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김용현 수감 구치소, 육사 ‘동지회’ 응원 화환 행렬[윤석열을 감옥으로]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 앞. 12.3 내란 사태의 주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감돼 있는 그곳이다. 기자는 18일 오후 1시경 서울동부구치소를 방문했다. 구치소 앞은 화환이 한가득 있었다. 보도를 따라 길게 이어진 화환의 수는 모두 54개. 화환에 쓰인 문구를 자세히 살펴봤다. 모두 김용현 전 장관에게 보낸 응원 화환이었다. 화환을 보낸 이들은 누구일까. 가장 많이 보이는 이름은 ‘육사(육군사관학교) 구국동지회’였다. 육사 19기, 21기, 26기, 28기, 29기, 30기, 35기, 39기 등 기수도 다양했다. 해군OCS-해병대장교-육군학사장교-국군간호사관학교-공군사관학교-해군사관학교 구국동지회원 일동과, 자유수호협력단, KMA역사포럼, 한얼애국회 등이 화환을 보내왔다. 김용현 전 장관의 육사 38기 동기생들도 화환을 보내왔다. “국방장관님 동기생이 응원합니다”(육사 38기 동기생 일동) 이들은 김 전 장관의 내란 행위를 “구국의 결단”으로 치켜세우고, 그를 “영웅”이라 칭송했다. “김용현 장관 구국의 영웅”(육사 28기 구국동지회)“국방부 장관님 기죽지 마십시오!”(육사28기 구국동지회 일동)“구국의 결단! 영웅입니다!”(육군사관학교 구국동지회원 일동)“김용현 장관님 목숨 건 구국 결단 존경합니다!”(육사 30기 구국동지회원 일동) 내란 사태에, 되레 “정의”를 운운하는 문구도 있었다. “김 장관! 험난한 정의의 길 가라!”(육사 35기 최OO)“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육군학사장교 구국동지회원 일동) 국회를 “종북좌파”로 칭하는 등 이념 편향적 문구도 보였다. “종북좌파 의회독재에는 비상계엄이 답!!”(육사 39기 구국동지회원 일동)“내가 김용현이다! 종북좌파 떨고 있니?”(해병대장교 구국동지회원 일동) 동부구치소 앞을 지나다니는 시민들도 길에 늘어선 응원 화환들을 관심 있게 쳐다봤다. 어떤 시민은 리본을 손으로 펼쳐 잡고 차근차근 문구를 읽기도 했다. 기자가 현장에 머문 약 1시간 사이 4개의 화환이 더 추가돼, 화환 개수는 모두 58개가 됐다. 응원 화환을 실은 트럭이 구치소 앞으로 배달 온 모습도 목격됐다. 18일 현재, 서울동부구치소 앞으로 김용현 전 장관 응원 화환을 보낸 주체와 응원 문구는 아래와 같다. 1. 김용현 장관님 목숨 건 결단 존경합니다 (육군 간부사관 구국동지회원 일동)2. 수천만 애국국민 김용현 장관님과 함께 (육사 23기 구국동지회)3. 김용현 장관님 목숨 건 구국 결단 존경합니다(육사 25기 구국동지회 일동)4. 구국의 결단! 영웅입니다(육사 25기 구국동지회 일동)5. 용현아 힘내! (동기생 ○○)6. 김 장관! 험난한 정의의 길가라!(육사 35기 최○○)7. 김용현 국방장관 힘내세요(육사 21기 구국동지회 일동)8. 김용현 장관 구국의 영웅(육사 28기 구국동지회)9. 국구의 결단! 영웅입니다(육사 19기 구국동지회)10. 애국국민 믿고 힘내십시오(육사 19기 구국동지회)11. 구국의 영웅! 존경합니다(영원한 친구 ○○)12. 구국의 결단 영웅입니다(육사 26기 구국동지회)13. 국방부 장관님 기죽지 마십시오!(육사28기 구국동지회 일동)14. 김용현 장관님 목숨 건 결단 영웅입니다(육사 38기 구국동지회 일동)15. 구국의 결단 역사는 기억한다(KMA역사포럼 회원 일동)16. 대한민국 이재명에게 넘길 수 없다 (육군기술행정사관 구국동지회 회원 일동)17. 계엄선포! 내란아니다(해군OCS 구국동지회원 일동)18. 김용현 장관님 목숨건 결단… (육군 간부사관 구국동지회 회원 일동)19. 내가 김용현이다! 종북좌파떨고 있니? (해병대장교 국국동지회원 일동)20. 공군학사장교 구국동지회 일동21.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육군학사장교 구국동지회원 일동)22. 수천만 애국국민 김용현 장관님과 함께(국군간호사관학교 구국동지회원 일동)23. 김용현 장관님 자랑스럽습니다(육군 갑종장교 구국동지회원 일동)24. 의회 독재 종북좌파 비상계엄(3군 사관학교 구국동지회원 일동)25. 애국국민 모두 응원합니다(공군 사관학교 구국동지회 일동)26.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해군사관학교 구국동지회원 일동)27. 구국의 결단! 영웅입니다!(육군사관학교 구국동지회원 일동)28. 종북좌파 의회독재에는 비상계엄이 답!!(육사 39기 구국동지회원 일동)29. 우리가 함께합니다(육사 29기 구국동지회)30. 김용현 장관님 구국의 비상계엄 지지합니다(육사 29기 구국 개인)31. 김용현 장관님 자랑스럽습티다(육사 29기 구국개인)32. 김용현 장관님 목순 건 구국 결단 존경합니다!(육사 30기 구국동지회원 일동)33. 김용현 장관님 구국의 영웅 (육사 31기 구국 동지회)34. 구국의 결단 힘내세요(육사 39기 구국 개인)35. 김용현 장관님 목숨 건 구국결단 존경합니다!(육사 30기 구국동지회원 일동)36. 구국의 결단 힘내세요!(육사 31기 구국동지회)37. 김용현 장관 구국의 영웅(홍○○)38. 