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과 대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공론장이 원활히 작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주요한 공론장의 일원인 학계와 언론의 역할을 중심으로 그동안의 노력과 성과, 한계 그리고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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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포털 함정에 빠진 한국언론
‘쓸데없이’ 세상을 시끄럽게 한 조선일보의 ‘노동자 분신방조 의혹’ 오보 사건. 사람들은 전통저널리즘 ‘조선일보’를 욕하지만,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이 기사는 ‘조선일보’이지만 조선일보가 아닌 자회사 조선NS, 즉 ‘포털-조선일보’의 기자가 쓴 것이다. 이번 사건은 포털 함정에 빠진 한국언론들이 빚어내는 수많은 웃픈 사건들의 한 사례에 불과할 뿐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포털이 지배하는 한국사회 공론장에서는 이처럼 사이비 뉴스들들이 빠르게 무더기로 생산되면서 시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진지한 정책뉴스들을 은폐해 버리는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한국언론은 뉴스상품쓰레기장으로 전락한 포털플랫폼 생태계에 갇혀서 허욱적 거리며 종말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2. 포털공론장의 ‘언론 착오’와 집단적 마비상태
1) ‘뉴스상품 시장터’에서 ‘언론’을 찾는 해프닝
포털은 언론이 아니다. 포털은 ‘뉴스상품 시장터’일 뿐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은 이윤추구 목적으로 개별 언론사들의 뉴스들 모으고 상품화함으로써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관심경제 상행위를 하고 있을 뿐이다. 포털뉴스 ‘시장’에서는 당연히 많이 팔리는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할 만한 선정적이고 유혹적인 상품 만들기 경쟁이 가열된다. 현행의 국내 포털뉴스플랫폼은 뉴스상품을 사고 파는 지극히 상업적인 공간이 명백한데도 거기에서 언론을 찾고, 더욱이 포털시장 상인더러 언론 역할을 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착각과 혼동의 자가당착에서 나온 이러한 해프닝은 당연히 아무런 생산적인 결과를 낳지 못하고 있다.
2) 집단적 의식 마비 상태
매클루언(McLuhan, 1964)은 <미디어의 이해>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미디어 기술에 마취되는 ‘나르시스트’의 ‘감각마비’ 상태를 경험한다고 했다. 포털이 전통적인 언론의 가치와 관행, 사고방식에 어떤 정신적 영향을 미칠지 의식하지 못하고 기자들은 이전에 하던 대로 취재 보도를 하되, 포털을 통한 뉴스유통망이 확대됐을 뿐이라고 착각한다. 지금까지 뉴스를 편집 인쇄했던 신문의 유통망이 확장된 정도로 여긴다. 그래서 처음부터 내내 뉴스상품유통 시장이었던 뉴스포털을 ‘언론’과 구별하는 의식적인 노력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포털뉴스와 언론을 동일시한다.
포털플랫폼 생태계안에 살고 있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는 정치권력과 시민들 또한 사실은 ‘포털적 사고’ 즉, 뉴스상품시장 논리에 따라 사고하고 말하고 있는대도 중요한 정치 이슈를 생각하고 토론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3. 포털-언론 사이비공론장의 비극
1) 정책의제의 실종
포털플랫폼공간에서 정치-정책 기사는 포털뉴스의 상품화 전략에 따라 탈맥락화와 정파화 과정을 겪게 된다. 포털뉴스공간에서는 지엽말단, 파편화, 탈맥락, 가십성 기사들과 공격과 비방, 혐오로 가득찬 정파적 편파기사들이 객관적이고 고유한 정파적 이념적 가치를 함유한 제대로된 중요한 정치-정책 기사를 대체해 버린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탈맥락화한 정치기사를 생산하는 온라인기자들은 물론이거니와 정파적 편향기사를 양산하는 정파적 기자들 또한 다른 사회구성원들과 합리적 의사소통의 길에서 벗어남으로써 분파화한 대중들의 혐오적 공격의 대상되곤 한다. 이것은 포털뉴스플랫폼이 애시당초 정보와 의견, 사상이 자유롭게 교환되는 공론장이 되지 못하고 관심경제에 의해 작동되는 뉴스상품시장터의 속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2) 성찰과 지성의 종말
포털플랫폼은 시장터이자 정치전쟁터이다. 즉각적인 반응, 공격과 반격이 난무하는 정치투쟁의 장이고 모든 것이 속전속결 속도전의 양상을 띤다. 여기에서는 중상모략 약삭빠른 ‘지능’만 경쟁력을 가지고 느리게 성찰하고 사색하는 지성이 자리잡을 여유로운 공간이 없다.
인류의 문제, 인간의 문제, 삶의 문제, 지구적 문제와 같은 장기적인 정책과제가 설 자리가 없다. 중요한 정책과제를 진지하게 다루고 시민을 설득하는 역량을 가진 정치인은 포털에서 아예 주목을 받지 못한다.
