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결제 금액에서 사라진 사천 원] 영화 티켓값, 왜 자꾸 올라갈까요?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탈루 의혹 지난 17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국정감사가 이어졌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강유정 의원은 관객이 실제로 구매한 영화 티켓값과 영화관 통합전산망에 넘겨지는 가격 차이가 최대 4,000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사람처럼 필자 또한 영화관 티켓 구매 시, 인터넷 혹은 키오스크를 통해 카드로 결제한다. 필자의 경우, 지금껏, 당연히, 영화 티켓이 영수증 겸용이라고 생각해 왔다. 한편 ,올해 7월 “구매 금액과 영수증 금액이 다르다.”라는 주장이 나왔다. 지류 영화 티켓은 영수증이 아니며, 영수증은 영화관 직원에게 별도로 요청해서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주장에 따르면 통신사 할인을 받고 8,500원에 결제했으나, 요청한 영수증에 적힌 금액은 7,000원이었다. 문제는 실제 예매권 가액(7000원)을 기준으로 영화발전기금(3%)과 부가세(10%)를 책정하고 있기 때문에, 차액만큼 기금과 세금이 부과되지 못하고 있다. 결제한 금액과 영수증의 금액이 다른 것. 그 차액은 어디로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영화관은 사양산업일까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23년 9월 영화관 전체 매출액은 653억 원이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9월 전체 평균 매출액의 52.9% 수준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코로나 시기를 제외한다면 2008년 이후 최저 매출액을 기록했다. 국내 극장 영화 관람객 수는 2019년 2억 2천 명에서 2023년 1억 2백만 명으로 하락하였다. 지난 2022년 국내 멀티플렉스 3사인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CGV는 2D 영화 성인 티켓값을 기준으로 주중에는 1만 4천 원, 주말에는 1만 5천 원으로 상향했다. 이는 빠르게 성장하는 OTT 플랫폼과 비교하여 극장 방문을 부담스럽게 하는 요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필자의 경우에도 중학교 시절 조조 영화로 5천 원의 행복을 경험했지만, 이제는 조조 + 통신사 할인을 받더라도 1만 원이 넘어간다. 이에 어떤 영화든지 1만 원 값은 해야 한다는 인식과 더해지며, ‘요즘 영화는 재미가 없다’까지 이어진다. 킬링타임용 영화는 5천 원으로 납득이 되지만 1만 원이 넘는 심지어는 1만 5천 원의 가격으로는 납득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맞서 멀티플렉스 3사는 다양한 상품들을 내놓았다. 롯데시네마는 ‘수퍼플렉스관’을 선보이며 일반 영화관보다 3배 넓고 3D 입체 사운드 음향 기술을 적용했다. 메 박스는 ‘돌비 애트모스관’을 개시하며 4K 레이저 영상기가 적용되고 3차원 공간에 소리의 움직임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도록 하였다. CGV 또한 ‘아이맥스’, ‘스크린X관’, ‘4DX관’ 등 다양한 특별관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이와 더불어 스낵류도 이전과는 다르게 늘어났다. 팝콘 이외에도 오징어, 핫도그, 떡볶이, 라볶이 등 다양한 음식을 함께 먹을 수 있다. 심지어는 - 극장에서 먹을 수 없지만 - 집에 가져가서 먹을 수 있는 팝콘도 판매하고 있다. 또한 영화 이외의 즐길 거리도 늘어났다. 영화와 관련된 굿즈샵, 영화의 내용을 담은 포토부스, 푸드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공간이 그에 해당한다. 관객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한 관객당 지불하는 금액을 늘리려는 시도를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티켓 수익분배의 방식 티켓의 수익분배 방식을 알아보기 전에 생소한 단어부터 먼저 살펴보자. 영화발전기금(이하 영발기금) 영화 티켓 하단을 꼼꼼히 살펴보자. 