김용현 장관님 구국의 결단 존경합니다(육사 27기 구국동지회)39. 자랑스런 김용현 장관(方山)40. 비상계엄은 반국가세력척결 (자유수호협력단)41.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오○○)42. 구국의 결단! 영웅입니다!(한얼애국회)43. 애국국민 믿고 힘내십시오(한얼구국회)44. 구국의 일념! 끝까지 지켜라(해사 36기 우○○)45. 애국국민 모두 응원합니다!(육사 22기 구국동지회)46. 구국의 결단! 영웅입니다 (육사 22기 구국동지회)47. 구국의 결단! 영웅입니다(육사 20기 구국동지회)48. 김용현 장관! 구국의 영웅(육사 35기 구국동지회 일동)49. 큰용기에 적극 지원합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님 화이팅입니다50. 김용현 장관님! 구국의 일념 함께합니다(안동시 풍천면 주민자치위원회)51. 김용현 장관님! 구국의 일념 함께합니다.(안동시 도양2리 주민 일동)52. 국방장관님 동기생이 응원합니다(육사 38기 동기생 일동)53.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54. 김용현 국방부 장관님! 끝까지 지키겠습니다(부뜰이)55. 구국의 영웅 김용현 장관님 반드시 승리한다56. 김용현 장관님 응원합니다((주)백○)57. 김용현 장관님!힘내시고 승리하세요 자유대한민국 엄마요. 할머니로서.58. 김용현 국방부 장관님 힘내십시오 정의는 승리합니다 화이팅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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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태종, 한동훈은 세종”… 더 읽기 힘들었다 [윤석열을 감옥으로 20화]
이 시국에 교보문고에서 <73년생 한동훈>(심규진, 새빛, 2023년)을 샀다. 비상계엄 사태 후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 말을 바꾸고, 총리와의 위헌적 공동 국정운영 발표를 한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그후 ‘인간 한동훈’이 더 궁금해졌다. 고난은 서점에서부터 시작됐다. <73년생 한동훈>은 조국 전 의원이 쓴 <디케의 눈물>, 참여정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가 쓴 <노무현과 함께한 1000일> 사이에 놓여 있었다. 표지에 ‘한동훈’이 새겨진 책을 사려니 괜히 주변 눈치가 보였다. 응원봉을 든 수만의 시민이 매일 밤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를 에워싼 채 “윤석열을 탄핵하라”, “국민의힘 해체하라”를 외치는 요즘 아닌가. 책을 집어들기 전 주변부터 살폈다. 보는 사람이 없는 틈에 <73년생 한동훈>을 들고, 재빨리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원이 이상하게 보면 어쩌지?’ 불온서적이나 ‘19금 도서’를 사는 것도 아닌데, 자기검열이 저절로 작동하다니. 망설이다 무인계산대에서 직접 결제하는 방법을 택했다. 책을 가방에 넣고 용산역 인근 스타벅스로 향했다. 지난 11일의 일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카페의 넓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73년생 한동훈>을 올려놓자, 오른쪽에 앉은 20대로 보이는 여성이 내 얼굴을 쳐다봤다. 눈빛이 이상했다. 나는 재빨리 제목이 보지 않게 책을 뒤집었다. 이번엔 옆자리 20대 여성의 눈이 책 뒷표지에 적힌 문구에 고정됐다. “2024년 한국 정치 빅뱅, 신개념 신세대 보수 한동훈이 온다!” 진퇴양난. 난 목에 두른 목도리로 풀어 책을 덮고, 음료를 주문하러 카운터로 갔다.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본격적으로 인간 한동훈을 탐구하는 시간. 서점에서의 난관, 옆 사람 눈빛에서 느껴진 난처함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진정한 난해함은 책에서 튀어나왔다. 저자 심규진 스페인 IE대학교 교수는 국민의힘 산하 여의도연구원 테이터랩 실장으로 일한 적 있다. 정치적 편향은 예상했으나, 윤석열-한동훈을 향한 찬양고무가 이 정도일 줄이야. 서두에 등장하는 ‘정치인 한동훈’에 대한 설명을 보자. “강남 8학군 출신이고, 경제적, 문화적, 지성적인 결핍 없이 유복한 환경에서 바른 가치관과 반듯한 매너를 체화한 듯 보이는 그의 배경은 분명한 강점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의 최고 아웃풋이라고 할 수 있는 지덕체를 갖췄다는 것이다.” 내용은 이렇게 이어진다. “요즘말로 풀어보자면, 비판적 지성과 젠틀한 인품, 세련된 스타일 모든 면에서 빠질 것이 없는 ‘엄친아’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좋게만 쓰면 오히려 거부감이 드는 법. 계속 읽어야 하나? 일단 페이지를 더 넘겼다. 찬양에 더해 이번엔 한참이나 빗나간 예측이 독서 몰입을 방해했다. 