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코인을 소유한 국회의원이 문제일까 언론이 문제일까

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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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정치, 시사,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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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에서 보도한 김남국 의원 코인 내용입니다.

코인 거래소 빗썸에 있던 위믹스 코인을 업비트 코인 거래소로 옮깁니다. 그날 오후 옮긴 코인을 개인 클립 지갑으로 옮깁니다. 이 과정은 통상적인 이체 과정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채널A는 코인을 옮기기 1주일 전 빗썸 거래소가 개인 지갑으로 돈을 보낼 수 없도록 막아버려서, 이런 제한이 없는 업비트로 김남국 의원이 코인을 옮기고 다시 개인 클립 지갑으로 옮겼다며 검찰이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금융정보분석원으로부터 김남국 의원의 위믹스 거래 내역 등 자료를 받아 위법 행위를 들여다볼 계획이었지만 법원이 두 차례나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거액의 코인을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의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했습니다. 즉, 소유한 코인을 다른 코인 거래소로 옮기든 개인 클립 지갑으로 옮기든 문제없다는 것입니다. 채널A도 검찰이 김남국 의원이 코인을 옮긴 이유를 밝혀야 하는 이유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모종의 불법이 있었을 것이라는 뉘앙스를 주고자 하는 문장만 있을 뿐입니다.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5월 9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5월 9일

채널A는 김남국 의원의 신고 재산이 11억인데, 코인을 현금화하면 60억이라며 숨겨둔 돈이 얼마냐며 의혹이 폭발했다고 전합니다.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김남국 의원은 현재 투자한 금액에서 남아있는 금액을 평가하면 8-9억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가상화폐 실명제 시행 이전 위믹스 코인 60억을 현금으로 인출했다는 내용 관련해 실명제 직전 현금 440만 원을 대선 기간 1월부터 3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부모님 용돈 용도로 인출했다고 밝혔습니다. 나머지 코인은 말 그대로 이체(거래소에서 개인 클립 지갑으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60억 보유에 대해선 코인 시세가 60억을 찍은 적이 있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현행법상 가상 화폐는 재산 신고나 등록 대상이 아닙니다. 숨겨뒀다고 표현할 수는 있습니다만. 정당을 떠나 불법은 아닙니다. 신고 의무가 없었으니까요. 다만, 이번 김남국 의원 이슈로 가상 자산 보유 내역 신고 법안이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에 따라, 현역 21대 국회의원은 가상 자산 보유 변동 내역을 다음 달 30일까지 등록해야 한다고 합니다. 채널A 주장에 따르자면, 가상 자산 보유 변동 내역이 최신화되어 이전부터 지금까지 보유한 가상 자산이 신고 내역에 새롭게 기재되는 의원들 모두가 돈을 숨겨두었던 걸로 되겠죠. 국민들의 감정법과 상관없이 김남국 의원 입장에선 충분히 억울할만합니다. 다시 한번 지적하지만, 숨겨둔 돈에 대한 의혹 폭발이라는 표현은 매우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채널A는 이 외에도 여러 의혹을 제기합니다. 하지만, 내용 말미에 덧붙이는 내용이 있습니다. “사실 코인 투자하는 게 잘못은 아닙니다, 국회의원이 해서 문제인 거죠.“ 이는 결국 아무런 문제 없지만 김남국 의원이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자신들이 의혹을 고의적으로 증폭시키고 있다는 표현으로 봐도 무방하다 생각합니다.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특정 근거 없는 의혹 제기는 합당한 것일까요? 법원까지 두 차례 영장을 기각했는데 말이죠. 그럴 것 같다는 내용으로 의혹을 보도하는 것이 언론 자유이고 책무인가요? 저런 말을 지면에 대놓고 하는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코인 투자를 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었습니다. 국회의원이 코인을 보유한 것이 문제라면 언론은 왜 이준석 전 대표의 코인 투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던 것일까요?


김남국 의원 코인 관련 다른 언론사들의 보도 내용은 어떤지 살펴보겠습니다. 