결제 금액 하단에 작은 글씨로 ‘영화발전기금 3%’가 보인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24조에 따르면 영화발전기금의 조성을 위해 부과금을 징수한다. 부과금 징수 대상은 예외를 제외한 모든 영화상영관이다. 부과금 징수 금액은 영화상영관 입장권 가액의 100분의 3 즉, 3%에 해당한다. 이때 입장 가액은 각 영화관에서 회차, 연령, 좌석 등으로 구분한 실제 입장권 금액으로 측정하고 있기에 언제 어디서 누가 영화를 봤냐에 따라 그 금액은 달라진다. 부과금 징수 목적 : 영화발전기금의 조성 부과금 징수 대상 : 예외를 제외한 모든 영화상영관 부과금 징수 금액 : 영화상영관 입장권 가액의 3% 이렇게 부과된 금액은 ‘한국 영화 지속 성장 생태계 조성’ ‘한국 영화 미래가치 확장 환경 조성’ ‘보편적 영화 문화 가치 확산’의 목적을 가진 영화발전기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티켓 수익 분배 구조를 살펴보자. 우선 객단가의 3%를 영화발전기금으로, 10%는 부가세로 제외된다. 이후 남은 금액의 50%는 극장의 수입이고 나머지 50%에서 배급사의 배급수수료 10%를 제외한다. 남은 금액은 투자사와 제작사가 나누어 갖게 된다(업계 평균은 투자사 60%, 제작사 40%라고 함).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티켓값은 10,000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중 300원은 영화발전기금으로, 1,000원은 부가세로 구성된다. 이를 제외한 남은 금액은 8,700원. 그중 50%인 4,350원은 극장의 수입이 된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의 10%인 435원은 배급수수료로 배급사의 수입이다. 이를 제외한 금액은 총 3,915원. 그중 60%인 2,349원은 투자사가, 40%는 제작사가 나누어 갖는다(해당 비율은 계산하기 쉽게 조절하였음). 영화 티켓값으로 지불한 금액 =/=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전달되는 금액 사례 1. 영화 <베테랑2>를 통신사 할인을 받아 11,000원에 결제했다. 이후 받은 영수증에는 7,000원으로 표기되어 있다. 사례 2. 영화 <원더랜드>를 보기 위해 KT 통신사 할인을 받아 결제했다. 원가 15,000원에서 할인가 4,000원을 뺀 결제금액은 11,000원이다. 이후 받은 영수증에는 10,500원으로 표기되어 있다. 사례 3. CGV 범계점에서 14,000원 영화 티켓을 SKT 멤버십 앱을 통해 할인을 받아 8,500원에 결제했다. 현장에서 요청한 영수증에서는 7,000원으로 표기되어 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은 전국영화관 입장권 발권 정보를 실시간으로 집계 처리하는 시스템(서비스 플랫폼)으로, 신속하고 다양한 박스오피스 정보와 각종 영화산업 통계정보를 제공하여 한국영화산업 유통구조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한국영화산업 유통구조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이용하고 있다. 즉 전산망의 관리 주체는 영진위. 티켓 발권에서 시작해서 영화관을 거쳐 통합센터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있다. 통합전산망에서는 총관객 수와 매출액, 지역별 점유율, 국적별 점유율 등 다양한 데이터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영화발전기금과 세금을 징수할 때 기준이 되는 금액이 바로 이 통전망에 등록된 금액이다. 통전망을 운영하는 영진위의 위원장은 “실제 지불한 금액과 차이가 나는 것은 있으나… 그것까지는 우리가 관리하지 않는다고 한다.” 더불어 영화관과 배급사 간의 수익을 분배할 때도 통전망에 등록된 금액으로 나눈다. 그렇다면 영화관에서 결제된 금액은 그 즉시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것. 영진위의 관리의 누락? 의도적인 세금 탈루? 강유정 의원 : 영진위, 입장가액 무엇으로 하십니까? 한상준 위원장 : 저희는 전송되어 오는 것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가액들이 차이가 나는 것에 대한 기사들은 보았습니다만은, 그부분까지는 저희가 알지 못합니다. 강유정 의원 : 통합전산망 운영 주체는 누굽니까? 한상준 위원장 : 영화진흥위원회입니다. 강유정 의원 : 입장권 가액은 뭡니까? 한상준 위원장 : 입장권 가액은 실제로… 강유정 의원 : 별도 정의 없죠? 한상준 위원장 : 네 없습니다. 강유정 의원이 영진위와 극장에 차액 발생 원인에 대한 자료를 각각 요구하였으나, 기업 간의 계약이기 때문에 확인이 어렵다며 답변 제출을 거부하였다. 