이 책은 2023년 12월 20일 세상에 나왔다. 한국 정치가 워낙 다이내믹해 정국을 예측하는 건 어렵지만, 전문가라면 이걸 감안해 발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책이 나온 그 즈음, 윤석열-한동훈의 브로맨스는 이미 파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책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한동훈은 최고 권력인 대통령과의 두터운 브로맨스 서사, 1970년대생의 젊음, 이준석이 보여줬던 어떤 말싸움에도 지지 않는 민첩한 언변, 오세훈처럼 신사 같은 매너와 태도, 그리고 홍준표와 같은 확고한 이념적 선명성과 대야투쟁력을 모두 겸비하고 있다. 아마 그 자신도 누구보다 자신의 강점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동훈은 2024년 봄부터 ‘비윤계 핵심’으로 자리매김했고, 비상계엄 사태 후 홍준표 대구시장은 입만 열면‘한동훈 탈당’을 요구하고 있다. 발간 1년도 안 돼 책 내용이 ‘올드’해지고 말았다. 심규진 교수는 “세종은 과연 아버지 태종으로부터 안전하고 무탈하게 권력을 상속받은 것일까?”라고 물으며, 윤석열을 조선시대 태종, 한동훈을 세종에 비유하면서 권력의 속성을 설명하기도 한다. 심복은 물론이고 외척까지 ‘처단’한 태종의 결단과 덕에 세종이 강력한 왕권을 기반으로 성군이 됐다는 잘 알려진 이야기. 저자는 책에 이렇게 적었다. “사실상 보수진영의 적자, 윤석열의 후계자로 입지가 굳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동훈의 차기 집권은, 역사적인 전례를 찾아 보자면, 태종의 유훈을 물려받은 보수의 ‘세종시대’를 예감케 하기도 한다.” 저자는 윤석열(태종)의 담금질을 견뎌야 한동훈(세종)이 더 좋은 정치인으로 거듭난다고 주장하는 듯한데, 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의 현실은 정반대다. 윤석열은 가족을 처단하긴커녕 “아내 한 명 지키려다 나라를 말아먹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니 말이다. 심규진 교수는 ‘리더십이란 스킨십, 배신을 당하지 않는 윤’이란 챕터에서 윤석열을 이렇게 평가한다. “윤석열의 인간미는 넉넉한 낙천성에서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시 9수를 해도 낙천적이었고 친구들 술자리며 결혼식 함잽이까지 다 챙겼다는 일화들은 유복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좋은 교육과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난 사람 특유의 ‘안정감’을 나타내는 것 같다.” 아직 ‘어, 이게 뭐지?’ 반문하기는 이르다. 내용은 이렇게 이어진다.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사람, 먹는 거 좋아하는 사람을 미워할 수 없는 한국적 정서도 무시할 수 없다. 시장통을 다니면서 유세를 하던 윤의 시장 먹방을 보면서 뭔지 모르게 힐링되는 느낌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말이다.” 책에는 이런 대목도 나온다. “아울러 윤석열이 가지고 있는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요리 만드는 걸 즐기는 디테일한 감수성과 센스다. 보통 꼰대를 면치 못하는 구태 정치인들은 가부장적 사고에 젖어 있고 군대식 위계 질서에 익숙해 시대 트렌드를 못 따라간다.” 이쯤 왔으면 그만 책을 덮는 게 좋지만 진도를 좀 더 나갔다. 내란수괴 윤석열 때문에 한국의 위상이 땅에 떨어진 지금, 결국 책에서 이런 내용까지 보고 말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높이 올라갔을 때는 미국 순방 당시 ‘아메리칸 파이’를 부르고 영어 연설을 했을 때였다. 윤 대통령의 정확한 딕션과 화통한 발성은 대중적 관심과 호감을 증대하는 매우 큰 요소이다. 평소 영어 콤플렉스, 미국 콤플렉스가 심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드디어 노인 대통령이 아닌 큰 국제 무대에서 당당하게 기죽지 않게 멋진 연설을 하는 대통령을 보면서 ‘국뽕’이 찬 것은 당연한 일이다.” <73년생 한동훈>을 어느 정도 읽고 스페인에 있는 저자 심규진 교수에게 인터뷰 요청 메일을 보냈다. 답장은 오지 않았다. 심 교수는 페이스북에 ‘광기의 시대’ 등의 글을 올리며 윤석열 탄핵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다. 윤석열-한동훈의 브로맨스는 오래전에 깨졌듯이, 심 교수의 한동훈 찬양도 오래 안 갈 듯하다. 심 교수는 윤석열 탄핵을 찬성한다는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을 비판하는 글을 11일 페이스북에 올리며 이런 말도 했다. “사실상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한 군중의 광기가 흘러 넘치는 이 시점에 여론재판식의 탄핵몰이에 찬성하는 것은 정치적 원칙, 도의 그리고 정치적 신뢰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점..”