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인공지능의 시대, 인류가 살아남으려면?

202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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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생태계의 변화를 꿈꾸는 교육활동가

5월 23~24일, 런던에서 개최한 ‘미래 공중전투 및 우주역량 회의’에서 미 공군 관계자가 AI 드론이 지상의 인간 조종자를 ‘임무 수행 방해물’로 판단한 끝에 폭격해 살해하는 가상훈련이 있었다는 것을 언급했습니다. 이 실험은 가상으로 진행된 것이어서 실제로 사람이 다치거나 죽은 것은 아니지만 군사 장비에 인공지능(AI)를 적용하는 것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어 타임지는 ‘The End of Humanity(인류의 종말)’이라는 6월 2일자 특집호를 발간했는데, 그 기사에서는 비영리단체 ‘AI안전센터(Center for AI Safety, CAIS)’에서 발표한 ‘AI 위험에 대한 성명서(Statement on AI Risk)’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성명서는 ‘AI로 인한 멸종 위험을 완화하는 것은 전염병 및 핵전쟁과 같은 다른 사회적 규모의 위험과 함께 전세계적으로 우선 순위가 되어야 합니다.’라는 짧은 성명서였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ChatGPT를 개발한 오픈AI의 CEO 샘 올트먼, MS사의 CSO 에릭 호비츠, 구글의 딥마인드 COO 릴라 이브라힘, 딥러닝을 개발해 인공지능 분야를 개척한 토론토 대학의 제프리 힌튼 교수, 빌게이츠 등  350명이 넘는 세계 AI전문가, 언론인, 정책가들이 서명했습니다. 

출처) Center for AI Safety 홈페이지


이렇듯 전 세계가 인공지능(AI)으로 인한 중요하고 긴급한 위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고,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극복하려고 다각적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의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여 마침내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게 되는 ‘싱귤래리티(Singularity, 특이점)’가 가까이 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싱귤래리티’ 개념을 발전시켜 온 구글의 AI분야의 고문직을 맡고 있는 미래학자 레이먼드 커즈와일은 2005년에 발간한 저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라는 책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합친 것보다 강력해질 시점을 2045년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출처) Pedia


새로운 문명, 인공지능으로 급변하고 있는 지금 시대에 우리나라 교육계는 아직도 수능 킬러 문제의 담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씨름하고 있으니 답답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싱귤래리티(특이점)가 도래하는 세상을 살아갈 우리들과 다음세대를 위해 우리는 어떤 교육을 해야 할까요? 이를 위한 시사점을 주는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드는 법, 8가지를 제시한 이지성 작가의 책 <에이트>의 내용을 소개할까 합니다. 


1. 디지털을 차단하라. 

애플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는 자녀들에게 아이폰과 아이패드 같은 IT기기를 전혀 주지 않았고, MS의 빌게이츠도 자녀들에게 14살까지 IT기기를 금지 시켰다고 합니다. IT기기를 차단할 줄 아는 사람들이 IT기기를 접촉할 시간에 독서와 사색을 하고, 예술과 자연을 접하고, 다른 사람들과 진실하게 교류하면서 자기 안의 인간성과 창조성을 발견하고 강화해 간다는 것입니다. 

2. 나만의 평생유치원을 설립하라.

한 분야에서 창조적인 성취를 이룬 사람들의 유년 시절을 살펴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게 몬테소리 유치원입니다. 몬테소리 교육의 창시자, 마리아 몬테소리의 교육철학의 핵심은 ‘자유’, 몰입’. ‘성취’ 등의 가치를 내면화하고 실천하는 아이가 창조적 인재가 된다는 것입니다. MIT 미디어랩의 ‘평생유치원’에서는 청소년과 성인으로 하여금 유치원 시절 자신이 습득한 학습 방식(상상-창작-놀이-공유-생각)을 다시 경험하게 함으로써 유년 시절 자신의 내면에 충만했던 공감 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을 회복시키고 있습니다. 

3. 노잉을 버려라. ‘비잉’하고 ‘두잉’하라.

하버드 의대 경영대학원의 교육개혁은 교과서와 강의가 사라지고 새로운 지식과 기술의 창조나 기존 지식과 기술의 혁신을 유발하는 공감능력을 기르는 목적으로 하는 대화 위주의 토론 수업인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을 하고 있습니다. MIT 행동과학연구소에서 발표한 ‘학습 피라미드’에서는 주입식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강의 내용을 5%밖에 기억하지 못하지만 학생들끼리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수업 즉 서로가 서로를 가르치는 형태의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수업 내용을 90%이상 기억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4. 생각의 전환, 디자인 씽킹하라.