앞선 대화에서도 보았듯이, 영진위원장은 통전망으로 보내는 영화 티켓 금액과 결제된 금액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이 문제다. 그렇다면 과연 그는 ‘정말’ 모르는 것일까. 영진위는 통합전산망을 운영하는 주체이다. 통합전산망은 영화산업 유통구조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통합전산망에 들어오는 입장 가액이 실제 관객이 결제한 금액이 다르다는 걸 알았다면, 그 간격이 어디에서 발생하고 있는 찾는 역할이, 영진위가 하는 역할일 테다. 국정감사에서 한상준 위원장은 ‘기사들은 보았습니다만, 그 부분까지는 저희가 알지 못합니다.’라는 말 속에서 이미 책임을 다하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또한 이것은 단순 책임 회피의 문제가 아니다. 강유정 의원인 이것이 ‘구조의 문제’임을 주장했다. 영화 흥행 지수를 ‘관객 수’로 책정한다는 근거를 주장했다. 미국과 같은 해외의 나라들은 관객 수가 아닌 매출액으로 책정한다. 이 점은 우리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영화 홍보에 항상 뜨는 문구. ‘관객자 수 백만 돌파!’ ‘천만 돌파!’ ‘천만 영화’ 등등. 한편,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미국 역대 흥행 영화 순위를 살펴보면, 1위는 <스타워즈:깨어난 포스> 9억 3,666만 달러다. 2위는 <어벤져스:엔드게임>으로 8억 5,837만 달러를 달성했다. 이처럼 한국은 ‘관객 수’로 책정하지만, 미국은 ‘매출액’으로 책정한다. 이와 같은 이유는 무엇인가. 만약 결제한 금액과 통전망에 올라가는 금액의 차액인 4,000원이 지속적으로 새어 나가고 있었다면, 관객 수와 매출액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관객 수로 책정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극장의 관객이 줄어도, 흑자로 전환! 2024년 7월 4일, 영화인연대는멀티플렉스 3사인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CGV가 깜깜이 정산을 하고 있다며 공정거래 위원회에 신고했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점진적으로 영화 티켓의 가격은 상승했지만, 객단가(통전망에 등록되는 금액, 영수증 금액)는 오히려 떨어져 제작사 등에 돌아오는 몫이 줄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영발기금의 경우 그림자 세금이라며 이후의 명확한 계획도 없이 폐지했다. 3%의 영발기금은 사람들이 체감하는 수준이 못 될뿐더러, 독립 영화나 대학생 등의 젊은 창작자들을 위한 시드머니로 사용된다. 통신과 카드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할인의 경우, 기업 간 계약이 제각각이기에 카드정산이 복잡하다. 더불어 카드 정산금은 극장으로 바로 입금되기 때문에 극장으로 얼마나 입금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이 불가능하다. 극장과 통신사, 카드사는 '영업비밀'이라는 말 뒤에 숨어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는 것. 영화진흥위원회는 이와 같은 소비의 불투명성을 해소하기 위해 조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숨겨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루빨리 통신사와 극장 그리고 영진위와의 적극적인 해명과 활동이 진행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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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관심 영역 이외의 것들에 대해
