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진뉴스 다시보자 vol. 21

격변기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이런 시기에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대비를 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져요. 이럴 때 저는 현실을 명확한 언어로 정리한 글을 찾습니다. 그때 만나는 기사들은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쏟아지는 소식을 따라가기 위한 창구를 넘어 세상을 매일매일 담아내는 역사서를 읽는 기분으로 현재를 잘 해석한 글을 찾곤 해요.

이번에는 ‘세상의 변화’를 먼저 감지하고 적확한 해설을 내놓은 기사들을 소개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 인플레이션과 땅과 바다를 포기한 어부의 이야기, 그리고 기후변화와 세계 식량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 한국일보의 기획 기사가 있습니다. 탈석탄이라는 세계적 기조 속에서 정작 산업 속 노동자의 생계를 외면하는 정부의 근시안적 태도를 짚은 오마이뉴스 기사도 함께 소개합니다. 또한, 민심을 표출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등장한 ‘응원봉’을 해설하는 칼럼을 읽으며 ‘올바른 투쟁이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도 같이 답해보면 좋겠습니다. 쏟아지는 정보들에 지칠 때 폴라리스 큐레이팅이 생각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꺼뉴다보 한편을 띄웁니다!

1. 연재·기획

기후변화, 밥상의 위기

해녀들에게 삶의 터전인 바다가 바뀌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2015년까지도 하루 200~300㎏ 잡히던 소라가 점점 보기 힘들어지더니, 지난해부턴 어획량이 3분의 1 아래로 떨어졌다. 금채기간이 끝나고 지난달 11일 오랜만에 물질에 나선 김 회장이 5시간 가까이 물질해 잡아올린 소라는 60㎏ 정도에 불과했다. ✍🏻 이성원 기자, <한국일보>

‘기후변화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말. 많이 들어보셨겠지요. 겨울임에도 영상의 기온을 쉬이 벗어나지 않는 날씨를 보며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하는 요즘입니다. 최근의 기후변화는 기온이 몇도 상승하고, 그래서 빙하가 녹고 있다는 단순한 수준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재난 수준의 폭염, 폭우, 폭설이 일상화되고, 산불도 해를 거듭할수록 대형화되고 있습니다. 이상기후는 이제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한국일보의 <기후변화, 밥상의 위기> 시리즈는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이상기후가 인류의 식생활에 초래하는 다양한 부작용을 조명합니다.

폭염, 폭우, 폭설 등은 ‘금(金) 사과’, ‘금(金) 배추’를 탄생시키는 주요 원인입니다. 농산물의 효율적인 재배를 어렵게 만드니까요. 기후 위기와 물가 상승을 접목한 단어인 '기후플레이션'은 소득이 낮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됩니다. 기후 위기 역시 자본주의 사회의 불평등을 피해 가지 못하는 셈입니다. 물가 상승이 신선식품의 구매를 망설이게 만들고, 이것이 식사 부실의 문제로 이어져 건강이 악화하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죠.

기후 위기는 누군가의 일자리를 앗아가기도 합니다. 수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어부와 해녀·해남의 일자리가 특히 위협받고 있는데요. 감태, 톳 등의 해조류가 점차 사라지고, 이에 따라 전복과 소라가 생존하는 데 필요한 먹이가 없어지며 전복과 소라의 개체수도 감소하고 있습니다. 명태, 오징어, 도루묵 등의 수산물 생산량도 급감하는 추세입니다. 일부 어종의 생산량 감소는 수입품으로 대체하거나 정부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줄어드는 생산량의 공백을 메우기엔 여전히 부족합니다.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 점점 더 선명해지고,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식탁을 위협하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자연이 보내는 경고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결국 모든 이들의 식탁이 텅 비게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기후 위기는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 잘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에게 평등하게 찾아오는 듯 보이지만, 그 피해는 특히 가난한 이들에게 더 가혹한 불평등으로 작용합니다.