‘생각을 디자인한다’는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은 ‘1단계, 공감하기→  2단계,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기→ 3단계,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 내기→ 4단계, 시제품 만들기→ 5단계, 시험하고 검증하기’로 구성됩니다. 디자인 씽킹을 전파하고 있는 스탠포드대 래리 라이퍼 교수는 “한국 사회의 ‘틀’을 깨뜨리지 않는 한 제 아무리 디자인 씽킹을 열심히 배워봤자 창조적 공감을 할 수도, 창조적 혁신을 일으킬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는 한국 사회가  ‘1) 부모는 자녀가 안정적인 길만 가기를 바라고 자녀는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특유의 가족 문화 때문이다. 2) 사고가 학교 교육시스템의 틀 안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3) 자신의 내면에 이미 창의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4) 창조적 인재가 되겠다는 절박한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5) 공감과 대화에 기반한 협력 문화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했습니다. 

5. 인간 고유의 능력을 일깨우는 무기, 철학하기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을 창업한 피터 틸은 빅테이터 분석 기업 ‘팬런티어’을 창업하면서 철학자인 엘릭스 카프를 CEO로 앉혔습니다. 그는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의 질문에 “오직 철학!”이라고 말했습니다. 철학적 사고는 문법학, 논리학, 수사학으로 기를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내 생각을 글로 쓰고 나누는, 즉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수사학’을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글쓰기’에 중점을 두고 이를 통해  1) 깊게 생각하는 능력, 2) 생각(논리)을 정밀하게 다듬는 능력, 3) 생각(논리)을 알기 쉽게 표현하는 능력, 4)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합니다. 

6. 바라보고, 나누고 융합하라.

예일대 의대는 의대생들이 미술관을 가서 미술 작품을 정밀하게 관찰한 뒤 이를 다른 학생들과 나눕니다. 이는 단순히 의학 지식과 기술만 습득하여 환자를 기계처럼 대하는 의사가 아니라 환자와 창의적으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의사로 기르기 위함입니다. 미국과 유럽의 사립학교들은 아직 배우지 않은 어떤 역사적 사건의 결말을 상상하게 하고 이를 글로 쓰고 발표하게 한 뒤, 진짜 역사의 결말과 비교해보게 하는 역사와 문화를 융합한 교육으로 공감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을 크게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가지고 있지 않는 윤리 도덕적 판단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윤리, 도덕적 문제의 본질적인 부분을 다루는 문학, 철학 등과의 융합교육을 해야 합니다. 

7. 문화인류학적 여행을 경험하라.

세계 수재들이 선택한다는 2014년에 개교한 미네르바 대학은 교육과정 4년동안 여러 도시들을 거주하면서 현지 문화와 산업을 배우면서 학습합니다. 이러한 문화인류학적 여행의 본질은 ‘현지에 얼마나 오래 있었느냐’가 아니라 ‘현지인들과 얼마나 밀접한 인간관계를 맺었느냐’, 그리고 ‘이를 통해 자신을 얼마나 바꾸었느냐’ 입니다. 그렇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연결하는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이 문화 연결 능력은 인공지능이 절대 가질 수 없는 것입니다. 

8. ‘나’에서 ‘너’로, ‘우리’를 보라

인공지능 선진국들은 ‘봉사’를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드는 교육의 핵심 중 하나로 삼습니다.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는 인간 고유의 능력을 갖기 위해서 내 안의 인간성 자체에 집중할 때 얻어집니다. 나만 아는 인간에서 너와 우리를 아는 인간으로 성장할 때 얻어집니다. 이것은 나보다 낮은 자리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을 위한 삶을 사는 것입니다. 내 삶의 한 부분에 기부, 봉사, 인권이 있어야 합니다. 만약 인류사회에 이것이 없다면 약육강식의 원칙이 지배하는 동물의 세계와 같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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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영 비회원

정말.. 깊이 생각하고 현장에 적용할 가치가 있는 글입니다.

김재호 비회원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다른 사람 (특히 교육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글입니다. 샬롬!

19세기 말부터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기술에 대한 숭배/신격화가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AI에 대한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을 만들고 사용하는 인간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