*영화의 줄거리를 포함하고 있으니, 영화를 보지않으신 분들은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본 글에 사용된 이미지는 네이버 영화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 The Zone of Interest, 2024 감독조나단 글레이저 출연크리스티안 프리델 | 산드라 휠러 정보12세이상 관람가 / 105분 / 드라마,독립예술 개봉2024.06.05 (한국 기준) 겁이 많은 저는, 귀를 틀어막은 상태로 영화 첫 시작을 함께했고, 귀를 틀어막은 상태로 영화가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귀를 틀어막지 않아도 되는 극초반과 극후반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은 ‘지루하다’로 표현할 수 있지만 문득 문득... '꺼림칙'하고 나중엔 '반성하게' 됩니다. 영화의 첫 장면, 들리는 것에만 집중하기 영화의 첫 장면은 검은색, 그저 검은 바탕입니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 검은색이 유지되며 기괴한 소리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실제로는 2분이 조금 넘는 시간이었다고 하는데, 체감상 5분 이상 지속된 것 같았습니다. 땅굴 깊은 곳에서 누군가 소리를 지르는 듯합니다. 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한 명이 아닌 여러명인 것 같기도 합니다. 공포영화에서 주인공들의 죽음을 암시하는 장면에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환호하는 것 같기도 하면서도 살려달라 외치는 소리같기도 합니다. 현악기의 기분 나쁜 불협 화음을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같기도 한’ 추측입니다. 검은색 화면 덕에 추측이 늘어납니다. 혹여나 영화 상영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몇 번을 문쪽으로 시선을 주었지만 영화관 직원은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오롯이 소리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이 소리는 무엇일까, 하며 공간을 떠올리기도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곧이어 새가 날아다니고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사람들이 떠드는 산뜻한 소리도 들리고요. 그리고 한 가족의 소풍 장면을 보여주며, 영화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너의 청각에만 집중하세요’라는 메시지를 던지듯이요. 영화의 주인공, 나치 친위대 실제인물 ‘루돌프 회스’ 가족 영화의 주인공은 ‘루돌프 회스’ 가족입니다. 루돌프 회스는 실제 인물로, 제2차 세게대전 당시 나치 친위대 중령이자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의 책임자였는데요. 수용소의 유대인들을 효과적으로 학살하기 위해 소각 시스템을 철저히 이성적으로 의논하는 장면도 나타납니다. 악의 평범성을 보여주는 인물인 것이죠. 루돌프 회스 가족은 강제수용소와 담 하나를 두고 2층짜리 집을 짓고 살아갑니다. 가난했던 회스 부부는 커다란 마당이자 정원이 있는 그 집을 굉장히 흡족해 합니다. 영화는 지루합니다. 회스 가족의 일상을 보여줍니다. 마치 브이로그처럼요.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집에 들어올 때 신었던 군화를 벗고 생일 때엔 생일 잔치를 합니다. 아빠는 일을 나가고 엄마는 집에서 아이들을 돌봅니다. 새로운 아이가 태어난 것 같아요. 막내는 정원에 핀 꽃을 보고 형•누나•오빠•언니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놀이를 합니다. 영화의 내러티브 방식,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에 대한 괴리감 그런데 문득 문득 ‘이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놓고 드러나진 않지만, 저 멀리 보이는 저 굴뚝은 분명히 유대인들을 학살한 장면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여주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 그 와중에 태평하게 회스 부인은 막내딸에게 꽃에 대해 설명합니다. 색감도 예쁘고 장면도 정말 평화롭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자꾸 뒷 배경으로 향합니다. 그런 제 마음을 감독은 정확히 파고 듭니다. 회스 부인이 집에 놀러온 지인들과 떠듭니다. 지인이 남편에게 폭행 당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하지만, 담 너머 자행되고 있을 폭행은 생각거리 조차 되지 않습니다. 집에서 일하는 유대인들도 ‘굳이?’ 싶을 정도로 장면에 툭툭 튀어나옵니다. 