국민일보 - ““김남국 코인 137만개”분석한 변창호, 살해 협박받아

파이낸셜뉴스 - “손발 자르겠다” 김남국 코인 비리 폭로한 변창호, 살해위협 받고 있다 

보도 내용에 김남국 의원이 보유한 코인이 당초 알려진 60억 원이 아닌 120억 원에 달한다는 추정치가 나왔다며, 현재 김 의원이 두문불출하고 있다고 내용이 나와있습니다. 언론은 확인된 사실만 보도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언론이 어떤 책임을 질지 궁금합니다. 확실한 수치라면 정보의 출처를 밝혀야 하는 의무도 있는데 교묘하게 피해 갑니다. 아니면 말고라는 태도입니다. 또한, 김남국 의원 측 때문에 변창호 씨가 위협받는 느낌을 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한국경제 - 여“세비 받으며 잠행쇼”…김남국 제명 압박

연합뉴스 - 여, 빗썸 업비트 관계자 불러 김남국 ‘자금세탁 의혹‘ 조사

국제신문 - 국회 김남국 코인 의혹 일파만파…’입법로비‘이어 ’자금세탁’까지

암호화폐 업계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거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국민의힘 코인 게이트 진상조사단 윤창현 의원이 빗썸의 상장 정보 사전 유출 가능성에 대해 빗썸 측이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개인 일탈까지 배제하진 않는다고 밝혔다고 전한 내용이 나옵니다.


나머지 제목들을 보면 마치 김남국 의원이 자금세탁을 했고 입법로비에 연관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김남국 의원이 보유한 가상화폐 발행사인 위메이드와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의 국회 출입 기록 내용에는 국민의힘 윤창현, 허은아, 정희용, 무소속 양정숙,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김성주, 김종민, 김한규 의원실을 방문했다고 나옵니다. 이 기록을 근거로 하면 입법로비는 김남국 의원실이 아닌 이들 의원실을 통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그나마 높다고 봐야 합니다. 가상화폐 발행사인 위메이드가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에 방문했다는 내용만 짧게 기재될 뿐 윤창현 의원에 대한 입법로비 의혹 기사는 없습니다. 왜 이런 내용은 자세하게 지적하지 않는지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자금 세탁에 대한 의혹만 나올 뿐 그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1도 없습니다. 이런 의혹이 있다면, 업체로부터 사전 정보를 받았을 확률이 없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가능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노렸다느니, 정치자금을 세탁했다느니 로비를 받았다는 가능성에 대한 의혹 보도만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김남국 의원의 제명이나 사퇴가 모든 문제의 해결인 양 보도되고 있습니다. 정확한 정보는 없는 한국 언론의 전형적인 제목 장사라고 생각합니다.


*김남국 의원과 위메이드 측이 사적인 자리에서 만났을 가능성도 있겠지요. 그렇다면, 김남국 의원이 입법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어느 정도 신빙성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관련 내용은 밝혀진 게 없습니다.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5월 15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5월 15일

김남국 의원은 5월 15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사전 정보, 로비, 주가 폭등으로 시세차익을 봤는 거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의혹을 가지는 측에서 특정하는 시점에 폭등했는지, 이에 대한 사실, 인과관계를 따져야 하고 위믹스를 띄워주기 위해서 모종의 관계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당시 선거 캠페인 정책으로 이용한 정도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한, 미공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만한 핵심 관계자를 알아야 하는데 그런 사람을 만난 적도 없고, 회사의 말단 직원조차 만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미공개 정보를 얻을 생각도, 평생 살면서 그런 생각도 안 했지만 그런 정보를 얻을 기회조차 없었다고 단언해서 말했습니다.


한국경제 - ‘김남국 코인 의혹’에…넷마블 “사전정보 제공한 적 없다”

기사 내용에 따르면, 원화 거래가 가능한 가상 자산 거래소 상장은 업계에서 호재로 여겨져 코인이 급등하는 경우가 많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김남국 의원이 매수한 넷마블이 발행하는 마브렉스가 그러하다고 합니다. 다만, 마브렉스는 이후 가격이 급락하며 보유분을 분할 매도한 김남국 의원은 손해를 봤을 것으로 추정한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내용은 아니지만 의혹이 실제일 가능성이 있듯 시세차익을 노린 게 아니라 오히려 손해를 봤을 가능성도 지울 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왜 이런 가능성은 따져지지 않는 걸까요.