신문과 방송의 전통적 뉴스미디어 환경에서 대통령은 제1의 국정과제 의제설정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었다. 포털-소셜미디어 공간에서는 선전선동 포퓰리즘, 선악 이분적 사고, 선정주의, 확증편향, 분열과 혐오 현상이 복잡하게 전개되면서 차분한 정책이슈의 구현의 자리를 대신 차지해 버린다.
3) 혁신의 실종
‘포털플랫폼’에서는 저널리즘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포털 함정’은 포털생태계의 표준화된 뉴스상품시장 논리에 갇힌 언론기업이 진정한 혁신의 노력을 기울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대한민국 언론 치고 ‘포털’에 자유로운 언론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1년 연합뉴스의 포털 퇴출 사건은 연합뉴스 마저도 어느새 포털이 언론사의 존재조건처럼 되었음을 실감케 했다. 연합뉴스의 한 기자는 “포털의 유통망에서 끊기니 봐주는 사람도 없는데 좋은 기사 쓰면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을 정도이다(최영재, 2022). 뉴스상품유통시장의 본질을 가지고 있는 포털이 언론의 생존조건이고 기자들의 실존적 생태적 조건이 되면서 언론들의 뉴스품질은 형편없이 추락했고, 이런 정황에서 기자들은 ‘기레기’라는 멸칭을 듣게 되었다. 의식있는 기자들은 ‘포털과의 전쟁이라도 벌어야한다’고 하지만 한국언론 비즈니스 구조가 포털을 중심으로 짜여진 현상황을 타개할 방편은 그다지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4. 어떻게 할 것인가: 스타트업 대안공론장의 모색
포털에 갇힌 한국언론의 희망은 있는가? ‘포털 함정’을 어떻게 극복하고 초월할 수 있을까? 전통언론사든 시민언론이든 혁신에서 문제해결의 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문제1: “우리 정치 문화, 미디어 소비 양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는 능력, 기제가 중요해졌습니다. 심층의 이슈를 표층의 빠른 해류에 태우지 못하면 소비되고 사장될 뿐입니다.”
문제2: 정책지식생태계란 조어가 지향하는, 구현하고자 하는 실체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이슈의 발굴, 이들의 관심이 투영되는 소통과 토론, 공론의 조성, 이를 통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도록 하는 정책 생산의 기제 구축, 정책 구현에 이르는 과정" 등을 포괄합니다.
1) ‘언론소통장 2중구조 모델 혁신’의 제안
언뜻 한국 언론소통구조가 포털의 지배하에 포털중심의 일원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뉴스상품의 소비구조가 그러한 것이고, 진지한 뉴스, 권력감시 뉴스, 탐사 보도이 이용되고, 사회변화에 미치는 소통구조는 별도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한국의 언론소통장은 ‘뉴스상품소통장’과 ‘뉴스영향력소통장’으로 2중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언론이 지금까지 ‘뉴스상품소통장’의 일원구조의 함정에 빠져서 저널리즘적 위기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라면 ‘뉴스영향력소통장’의 인식과 그것의 확장을 통하여 지금까지의 ‘독과점적 포털생태계’ 의존 구조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 크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은 <혁신기업의 딜레마 The Innovator’s Dileman>에서 혁신을 위해 사업 구분 방식을 강조했다 (Anand, 2016). 여기서는 상업적인 포털을 겨냥한 뉴스상품콘텐츠 사업과 뉴스영향력소통장을 겨냥한 심층적인 정책보도콘텐츠 사업을 구분하고, 두가지 다른 콘텐츠별로 주로 이용하는 고객층을 파악하여 그에 걸맞는 콘텐츠 및 유통, 가격 등의 차별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가령, 뉴스영향력 소통장에서 유통되는 정책보도콘텐츠는 뉴욕타임스의 정책보도처럼 아주 길게 사실충실적(factful)으로 기사를 써서 차별화를 시도해 보는 것이다. 가령, 최근 대구MBC가 “잡지 버금가는 긴 분량의 기사”를 자사의 킬러 콘텐츠로 삼는 콘텐츠의 차별화를 시도한 사례도 있다. (김달아, 2022.8.16.).
@ 뉴욕타임스의 유료화 혁신 사례
- 뉴욕타임스의 유료화 성공은 종이신문 콘텐츠와 온라인 콘텐츠 사업을 구별하고 가격차별화를 시행하되, 두가지 콘텐츠 사업의 가격 번들링 전략에 있었다.
- “(뉴욕타임스의) 페이월의 설계와 철학은 서로 다른 관심사를 고객들을 성공적으로 관리하고 그들이 하는 결정의 연결 관계를 제대로 파악한 대표적인 사례다. 종이 신문 구독자와 디지털 외골수 사이에는 연결 관계가 있다. 구독 의향이 있는 독자와 전혀 없는 독자 사이에도 연결관계가 있다. 칼럼 중독자와 문화 전위주의자 사이에도 연결 관계가 있다. 그리고 독자와 광고주 사이에도 연결 관계가 있다. 이 연결 관계들은 사실 네트워크 효과와 관계가 없지만 사용자 행동에는 영향을 끼친다. 페이월의 성공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연결관계를 인식함으로써 콘텐츠 함정을 피하고, 콘텐츠가 아닌 연결 관계에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Anand, 2016, 130).