지인의 폭행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에도 집에서 일하는 유대인들이, 회스 부인보다 앞에 위치한 상태로, 집안일을 합니다. 화면 중앙을 마구 걸어다니죠. 떠드는 이야기는 들리지만 실제 화면에서는 유대인들의 일하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예쁜 정원을 꾸몄다며, 회스 부인은 친정엄마에게 자랑스럽게 정원을 보여줍니다. 정원의 벽 뒤엔, 수감소가 있고 그곳에선 회색 연기가 계속 뿜어져 나옵니다. 누군가가 소리를 지릅니다. 누군가는 명령조의 어투로 사납게 얘길합니다. 회스 부인에게는 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일까요? 그저 엄마와 따뜻한 대화를 나눌 뿐입니다. 자신이 가꾼 예쁜 정원에 대해서요. 그래서 저는 계속 의문이 듭니다. 이 소리, 나만 들리는 건가? 저거, 나만 거슬리는 건가? 영화의 회스 가족은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그리고 이것에 무뎌진 듯한 가족들의 모습도 종종 나옵니다. 수용소에 수감된 유대인들에게 빼앗은 옷들 중 고급진 옷은 직접 입어보기도 하고 아들 딸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캐나다 마켓’이라며 은어로 표현합니다. 회스 부인은 평범한 엄마같지만 유대인이 신경에 걸리는 행동을 하면 가차없이 얘기합니다. “내가 남편한테 말하면 너는 한순간 재가 될거야.” 아무렇지도 않게 밥을 먹으면서 말이죠. 아이들도 수용소의 소리에 노출되어있긴 마찬가지 입니다. 작은 아들은 군인 피규어를 들고 다니며 역할극을 하는데, 그 대화는 마치 수용소의 관리자와 수감자들의 대화같습니다. 큰 아들은 작은 아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온실에 가두는 놀이를 합니다. 수용소처럼요. 앞서 얘기한 장면을 다시 한 번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회스 가족에게 외할머니인 회스 부인의 친정엄마가 방문합니다. 낮 시간에 회스 부인이 가꾼 정원을 둘러봅니다. “저기가 수용소 벽이니?” “네” 간단한 대화로 수용소의 얘기는 끝을 내고, 꽃을 가꾸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는지 털어놓습니다. 수용소에서 소각되어 나온 재들을 비료삼아 꽃들이 자란 장면을 보여줍니다. 유대인들을 소각한 그 재로, 아름다운 꽃이 핍니다. “그 이가 제게 아우슈비츠의 여왕이래요.” 회스 부인은 말합니다. 회스 부인은 아우슈비츠에서의 삶이 너무나도 만족스럽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오래 머무를 것 같던 친정 엄마는 편지를 남기고 떠납니다. 전날 밤 잠에서 깬 친정 엄마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빨간 불꽃과 냄새에 잠에서 깨게 됩니다. 낮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빛이 사라지자 밤에는 보이게 된 것입니다. 회스 가족과 반대로, 비인간적인 상황을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친정엄마는 떠납니다. 과거와 현재의 만남, 이미 삼켜버린 악에 대하여 그리고 영화가 유일하게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회스 장교는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대뜸 헛구역질을 합니다. 김수영의 시 <눈>이 문득 떠오릅니다. 눈과는 정반대로 ‘가래’는 불순물을 의미합니다. 화자는 ‘가래’를 ‘기침’으로 정화하고 싶어합니다. 회스 장교는 ‘헛구역질’로 ‘가래’를 내뱉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나오질 않죠. 수 많은 폭력들을 무시하려고 했지만 회스 장교의 몸 속엔 자신의 악행이 불순물로 남아 있었던 걸까요? 그것을 아예 없애기 위해,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내뱉으려고 하지만 불순물은 결국 나오지 못합니다. 자신의 악행을 그대로 흡수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 아닐까요. 이동진 평론가는 이것을 ‘소화’해버린 악이라고 표현합니다. 몇 번이고 헛구역질을 하지만 아무것도 뱉어내지 못한 회스 장교가 서 있던 자리를, 지금에 와서야 청소부선생님들이 걸레질을 합니다. 아주 조금의 불순물을 계속해서 닦아냅니다. 