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낭비를 지적하는 기사는 최근에도 흔히 볼 수 있다. 14억 들여 고친 테마파크의 하루 평균 방문객이 3명이라 기사는 수요예측을 잘못해 발생한 예산 낭비 사례이며, 100억 들여 조성한 오토캠핑장이 4년째 방치되었다는 기사는 접근환경을 만들지 못해 발생한 예산 낭비 사례이다. 170억을 투자해 개발된 스마트시티 서비스는 구축 후 운영관리에 대한 계획과 지원이 없어 유명무실해진 예산 낭비 사례도 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사업에서도 크고 작은 예산 낭비 사례들이 있다. 국가연구개발 사업 분야 중 웹 기반 정보서비스 사업에서 앞서 소개한 세 번째 예산 낭비 사례와 유사한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진단할 자료가 없는 게 문제
웹 기반 정보서비스 사업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사용하는 정보서비스가 있고, 응용프로그램(앱)을 모바일로 내려받아 사용하는 정보서비스가 있다. 정보서비스 사업은 국가 과학기술 지식정보서비스(NTIS)에서 관련 검색어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키워드로 생각할 수 있는 ‘웹서비스’, ‘데이터베이스구축’, ‘정보서비스’로 검색해 보면, 각 190건, 26건, 169건이 나온다. 이중 모두가 정보서비스 연구개발사업으로 볼 수는 없지만, NTIS에서 검색되는 정보들이 어느 시점 이전의 과거 데이터는 빠져있다거나, 과제의 세부 위탁사업인 경우 등록이 누락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검색 결과로 나타난 수치만으로도 적지 않은 지원 사업들이 있다고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정부 예산으로 개발·구축된 정보서비스는 현재 잘 운영되고 있을까? 중단되었다면 얼마 동안 운영되고 중지된 것일까? 성공적으로 역할을 달성하고 사라진 것일까? 효율적 운영 차원에서 흡수/통합된 것일까? 웹 기반 정보서비스 사업들을 모아 보면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었지만, 이런 궁금증을 살펴볼 수 있는 정책자료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유지가 더 힘든 정보서비스 사업
만약 연구개발사업으로 구축된 정보서비스가 언제인지 모르게 사라졌거나, 업데이트가 안 되고 방치되어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 당연히 연구개발사업의 진행 결과물을 통합적으로 살펴볼 자료조차 없는 상황에서 정확한 이유를 찾기란 어렵다. 다만 과학 관련 정보센터에서 근무하면서 연구개발 사업으로 진행된 정보서비스를 관심 있게 지켜본 경험에서 그 이유를 추측해 볼 수는 있다.
그 이유를 짐작해 보면, 대부분의 정보서비스 관련 연구개발사업이 단기과제로 진행되며, 정보서비스 구축만으로 과제가 완료되는 점에 있다고 본다. 그렇다 보니 구축된 정보서비스의 지속적인 운영관리는 예산이 확보되지 않는 이상, 과제 수행자의 의지에 맡겨 둘 수밖에 없다. 정보서비스 운영을 통해 수익모델을 마련한 경우가 드물게 있거나, 다른 유사 과제를 지원받아 운영비를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국가연구개발사업 특성상 이미 정보서비스를 하는 경우 운영관리만을 위해 사업비를 지원해 주는 형태는 찾기 어렵다. 근무 경험이 있는 생물학 분야 연구정보서비스 사이트인 브릭도 연구자들 사이에 인지도가 높고, 하루 이용자도 수만 명이 넘지만, 수년간 매년 일몰 사업으로 검토되었다. 몇 개월 뒤 사업비 지원이 끊겨 서비스가 중단된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환경이 오랜 기간 지속되었다. 이런 상황이니 단기 연구개발사업으로 진행된 정보서비스 사업들이 구축 후 운영관리까지 고려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힘든 구조이다.
운영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다행히 최근 들어 공공데이터포털, 연구정보콘텐츠통합같은 형태로 구축된 서비스나 데이터베이스를 국가적으로 관리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시행착오를 통해 개선된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있다. 국가 연구개발사업으로 진행된 정보서비스 사업들에 대해 상황을 진단하고 점검할 수 있는 체계적인 관리가 부족하다. 아울러 정보서비스 사업은 “구축이 완료”라는 개념을 넘어 운영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변화도 필요하다. 그나마 구축 정보들의 사장을 막기 위해 진행되는 정보통합 형태도 문제가 있다. 지금은 정보가 적어서 문제가 아니라 정보가 많아서 문제인 시대이다. 신뢰성 있는 정보의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구축된 정보를 이용자들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 큐레이터 역할도 높아지고 있다. 단순 정보 통합만이 해답이 될 수 없는 이유이다.
정보서비스의 가치는 지속적인 정보관리와 업데이트에서 더 큰 효율과 효과를 발생시킨다. 보여주기식 구축성과와 평가에만 관심을 두고 운영관리가 뒷전이 된다면, 애써 만든 정보서비스는 사용자와 언제인지 모를 “헤어질 결심”을 계속해야 한다. 국가 R&D사업으로 추진된 정보 구축 사업들이 사업 종료 후 유지관리가 안되어 사라진 것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 이제는 그 규모와 이유를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국가 예산으로 구축한 정보서비가 한 여름 바닷가 백사장에서 놀이 삼아 짓고 허무는 모래성이 아니지 않는가?
작성자: 퐝AZ (ESC 회원이며, 기획업무도 하고 있습니다. 아재유머로 지구정복을 꿈꾸며, 철강 도시 포항에서 철없이 사는 퐝AZ입니다.)
출처
본 글은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에서 제작한 콘텐츠로, ESC에서 운영 중인 과학기술인 커뮤니티 '숲사이(원문링크)'에 등록된 정보입니다.
ESC: https://www.esckorea.org/
숲사이: https://soopsci.com/
코멘트
1정보서비스 사업이 정보 사용자와 멀어질 결심을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니 답답합니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원칙과 공개되는 정보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서비스가 꾸려지면 좋겠습니다. 그나마 이전에 비해 정부가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의 중요성을 조금이나마 이해한 것 같지만 여전히 부처별로 인식의 차이가 크고, 부처 내에서도 공무원별로 인식의 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큰 틀에서 시민 모두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원칙을 지키며 정보 서비스 사업이 진행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