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는 윤석열 탄핵 찬성 의사를 밝혔다. 국회의 14일 대통령 탄핵안 표결 이후, 태종과 세종으로 비견된 윤석열-한동훈은 어떤 길을 가게 될까? 정치가 유독 다이내믹한 한국이니 예측이 쉽지 않다. 하지만 <73년생 한동훈>을 쓴 심규진 교수라면, 단순하고 간단하며 아주 거친 예측을 해버릴 것만 같다. 틀리든 맞든, 내용에 깊이가 있든 없든 말이다. 박상규 기자 comune@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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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밤’ 계엄 막아선 시민, 탄핵 역사 기록한다[윤석열을 감옥으로]
“계엄령이 터지고 너무 놀라서 그날 밤 카메라를 가지고 국회로 갔습니다. 차를 타고 가는데, 늦은 밤이라 원활한 도로 위에 차는 없고, 하늘에는 헬기가 떠다니는 거예요.” 아카이빙 홈페이지 ‘이시국닷넷’ 제작자 A 씨(41). 이시국닷넷은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에 관한 시국선언과 탄핵집회 일정 등을 모은 홈페이지로,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있다. A 씨의 본업은 영상제작자다. 그는 지난 3일 밤 비상계엄령이 선포됐다는 뉴스를 보고 충격에 빠졌다. 시민들이 국회 앞으로 모이고 있다는 소식에 A 씨는 서둘러 카메라를 챙겨 국회로 향했다. ‘내가 이 길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불안과 두려운 마음을 안고 도착한 국회 앞. A 씨처럼 다급하게 모인 시민들로 이미 가득 차 있었다. 국회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에 속속 도착했고, 비상계엄은 150분 만에 해제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총기를 소지한 계엄군이 시민들과 대체하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A 씨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카메라 렌즈에 담았다. “민주화운동, 계엄을 역사로만 배웠는데 나의 일상이 엄청나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뭐라도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이시국닷넷. 그 이름은 ‘시국선언’에서 비롯됐다. 비상계엄 전후로 각계각층, 전국 각지에서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A 씨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아카이빙하기 위해 이시국닷넷을 제작했다. 탄핵집회에 2030 여성들을 중심으로 등장한 응원봉과 깃발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언어’도 기록했다.(홈페이지 바로가기 : <이시국닷넷>) “엄중한 분위기에 응원봉이나 케이팝을 통해서 2030들이 자신의 언어로 집회를 만들어가는 점이 인상 깊어서 깃발이나 응원봉도 같이 모아서 기록했습니다.” 이시국닷넷은 ▲집회일정 ▲내란범들 ▲시국선언 ▲전국깃발자랑 ▲셀프시국선언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7일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의원에게 항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매크로 링크도 연결했다. A 씨는 이시국닷넷에 다양한 목소리가 모이길 바라고 있다. 윤석열 탄핵집회는 서울 국회의사당 앞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비상계엄으로 가장 큰 위협을 받은 헌법기관이 국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A 씨는 서울보다 규모는 작지만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탄핵집회와, 각계각층에서 터져나오는 시국선언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게 목표다. “시민들이 이시국닷넷을 플랫폼으로 활용해서 자신의 활동을 직접 올리고, 그런 목소리가 모이면 나중에 의미 있는 기록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언론이 서울 유명 대학에 비해 지역에서 나오는 시국선언에 크게 주목하지 않잖아요. 소외되는 개인이나 단체가 자신들의 활동을 알릴 창구가 되고 싶습니다.” 현재 이시국닷넷은 A 씨 혼자 운영하고 있다. 코딩 없이 독학해 만든 홈페이지. 제작은 3일 정도 걸렸다. 앞으로 A 씨는 이시국닷넷을 운영하는 작은 팀을 꾸릴 계획이다. 윤석열 탄핵 이후에도 벌어지는 사건을 하나씩 기록해, ‘윤석열 탄핵 아카이브 홈페이지’로 만들어나가려고 한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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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송 고소당한 가수 백자, ‘탄핵캐럴’로 돌아오다[윤석열을 감옥으로]