이 위기를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겠지만, 변화는 우리의 관심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지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기후위기가 초래하는 불평등에 대해 고민하는 마음으로 한국일보의 <기후변화, 밥상의 위기> 시리즈를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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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독립언론

"석탄발전소 폐쇄된다고 노동자 삶까지 폐쇄될 수 없어"

이태성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고용노동부는 최근 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아이스크림 공장 재취업을 제안하고, 1인당 연간 30만 원의 교육비 지원을 제안했다"며 "이건 국가 폭력이다. 우리는 구걸하지 않았다. 우리가 소모품이냐"라고 항변했다. ✍🏻 최나영 기자, <오마이뉴스>

역사를 짚어보면, 시대마다 겪는 굵직한 변화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 시대에 거칠 변화는 무엇일까요? 아마 그중 하나는 에너지 전환 아닐까요? 화력 발전으로 산업혁명을 시작했던 영국이 지난해 마지막 화력 발전소를 폐쇄했듯이 말이죠. 주요 7개국(G7)은 2035년까지 화력 발전소의 완전 폐쇄를 합의하기도 했고요. 우리나라도 당장 올해부터 2036년까지 화력 발전소 59기 중 28기가 폐쇄될 예정인데요.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1, 2호기가 올해 12월 폐쇄를 앞두고 있습니다.

기사는 화력발전소 폐쇄가 수많은 노동자의 삶과 긴밀하게 엮인 문제임에도 그에 대한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노동자들의 고용 승계가 보장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생계유지나 직무 전환을 위한 지원이 부실한 실정이라는 건데요. 이미 2천여 명이 실직할 것으로 예측되는 데다, 실직 예정자 대부분이 협력사와 자회사에 소속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입니다.

직업 전환 교육 지원금도 연간 30만 원에 불과합니다. 산업 특성상 전문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수백에 가까운 비용이 듭니다. 이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고 노조 측에서 항의하자 ‘토익 수업 수강 같은 데 쓸 수 있다’며 산업에 대한 이해가 전혀 깔리지 않은 답변이 돌아오기도 했죠. ‘석탄발전 전환 협의체’에서 발전소 폐쇄 이후 대책을 논의한다지만, 참여 주체에 노조 측은 빠져 있습니다.

지역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와 주민들의 의사 반영 요구도 함께 거론되고 있습니다. 특히 발전소 6곳이 폐쇄를 앞둔 태안에서는 주민들이 30년간 화력발전으로 지역 경제를 굴리기도, 공해를 겪기도 하며 말 그대로 발전소와 함께 살아왔는데요. LNG 대체 발전소 건설지 결정 과정에 태안 주민들의 의사는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LNG 발전소는 여수, 구미, 용인 등 타 지자체에 설립될 예정입니다.

본격적인 화력 발전소 폐지는 이제부터 시작이고, ‘정의로운 전환’을 둘러싼 고민과 논의는 셀 수 없이 많아질 텐데요. 시대를 통과하는 변화에 구성원이 고려되지 않는다면 그 역시 이 시대가 바꿔야 할 태도일 것입니다. 정의로운 전환을 이뤄낼 수 있도록 촉구하는 이 기사를 독자분께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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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오피니언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

세상으로부터 멀어진 존재들일수록 가장 처절한 방식으로 싸운다. 누구도 관심을 준 적 없던 이들의 투쟁에 과연 어떤 답안이 존재할 수 있을까. 모범적인 투쟁이란 존재하지 않고, 정치적이지 않은 애도 또한 없다. 그 둘을 분리하고 규격화시키라는 요구야말로 가장 불온한 정치 행위다. ✍🏻 칼럼니스트 복길, <경향신문>

“K팝 실컷 부르고 좋겠다. 빠순이만 신나는 탄핵 파티”

보자마자 알았습니다. 이 댓글을 쓴 사람은 단 한 번도 탄핵 집회에 참석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요. 물론 K팝 메들리를 들으며 투쟁하는 새로운 문화가 즐거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2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발끝부터 얼고, 입가의 웃음도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오죽하면 키세스단의 처절한 투쟁이 뉴스 1면을 장식했을까요. 칼럼은 영하 9도의 추위 속에서 28시간 동안 서서 K팝을 떼창하는 일이 전혀 즐거운 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며 시작합니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묻습니다. 과연 올바른 투쟁이나 바람직한 애도가 존재할 수 있는지 말입니다.