넷마블은 25일 어느 누구에게도 비공개 정보를 사전 제공한 적 없다고 밝혔습니다. 코인 상장의 구체적 시점은 거래소로부터 통보받는 형태라면서 회사 임직원 누구도 상장 시점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없다고 부연했습니다. 이 내용에 따르면, 미공개 정보를 받기 불가능한 환경이라는 가능성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은 단순한 의혹 수준일 확률도 있습니다. 역시나 이런 내용도 보기 어렵습니다.


개인적으로 김남국 의원 관련 기사를 보다 보면 언론이 정치인들이 남발하는 의혹을 퍼나르기만 하는 걸로 보입니다. 그와 관련된 구체적인 정황이나, 근거는 보기 어렵습니다. 많은 돈이 오고 간 내역이 있으니 자금 세탁을 했을 것이다 또는 많은 돈을 투자했으니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을 것이다. 그 돈을 대선자금에 이용했을 것이다. 구체적인 것 같지만 추상적인 의혹만 반복되고 있습니다. 의혹을 퍼 나르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 아닙니다. 의혹 제기가 합당한 것인지, 의혹이 정말 사실인지 아니면 다른 가능성이 있는 건 아닌지 취재하여 출처를 밝히고 확인된 정확한 정보를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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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재산신고 대상에서 가상자산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국민들의 시각에서 보면 괘씸할수도 있으나, 가상재산을 신고하지 않은 것은 법적 측면에서 볼 때 불법은 아닙니다. 이건 민주당뿐만 아니라 국민의 힘 및 다른 정당 의원들에게도 적용됩니다. 

오히려, 이번 김남국 의원 이슈로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에 대한 가상자산 재산 신고 의무화법이 재석 의원 만장일치로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습니다. 단, 공무시간에 코인 거래를 한 사실은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좋은 저널리즘은 단순히 의혹을 퍼나르는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의혹이 있다면 그에 대한 어느정도가 아닌 확실한, 신뢰할 만한 근거를 가지고 보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나아가면 100% 확실한 사실로 검증 또는 확인되지 않았다면 그럴싸한 의혹이라도 보도하기를 망설여야 합니다. 보도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이 진짜 진영논리에서 벗어난 언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스스로 논란을 키우는 역할을 자처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남국 의원의 잘못도 없어지지 않겠지만, 언론의 과장된 보도의 잘못도 없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이 김남국 의원 의혹에 대해 집중 보도 하는 걸 넘어서 재산신고 법적 내용이 어떤식으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많은 보도를 했다면 좀 더 좋은 저널리즘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긴 답변 감사합니다.

'김남국 의원이 가상화폐를 가지고 있었던 것을 과장되게 보도한 언론이 가장 큰 문제다'와 같은 접근으로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게 적절한지 고민됩니다. 물론 최초 보도였던 조선일보 기사는 검찰의 수사 자료가 아니었다면 어디에서 매우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지, 검찰을 통해 자료를 입수했다면 검찰의 수사 논리만으로 구성된 자료를 그대로 보도하는 것이 적절한지 등 저널리즘 관점에서 의문이 드는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부 언론이 했던 과장된 보도가 이번 사건을 현재와 같은 상황으로 만들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김남국 의원 개인보다 공직자 윤리와 이해충돌 차원으로 보도한 매체들이 많았다는 점에선 생각보다 덜 어지러운 보도 환경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더불어 관련 보도의 시작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김남국 의원과 같은 고위공직자가 수억원의 가상화폐를 신고도 없이 거래했고, 국회의원의 공무시간에도 거래를 했다는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나는 손바닥만한 문제를 일으켰는데 언론이 팔뚝만하다고 보도했으니까 언론이 문제야 억울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김남국 의원 역시 본인을 지지해줄 만한 사람들이 있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비슷한 대응을 했다고 생각하고요. 물론 일부 언론 보도가 과장되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직자 윤리를 어긴 김남국 의원의 잘못이 없어지진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언론이 문제다'라는 워딩을 자기 잘못을 덮기 위해 악용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저널리즘은 언론에 대한 무조건적인 불신, 진영논리로 이뤄지는 언론에 대한 힐난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저널리즘 원칙에 입각한 보도를 하는 언론과 진영논리에서 벗어난 언론 소비를 하는 독자가 늘어나서 더 나은 언론 환경과 정치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