대통령 풍자 탄핵송을 만들었다가 고소를 당한 가수는 ‘탄핵 캐롤’을 들고 화려하게 돌아왔다. 11일 오후 2시,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용산역에서 가수 백자를 만났다. 백자는 앞으로는 백팩을, 뒤로는 기타 가방을 메고 등장했다. “오늘(11일) 저녁에 춘천 거두사거리에서 비상시국대회가 있거든요. 거기서 또 노래를 불러야 해서.” 가수 백자(본명 백재길, 52세)는 1999년부터 현재까지 민중가요 노래패 ‘우리나라’의 멤버이자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탄핵송 “탄핵이 필요한 거죠”를 부르다, 이제는 탄핵 캐럴 “탄핵이 답이다”를 외치고 있는 가수 백자. ‘탄핵이 답이다.'(탄핵이 다비다) 가수 백자가 캐럴 ‘펠리스 나비다드(Feliz navidad)’를 ‘탄핵이 다비다’로 개사해 만든 노래다. 윤석열의 비상계엄령 선포 다음 날인 12월 4일, 백자가 국회 앞 촛불문화제에서 이 노래를 부르면서 알려졌다. 이제는 전국 각지의 촛불집회에서 ‘탄핵이 다비다’가 울려퍼지고 있다. “계엄 다음 날 촛불문화제에서 ‘탄핵이 다비다’를 불렀는데, 현장 반응이 좋더라고요. 현장에서 젊은 여성들이 많이 나왔고 그분들이 촬영을 정말 많이 해갔어요.” 온라인상에서도 크게 화제가 됐다. 유튜브 ‘인급동'(인기 급상승 동영상)에도 올랐다. X(구 트위터)에선 영상 조회수가 907만 회를 넘어섰다. 누리꾼들은 탄핵 캐럴의 중독성과 개사 센스를 극찬했다. 탄핵이 답이다탄핵이 답이다탄핵이 답이다이러다간 나라 망한다 탄핵이 답이다탄핵이 답이다탄핵이 답이다우리 살길 탄핵이 답이다 윤석열 꺼져줘야 메리크리스마스김건희 벌받아야 메리크리스마스국힘당 해체해야 메리크리스마스지금 당장 탄핵해 (탄핵 캐럴 ‘탄핵이 답이다’ 가사 전문) “대전에서 (지난 8일 서광장 시위) 공연 끝나고 많이들 같이 사진 찍자고 오더라고요. 공연 끝나고 내려왔으니까 제가 ‘탄핵 캐롤’ 부른 가수라는 걸 알고 있는 거죠. 다들 그냥 (지나다닐 때는) 잘 몰라요.(웃음)” 노래 ‘탄핵이 답이다’는 어떻게 만들게 된 걸까. “박근혜 정부 시절에 민중가수 연영석 형이 ‘근혜는 아니다’라는 캐럴송을 만들었어요. 당시에 너무 재밌었거든요. 윤석열 정부 들어서고 첫 성탄절 때 ‘뭘 할까’ 고민하다가 먼저 ‘퇴진이 답이다’로 만들었어요. 그 아이디어를 차용해서 작년에 ‘탄핵이 답이다’로 수정을 했죠.” 백자는 ‘촛불가수’로도 알려진 싱어송라이터다. 그는 윤석열이 대선주자로 언급되기 시작한 2020년부터 윤석열과 부인 김건희 씨를 풍자하는 노래를 꾸준히 만들어왔다. 백자는 대통령 풍자 노래를 만들었다가 KTV(한국정책방송원)로부터 형사고소도 당했다.(관련기사 : “풍자 유튜버 고소? 명품백 받은 죄인부터 잡아가라”) 윤석열과 대통령실 직원, 그리고 대통령실 합창단 ‘따뜻한 손’이 가수 변진섭의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라는 노래를 함께 부르는 모습을 풍자한 영상을 만들었기 때문. 제목은 <대통령실이 부릅니다. ‘탄핵이 필요한 거죠~’>. 백자는 지난 8월 1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출석해 피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KTV를 통해서 저를 고소한 것도 일종의 ‘입틀막’을 한 거잖아요. 총을 들이대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민주주의를 완전히 훼손하는 일을 한 거죠. 이제는 온 국민들을 대상으로 고소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칼로… (입 막으려 했으니) 시민들이 (계엄을) 막아서 다행인 거지 안 막았으면 큰일 나는 거였습니다.” 윤석열은 지난 3일 오후 10시 30분경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오후 11시 5분경 경찰 병력이 투입돼 국회의사당 출입문이 폐쇄됐다. 백자는 이 소식을 듣자마자 국회로 달려갔다. “노래 연습을 하고 집에 가려다가 계엄 소식을 알게 됐어요. 바로 아내랑 아들한테 전화하고. 국회로 모이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바로 갔죠. 사실은 그런 생각을 했어요. 결국은 한국 민주주의는 피를 부르는 건가. 피를 원한다면 먼저 가서 흘려야 하지 않나. 그런 마음으로 (국회로) 갔습니다.” 백자의 고향은 전남 장흥군이다. 소설가 한강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의 고향과 같다. <소년이 온다>를 쓴 한강처럼, 백자에게도 5.18 광주항쟁의 기억은 남다르다. “5.18 당시에 저를 제외하고 다른 형제들은 전부 광주에 있었어요. 