추격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조선산업에서 환경기준 강화(온실가스 규제 강화: 탄소,이산화황 등)로 인해 LNG 추진선 및 LNG벙커링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면서 조선업을 다시 살리는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서 한국은 높은 경쟁우위를 나타낸다. 발전산업의 경우 가스터빈제조, 풍력터빈제조에서 한국은 추격자이지만 기술적 격차가 크다고볼 수 없다. 두산중공업은 이 분야에서 신규주자이지만 기술진보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에서는 기계산업 및 철강산업, 소재산업이 동시에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발전산업에서 요구하는 주요 소재를 국내에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어서 성장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다만 발전산업의 경우 그동안 국내수요가 부재했기 때문에 ‘실행을통한 학습’을 매개로 한 기술역량 축적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고, 이것이 지멘스나 GE, 미츠비시 등 주요 경쟁기업들에 비해 기술적으로 뒤처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1990년대 이후 포스코는 고부가가치 철강 생산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철강산업의 탈탄소화의 기술표준을 선도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 해결해야할 기술적 과제가 많으며, 갈탄보다 수소공급 비용이 크기 때문에 비용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종합적으로 말해 탈탄소 산업전환은 중화학 공업의 탈탄소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우연하게도 이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기술적인 선두주자이다보니 탈탄소화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다시 새로운 동력체제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 되며, 저가격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낼 수 있는 기회요인이기도 하다. 동남권은 앞서 논한 한국 중화학 공업의 중심지이다. 포항(제철산업)-울산(경주 포함)-부산-창원(김해 포함)-사천-여수광양으로 이어지는 단지에는 제철산업, 석유화학산업, 자동차산업-기계산업(발전산업)-조선산업 중심지다. 중국경제의 부상, 중위기술산업에서의 경쟁우위 약화, 전세계적인 동반침체, 업황주기 등이 겹치면서 이 지역은 지난 10년동안 제조업 음의 성장을 지속해 왔다. 그에 따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층 인구 유출도 지속되어왔다. 최근 동남권 제조업이 조금씩 살아나는 데는 조선산업이 부활하면서 철강수요 증대, 기계(부품)산업 수요 증가, 금속산업(2차금속)이 동반 증가하기 때문이다. 앞서 썼듯이 조선사업은 국제해사기구의 온실가스 규제 강화에 따른 것이다. 발전산업의 탈탄소화는 두산중공업 등의 침체를 이끌었지만 동시에 수소혼소터빈 개발-풍력터빈 개발 등을 통해 두산중공업은 미래성장 분야를 새롭게 개척하고 있다. 포스코는 음극재, 양극재와 같은 배터리 핵심소재 생산을 통해 미래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탈탄소화는 동남권 산업의 구조고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상풍력수요 증가는 부유체 시설, 플랜트, 터빈, 타워 등의 수요를 증가시키며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탈탄소화 전환이 산업적으로 동남권의 새로운 성장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3. 무엇을 할 것인가 산업측면에서 탈탄소화는 새로운 기술혁명을 요구한다. 1찬 산업혁명은 석탁의 산업활용과 함께 시작되었고, 2차 산업혁명은 석유의 사용과 함께 성장했다. 디지털화를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지만 정확히 말해 그것은 3차 산업혁명(정보통신혁명)의 급진화라 할 수 있다. 반면 탈탄소화는 새로운 동력체제에 의한 제품, 제조과정, 에너지 체제 전체의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에 4차산업혁명이라 할 수 있다. 현재는 산업의 디지털전환과 탈탄소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국면이다. 그리고 지구온난화가 지구생태계에 가하는 위협은 비가역적인 것이기 때문에 탄소배출을 줄이는 요구는 인류전체의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그러므로 급진주의자들은 다음과 같은 현실주의적 관점을 지녀야 한다고 판단한다. 첫째, 근본주의 태도를 버려야 한다. 필요하다면 태양광 발전단지를 대규모로 조성하기 위해 개발이 제한된 숲의 일부를 용도변경할 수 있다. 녹지는 국내 정책으로 조성할 수 있지만 지구온난화는 비가역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어떻게든 이에 대응해야하기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은 위험하니 신규 확대는 금지하고, 태양광발전시설은 녹지보호를 위해 제한하며, 화석연료발전은 탄소배출의 주범이기 때문에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그럼 전기는 어디서 오나! 둘째, 토건주의/대기업 비판도 가려서 해야 한다. 해상풍력이든, 육상풍력이든 대규모 단지 조성은 대규모 토건 사업과 맞물려 있으며 대기업의 참여도 필수적이다.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조성은 엄청난 규모의 투자(1GWH 설비에 약 6조원 투자)되며 REC 포함 발전단가는 매우 높다. 건설과정에서 대기업(글로벌 기업 포함)의 엄청난 이윤창출 기회를 준다. 그래도 해야한다. 대기업을 적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그들이 탈탄소화 산업, 건설에 투자하도록 이윤 기회를 주되, 공공이 관리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토건이 나쁜게 아니고 이를 통해 경제가 성장하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니다. 반대가 능사가 아니라는 말이다. 셋째 비용의 지불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의 경우 태양광 발전시설이든, 풍력이든 발전단가가 화석연료 발전이나 원전보다 비싸다. (원전의 경우 ‘전주기 발전단가’가 태양광발전보다 낮지는 않을 것이다. 고준위 폐기물 처리 비용 및 원전이 지닌 잠재적인 비용까지 고려하면 그렇다. 그러나 현재 원전을 통한 전기 보급 가격에는 이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당연히 발전공기업이 전기를 공급한다고 해도 국가든, 개인이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세금으로 하든, 직접 전기료로 하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야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릴 수 있고,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발전시설을 단기적으로, 장기적으로 폐쇄하거나 대폭 축소할 수 있다. 모든 것을 국가 책임으로 물어서는 안된다. 국가 책임을 묻더라고 결국 가계가 세금을 내는 주체이기 때문에 가계의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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