이번 광화문 집회를 통해 ‘신나는 투쟁’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한 듯합니다. 이에 대해 일부는 가벼움과 진지함의 부족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3년간 혜화역에서 이동권 투쟁을 이어온 박경석 대표에게 “광화문처럼 평화로운 집회를 하면 되지, 왜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느냐”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박경석 대표는 이에 대해 “투쟁 방식에 옳고 그름을 미리 전제하면 안 된다”고 단호히 말합니다. 투쟁은 온건함이나 무해함이 아니라, 그 주체와 목적, 상황에 따라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필자는 K팝을 투쟁가로 삼은 이들을 비웃고, 돌바닥에 칠해진 래커 복구 비용을 걱정하며, ‘정상인’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장애인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라 말합니다. 분노가 슬픔으로, 슬픔이 다시 기쁨으로 바뀌며 기쁨 속에서 슬퍼할 수 있는 연대의 깊이를 말이에요.

이 칼럼은 누군가 투쟁과 애도의 방식을 이분법적으로 가르려 할 때, 그 이분법의 본질을 되묻게 합니다. 올바른 투쟁과 정치적이지 않은 애도를 강요하며 투쟁과 애도를 옥죄고 희석하려는 태도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그런 통찰을 담고 있어 독자님과 함께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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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가 남긴 편지

안녕하세요. 에디터 레터가 나오는 대목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기사들은 어떠셨을까요. 평소에 관심 가지시던 의제가 많았을까요? 혹은 생각지 못한 이야기를 접하셨을까요?

독자님께 실어 보낼 꺼뉴다보 기사를 고를 때면 여러 고민이 듭니다. 카테고리에 적합한지도 따져보고, 다른 때가 아닌 ‘지금’ 불씨를 살리고 싶은 기사인지 들여다보고, 독자분들이 편히 읽을 만한지도 살펴봅니다. 며칠, 몇 주 전에 봤던 기사가 갑자기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며 글을 선정할 때도 있지만, 마음에 쏙 들어오는 기사를 찾기 위해 여러 사이트를 누비며 머리를 쥐어짜기도 하고요. 실은 기사를 찾을 때마다 제가 참 한정적인 글만 읽어왔다고 깨달을 때가 많아요. 독자님 덕분에 더 넓고 다양한 글을 읽게 됐습니다. 꺼뉴다보 작업을 시작할 때면 낯선 글과의 계획적이지만 우연한 만남을 떠나는 마음이에요.

오늘 문제집을 사기 위해 동네 서점에 갔습니다. 가장 가까운 서점으로 향했는데, 도착하고 보니 중고 서점이더라고요. 당연히 제가 찾는 문제집은 없었습니다. 중고 서점에 내놓을 수 있는 깨끗한 문제집은 애초에 정말 소수일 테니까요. 그래서 책장이나 둘러봤습니다. 중고 서점이라 그런지 평소에 만나지 못했던 책이 많았습니다. 유명한 저서의 초판본, 고서로 분류되어야 할 것 같은 책, 대량 구매 후 다시 일괄 중고 판매한 듯한 정치인 회고록 같은 것들이요. 책장 사이를 오가며 좋아하는 책이 여러 권 있으면 작가님이 이 책장을 보고서 상처받지는 않을지 이상한 걱정을 하고, 신간인데도 중고로 팔리는 책을 지나칠 때는 책 주인의 독서 취향을 유추해 보고, 책등에서부터 연식이 느껴지는 책은 구미가 당기지 않는 제목이더라도 굳이 꺼내 펼쳐봤습니다. 책 주인이 남긴 흔적과 오랫동안 방 한구석에 책을 모셔뒀을 만한 이유를 괜히 찾아보려고요. 그러니까, 잘못 찾아간 서점에서 우연찮게 낯선 책들을 만나며 책과 그 책에 묻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시간이었어요.

문득 꺼뉴다보도 독자님께 이런 경험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재미를, 반가운 문제의식을, 헤아리지 못했던 입장을 흔쾌히 만날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해요. 기사를 읽겠다는 마음으로 직접 레터를 누르지만, 그 안에서 어떤 기사를 마주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독자님도 매주 계획된 우연을 겪으시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찾아 읽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2025. 01. 20.

에디터 콜리🥦 드림

만든 사람들: 부기🐢, 콜리🥦, 해안🌊, 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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