저는 6남매 중에 막내(당시 9살)여서 부모님이랑 시골에서 살았거든요. 당시에 모든 소식이 다 차단됐잖아요. 아버지가 장흥에서 광주까지 걸어갔습니다. 차로 3시간이 넘는 거리를요. 자식들 살아 있나 본다고. 그런 민주화운동 영향을 어려서부터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내 삶에서 민주주의의 어떤 선험적 경험이 있는거죠.” 윤석열의 계엄령 선포 이후 백자의 일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거의 매일 촛불집회 현장으로 출근하고 있다. 지난 7일 윤석열 탄핵소추안 표결이 ‘불성립’된 날도, 그는 국회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날 탄핵(안) 통과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국민의힘이 그럴 줄은 몰랐습니다. 완전히 내란범이 된 거죠. 다음 날 대전에 공연하러 갔는데, 젊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더라고요. 사실상 탄핵이 부결됐는데도, 패배감이 전혀 없더라고요. 청년들을 보면서 공연을 하면 에너지가 쫙 몰려오는 게 느껴집니다.” 탄핵 캐럴에 대한 정치권 반응도 뜨겁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일 국회 앞에서 동료 의원들과 함께 휴대전화 불빛을 흔들며 탄핵 캐럴 ‘탄핵이 답이다’를 불렀다. 서영교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중랑구갑)은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비상계엄 관련 현안질의)에서 탄핵 캐럴 ‘탄핵이 답이다’를 부르며 김선호 국방부 차관을 질타했다. 탄핵 캐럴 챌린지 영상도 등장했다. 젊은 여성 3명이 탄핵 캐럴 ‘탄핵이 답이다’에 맞춰 격정적인(!) 춤을 추면서 챌린지 영상으로 퍼져나갔다. 이재명 대표도 해당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산 정상에서 노래에 맞춰 춤을 추거나,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노래가 울려지는 등 탄핵 캐럴 챌린지 영상이 줄이어 나오고 있다. 백자는 2030 젊은 세대에 고마음을 표했다. “‘젊은 세대는 정치의식도 없고 엉망이다’ 그런 얘기를 그동안 정치권에서 얼마나 많이 이야기했습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거죠. 저는 2030이 이번 계엄을 저지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백자는 윤석열을 향해 한마디를 남겼다. 풍자와 해학은 이번에도 빠지지 않았다. “지은 죄만큼 벌을 다 받고, 감옥에서 거의 (평생) 살아라. 김건희도. (윤석열이) 정치 시작하면서 그토록 얘기했던 공정과 상식, 그게(윤석열이 감옥 가는 게) 가장 공정하고 가장 상식적인 일이니까. 본인이 그토록 바라던 국민대통합은 (계엄령 선포로 아이러니하게) 이뤄졌으니까.”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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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만점 수제 응원봉 행진, ‘탄핵의 밤’ 향한다[윤석열을 감옥으로]
이제는 촛불집회가 아니라 ‘응원봉 집회’로 불러야 한다고 했던가. 11일 오후 6시 국회 앞에서 ‘윤석열 탄핵 집회’가 열렸다. 이날도 형형색색의 응원봉이 어두운 밤하늘을 환하게 빛냈다. 세대통합, 남녀노소 불문하고 시민들은 가지각색의 응원봉을 들고 나왔다. 아이돌 팬클럽 응원봉부터 경광봉과 캐릭터 조명까지. 국회 앞으로 뛰쳐나온 이들의 사연이 각각 다르듯이, 응원봉은 각자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듯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수제 응원봉’. 시민들은 직접 만든 개성 넘치는 응원봉을 들고, 거리를 활보했다. 조은아(36) 씨는 아이패드에 응원봉을 직접 그려서 들고 다녔다. 전두환의 얼굴을 바탕으로 놓고 윤석열 얼굴을 그려넣은 그림이었다. 윤 대통령 머리 위엔 수갑이 그려져 있었다. “응원봉이 없으니까 직접 그려본 겁니다. 국민의힘도 (당원들이) 많이 탈당하고 하니까 좀 부끄럽지 않을까요? 저희 지역구 국회의원이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인데요. 그분도 이렇게 (탄핵 찬성으로) 돌아선 걸 보니까, (국민의힘 국회의원) 많이들 (탄핵 찬성 쪽으로) 오실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 희망 갖고 있습니다.” 피규어에 전구를 감싼 이색적인 응원봉도 거리를 빛냈다. 피규어는 일본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의 인기 캐릭터 ‘아스카’. 