2) 콘텐츠 혁신의 길
- 기사가 아닌 독자들의 연결에 답이 있다.
- 노르웨이 유력 일간지 VG의 플랫폼 혁신 사례. 긴급한 사건에 대해 기자 대신 현장과 가까운 사람들이 파악한 실시간 정황을 파악하여 사람들과 공유하도록 온라인 뉴스 플랫폼을 열었다. 독자가 곧 기자가 되어 재난 상황을 실시간으로 글과 사진, 동영상으로 플랫폼을 통해 서로 공유하고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 종이 신문에서 온라인 뉴스를 안정적 패러다임 변환을 이끌었다.
“대형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 스스로 묻고 또 묻게 됩니다. ‘독자들이 서로 도울 수 있도록 우리가 도울 순 없을까?’”
“뉴스가 주가 아니었던 겁니다. 중요한 건 프로그램이었죠”
“사람들에게 전할 이야기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를 묻는 겁니다” (Anand, 2016, 106-108)
3) 공론장 스타트업 생태계
- 미디어 콘텐츠 혁신은 지배적인 주류집단 다수에 의한 것 보다는 대부분 조직내 소수의 자발적이고 열정적인 혁신 집단에 의해 이루어졌다.
- 포털플랫폼도 소셜미디어도 스타트업 벤처에서 시작했다. 크고 작은 다양한 언론스타트업들이 생태계를 형성하고 진화해 나갈 때 정책지식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김달아 (2022.8.16). "잡지 버금가는 긴 분량 기사, 대구MBC만의 킬러 콘텐츠" <기자협회보> 2022.8.16. https://v.daum.net/v/202208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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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9포털이 뉴스상품시장터라는 점, 포털플랫폼 생태계 안의 시민들은 집단적 의식 마비 상태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점에 공감하게 됩니다.
포털-언론 공간에서는 정책의제가 성립하기 어렵고, 성찰과 지성이 존재하기 어렵고, 저널리즘의 혁신이 어렵다는 비판 또한 상당부분 공감하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구조 혁신, 콘텐츠 혁신, 공론장 스타트업 생태계의 조성 등을 말씀하시는 것 또한 유념해서 보게 됩니다.
"포털-언론 생태계의 비극을 넘어서는 스타트업 대안 공론장"의 가능성을 함께 확인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허위사실기사는 처벌해야죠.
문제의 본질은 좋은 저널리즘을 구현할 방법을 고민하지 않는 것에 있다고 느껴집니다. 언론의 역할이 포털에 종속되어 버린 건 포털 뉴스의 편리함도 있겠지만 결국 이용자가 포털 대신 언론사 홈페이지를 찾을 이유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보니 포털에게 휘둘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포털에서 더 많은 클릭을 만들기 위한 방법에 몰두해 저널리즘은 실종되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만들어지고요. 포털을 벗어나야만 좋은 저널리즘 구현이 가능한 것인지,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는 포털의 장점을 이용할 방법은 없는지도 논의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일반 유저들의 입장에서는 포털과 신문사를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를 운영하는 기업에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구분을 해서 안내하는 방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포털뉴스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사이비기사(!표현에 탁,치고갑니다)가 난무하고, 조회수를 위한 자극적인 기사가 더 많이 생겨나고 더 흥하는 것이 정말 문제네요. 무엇이 옳은지, 무엇을 추구해야하는지 시민들이 함께 발라내어야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것을 보고 어떤것에 대해 이야기 나눠야할지 시민들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시민들의 그러한 힘을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떠오르네요
크게 문제의식을 안 갖고 있던 부분이었는데, 확실히 심각한 문제이네요. 제안해주신 해결책들도 실현 가능하면서 실효성도 있는 좋은 방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날 저널리즘은 분명 위기를 맞았지만, 이것이 저널리즘의 종말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희망을 갖게 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기사가 아닌 독자들의 연결에 답이 있다."라는 말에 매우 공감합니다.
'뉴스 시장터'라는 표현에 공감이 됩니다. 이곳에서 자정과 생산적인 토론은 어렵고, 더 자극적이고 빠른 콘텐츠만 소비되는 것 같습니다. 포털 자체도 그렇게 구성이 되구요.
사람들은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뉴스를 보고, 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합니다. 그 니즈를 어떻게 서비스로 풀어낼지가 중요해진 시점 같구요. 쏟아지는 뉴스와 이를 감당할 수 없는 포털의 대안으로, 지금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장소가 있어야 합니다.
포털이 언론을 장악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짚어주셨네요. 언론사들의 뉴스가 포털에서는 상품으로 취급된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한편으로는 요즘 유튜브 같은 1인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시민들의 확증편향이 심각해지는데, 포털을 벗어난 다른 폼에서 어떻게 다양한 뉴스를 접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