저항 정신, 온기로만 볼 수 있는 것 회스 장교가 여느 아빠와 마찬가지로 다정하게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줍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동화 <헨젤과 그레텔>인데요. 빵 부스러기 혹은 돌맹이로 길을 만들려고 했던 그 이야기와 맞물려, 한 폴란드 소녀가 나타납니다. 이 소녀가 나오는 장면은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차가운 땅들과 수용소 내부 노동 현장과는 반대로, 소녀만이 빛을 냅니다. 소녀가 전달하는 사과들과 먹을거리들 만이 빛을 냅니다. 이 소녀는 실제 존재한 인물이라고 합니다. 당시 아우슈비츠 근처에 살던 10대 소녀 ‘알렉산드라 비스트로니 코워제이치크’는 밤마다 아무도 모르게 노역 장소에 과일을 갖다 놓았다고 하는데요. 일반 카메라로 촬영되는 다른 장면과는 다르게,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소녀의 온기를, 따뜻한 마음을, 인간으로서 갖는 따뜻함을 촬영한 것이지 않을까요. 질서 유지를 가장 중요시했던 사회에서 만들어낸 가장 비인간적인 상황, 그리고 그 차가움에 반기를 들며 따뜻한 희망을 전달했던 소녀.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것, 그때가 아닌 지금. 저는 독일어문학과를 전공하는 학부생입니다. 나치가 자행했던 홀로코스트와 관련된 역사도 배웠으며 특히 예술을 좋아하는 저는, 관련된 책들과 영화를 종종 보았습니다. 쉰들러 리스트 사울의 아들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인생은 아름다워 피아니스트 더 리더 : 책읽어주는 남자 조조 래빗 많은 분들이 본 유명한 영화들일 텐데요. 제게 이 영화의 공통점은 직설적인 내러티브 방식입니다. 가해자들이 서스럼없이 행하는 악행의 순간들도 직관적으로 드러납니다. 피해자들이 고통에 겨워 죽음을 그저 맞닥뜨리는 장면들도 나타나지요. 인간이 이럴 수 있을까, 이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하게 나눠지고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권력 관계를 드러내며, 피해자가 겪는 고통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다릅니다. 집에서 일하는 유대인들을 제외한다면, 수용소에 있는 사람들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뒷 배경 소리로, 뒷 배경 건물로, 뒷 배경 연기로, 마당의 재로, 표현 됩니다. 너도 들리지 않은 척 하고 있지 않아? 너도 보이지 않은 척 한 것 없어? 너가 회스 부부와 다른 점이 없다고?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오스카 수상소감입니다. All our choices were made to reflect and confront us in the present not to say look what they did then rather look what we do now.우리의 모든 선택은, 그때 그들이 한 일이 아닌 지금 우리가 한 일을 보기 위해, 현재의 우리 자신을 반영하게하고 직면하게 합니다. 감독은 영화에서 다룬 비인간화가 과거만의 일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요. 그리고 이스라엘 희생자들과 가자 지구의 희생자들에 대해 언급합니다. 그리고 다시 물어봅니다. How do we resist? 우리는 어떻게 저항할까요? 온기로 빛을 내던 폴란드 소녀의 저항정신에 대해 얘기하며 수상소감을 마칩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금 이 영화 제목을 떠올려봅니다. 관심·흥미·이익이라는 뜻의 das Interesse와 영역·지역이라는 뜻의 das Gebiet의 합성어입니다. 관심있는 영역…….. 그리고 부끄러워집니다. 나 또한 내가 관심있는 영역만을 바라보진 않았나. 바로 옆 담장 너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는 있지만, 관심을 두지 않고 눈과 귀를 닫지는 않았나. 먼 나라의 일이라고 혹은 나의 이해관계와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했던 것들에 대해서 떠올리며,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께도 같은 질문을 던지며 글을 마칩니다. 영화를 추천해주신 서창훈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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