수제 응원봉의 주인 최지현(24) 씨는 제작 경위를 이렇게 설명했다. “집에 있는 가장 공격적인 피규어를 (골라서), 아이돌 응원봉을 가져오는 사람들한테 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스카’는 에반게리온에 나오는 혁명적인 여성이거든요.“ 무엇이 그렇게 최 씨를 화나게 만든 걸까. “(너무 많아서) 고를 수가 없는데…. 일단 부모님 두 분이 광주 출신이거든요. 광주(항쟁 당시의) 운동가들이 버젓이 살아 있는 지금 이 시대에, 그렇게 민주주의를 죽이려 하는 (내란) 행동이 너무 화가 났습니다.그리고 남녀 갈라치기를 이용해서 자기의 권위를 높이려고 하는 것도 짜증이 났습니다. (평일에) 일이 늦게 끝날 때는 새벽에 와서, 국회를 지키고 있는 10대, 20대 분들 간식 주는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전통 등불도 등장했다. 박지선(29) 씨는 전통 문양의 등불에 LED촛불을 넣은 응원봉을 들고 돌아다녔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키트로 (등불을) 만들어서 탄핵 피켓을 연결한 거예요. 원래 문화재를 좋아해서 만든 건데요. 저는 응원봉이 없어서 그냥 가지고 나온 거예요. 발광력이 약해서 아무도 관심을….(웃음)” LED 촛불은 흐리게 빛났지만, 박 씨의 발언은 날카롭게 빛났다. “민주주의가 근본인 이 나라에서 너무 근본 없이 하는 그 (내란) 행동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역사의 잘못된 점을 반복하는 그 행위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그 행위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국회로 나왔습니다.” 수제 응원봉과 기성 응원봉의 화합도 찾아볼 수 있었다. 원희(가명, 20대) 씨는 LED 줄조명을 감싸서 만든 수제 응원봉을 들고 있었다. 옆에 있던 친구 재희(가명, 20대)는 기성품인 LCK(League of Legends Champions Korea) 응원봉을 흔들었다. “다이소에서 전구를 샀어요. 그래서 셀카봉에다가 전구를 감았어요. 다들 응원봉을 들고 나오는데, 저는 들 게 없어서 비슷한 거라도 차별화를 주고 싶어서요.“(원희)“계엄령의 무게를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에서 계엄을) 가볍게 여기는 듯해 국회로 나왔습니다.”(재희) 시민단체 쪽도 수제 응원봉을 선보였다. 김은희 ‘온전한생태평화공원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이하 용산시민회의)’ 대표도 수제 응원봉을 들고 나왔다. 일회용 플라스틱 커피컵에 셀로판지를 넣고 손전등을 연결해 만들었다. “응원봉을 대략 40개 정도 만들었는데, 다 주변에 나눠줘서 몇 개 안 남았어요. (당장 현장에) 한 8개 정도 있어요. 이번주 토요일 촛불집회 전까지 90개 더 만들어야 해요.” 이날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국민의힘 당사 앞까지 함께 행진했다. 저마다의 손에 들린 가지각색의 응원봉이 오히려 조화로운 빛을 냈다. 오후 9시가 넘도록 많은 시민들이 집에 가지 않았다. 시민들이 꽉 찬 거리에선 가수 로제의 노래 ‘아파트’가 울려 퍼졌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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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윤석열 변호인단 비용은? “국고 쓰면 위법” [윤석열을 감옥으로 14화]
윤석열이 변호인단을 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3 내란 사태의 피의자로 내란수괴(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 윤석열이 여전히 법적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 변호사 선임 비용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법조계는 “대통령의 형사사건 법무비용은 사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10일 윤석열이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변호인단을 꾸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김 전 위원장 등 윤석열과 친분이 있는 법조인들에게 지난 9일부터 연락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단은 김 전 위원장을 중심으로 5~6명의 변호사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대통령의 변호사 비용은 국민 세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걸까. 변호사들은 “대통령의 형사사건 법무비용은 사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통령이 개인으로서 꾸린 형사 변호인단이라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대한) ‘변호사 보수규정’이 적용될 수 없습니다. 해당 규정과 별개로 형사사건의 변호인은 대통령 개인 비용으로 지출해야 하는 거죠. 다른 정치인의 경우에도 본인 형사사건에선 변호사 비용을 사비로 지출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서성민법률사무소 서성민 변호사)“이번 경우는 대통령으로서 적법하게 권한을 수행하다가 발생한 일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대통령 본인이 변호사 비용을 부담을 해야 하는 겁니다. 국고를 쓰면 위법이 되겠죠. 대표적인 예로, 회사 대표이사들이 개인적인 문제와 관련해서 변호사 비용을 회사 돈으로 사용했다면 법원이 횡령으로 보는 판단이 나옵니다.”(법무법인 예율 최용문 변호사) 2016년 탄핵 심판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도 변호사 선임 비용을 사비로 해결했다. 당시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변호사 비용은 특수활동비가 아닌 사비로 낸다”고 밝혔다. 변호인 선임이 박 대통령 업무 차원이 아니라 박 대통령 개인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의미였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4년 탄핵 심판 당시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선임료를 사비로 지불했다. 이번 변호인단의 중심으로 지목된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김 전 방통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에서 국민권익위원장(2023. 7. ~ 2023. 12.)과 방통위원장(2023. 12. ~ 2024. 7.)을 연이어 역임했다. 지난 대선 때엔 윤석열 캠프에서 정치공작진상규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김 전 위원장은 1982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1986년부터 검사로 일했다. 대구지방검찰청 검사로 시작해 사법연수원 부원장(2008년)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2009년)을 거쳤다. 2011년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을 마지막으로 검사 옷을 벗은 후(2013년)엔, 법무법인 세종에서 고문변호사로 일했다. 이번 변호인단에 윤석열 부인 김건희 씨 변호를 맡았던 최지우 변호사(법무법인 자유)도 거론되고 있다. 최 변호사가 변호인단에 합류할지는 아직 논의 중이다. 법무법인 자유 직원 A씨는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변호인단 합류 여부에 대해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답변했다. 최 변호사는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행정관 출신으로, 김건희 씨가 연루된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 등을 대리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KTV의 민간인 형사 고소 사건도 대리하고 있다. KTV(한국정책방송원)는 지난해 11월 김건희 씨 관련 영상을 주로 제작한 유튜버 ‘건진사이다’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고소했다. 2007년 KTV 설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기자는 변호인단 선임과 관련한 입장을 듣고자 대통령실에도 연락했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에게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로 “변호사 선임 비용을 윤석열 사비로 지불하는지” 물어봤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에게도 반론을 요청했다. 김 전 위원장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문자메시지로 변호사 비용 문제 등을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한편, 경찰 특별수사단은 11일 오전 11시 59분경 용산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최초로 출국금지 조치를 당한 상황이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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