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금액에서 사라진 사천 원] 영화 티켓값, 왜 자꾸 올라갈까요?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탈루 의혹
지난 17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국정감사가 이어졌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강유정 의원은 관객이 실제로 구매한 영화 티켓값과 영화관 통합전산망에 넘겨지는 가격 차이가 최대 4,000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사람처럼 필자 또한 영화관 티켓 구매 시, 인터넷 혹은 키오스크를 통해 카드로 결제한다. 필자의 경우, 지금껏, 당연히, 영화 티켓이 영수증 겸용이라고 생각해 왔다. 한편 ,올해 7월 “구매 금액과 영수증 금액이 다르다.”라는 주장이 나왔다. 지류 영화 티켓은 영수증이 아니며, 영수증은 영화관 직원에게 별도로 요청해서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주장에 따르면 통신사 할인을 받고 8,500원에 결제했으나, 요청한 영수증에 적힌 금액은 7,000원이었다.
문제는 실제 예매권 가액(7000원)을 기준으로 영화발전기금(3%)과 부가세(10%)를 책정하고 있기 때문에, 차액만큼 기금과 세금이 부과되지 못하고 있다. 결제한 금액과 영수증의 금액이 다른 것. 그 차액은 어디로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영화관은 사양산업일까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23년 9월 영화관 전체 매출액은 653억 원이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9월 전체 평균 매출액의 52.9% 수준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코로나 시기를 제외한다면 2008년 이후 최저 매출액을 기록했다. 국내 극장 영화 관람객 수는 2019년 2억 2천 명에서 2023년 1억 2백만 명으로 하락하였다.
지난 2022년 국내 멀티플렉스 3사인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CGV는 2D 영화 성인 티켓값을 기준으로 주중에는 1만 4천 원, 주말에는 1만 5천 원으로 상향했다. 이는 빠르게 성장하는 OTT 플랫폼과 비교하여 극장 방문을 부담스럽게 하는 요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필자의 경우에도 중학교 시절 조조 영화로 5천 원의 행복을 경험했지만, 이제는 조조 + 통신사 할인을 받더라도 1만 원이 넘어간다. 이에 어떤 영화든지 1만 원 값은 해야 한다는 인식과 더해지며, ‘요즘 영화는 재미가 없다’까지 이어진다. 킬링타임용 영화는 5천 원으로 납득이 되지만 1만 원이 넘는 심지어는 1만 5천 원의 가격으로는 납득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맞서 멀티플렉스 3사는 다양한 상품들을 내놓았다. 롯데시네마는 ‘수퍼플렉스관’을 선보이며 일반 영화관보다 3배 넓고 3D 입체 사운드 음향 기술을 적용했다. 메 박스는 ‘돌비 애트모스관’을 개시하며 4K 레이저 영상기가 적용되고 3차원 공간에 소리의 움직임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도록 하였다. CGV 또한 ‘아이맥스’, ‘스크린X관’, ‘4DX관’ 등 다양한 특별관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이와 더불어 스낵류도 이전과는 다르게 늘어났다. 팝콘 이외에도 오징어, 핫도그, 떡볶이, 라볶이 등 다양한 음식을 함께 먹을 수 있다. 심지어는 - 극장에서 먹을 수 없지만 - 집에 가져가서 먹을 수 있는 팝콘도 판매하고 있다. 또한 영화 이외의 즐길 거리도 늘어났다. 영화와 관련된 굿즈샵, 영화의 내용을 담은 포토부스, 푸드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공간이 그에 해당한다. 관객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한 관객당 지불하는 금액을 늘리려는 시도를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티켓 수익분배의 방식
티켓의 수익분배 방식을 알아보기 전에 생소한 단어부터 먼저 살펴보자.
영화발전기금(이하 영발기금)
영화 티켓 하단을 꼼꼼히 살펴보자. 결제 금액 하단에 작은 글씨로 ‘영화발전기금 3%’가 보인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24조에 따르면 영화발전기금의 조성을 위해 부과금을 징수한다. 부과금 징수 대상은 예외를 제외한 모든 영화상영관이다. 부과금 징수 금액은 영화상영관 입장권 가액의 100분의 3 즉, 3%에 해당한다. 이때 입장 가액은 각 영화관에서 회차, 연령, 좌석 등으로 구분한 실제 입장권 금액으로 측정하고 있기에 언제 어디서 누가 영화를 봤냐에 따라 그 금액은 달라진다.
부과금 징수 목적 : 영화발전기금의 조성
부과금 징수 대상 : 예외를 제외한 모든 영화상영관
부과금 징수 금액 : 영화상영관 입장권 가액의 3%
이렇게 부과된 금액은 ‘한국 영화 지속 성장 생태계 조성’ ‘한국 영화 미래가치 확장 환경 조성’ ‘보편적 영화 문화 가치 확산’의 목적을 가진 영화발전기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티켓 수익 분배 구조를 살펴보자. 우선 객단가의 3%를 영화발전기금으로, 10%는 부가세로 제외된다. 이후 남은 금액의 50%는 극장의 수입이고 나머지 50%에서 배급사의 배급수수료 10%를 제외한다. 남은 금액은 투자사와 제작사가 나누어 갖게 된다(업계 평균은 투자사 60%, 제작사 40%라고 함).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티켓값은 10,000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중 300원은 영화발전기금으로, 1,000원은 부가세로 구성된다. 이를 제외한 남은 금액은 8,700원. 그중 50%인 4,350원은 극장의 수입이 된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의 10%인 435원은 배급수수료로 배급사의 수입이다. 이를 제외한 금액은 총 3,915원. 그중 60%인 2,349원은 투자사가, 40%는 제작사가 나누어 갖는다(해당 비율은 계산하기 쉽게 조절하였음).
영화 티켓값으로 지불한 금액 =/=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전달되는 금액
사례 1. 영화 <베테랑2>를 통신사 할인을 받아 11,000원에 결제했다. 이후 받은 영수증에는 7,000원으로 표기되어 있다.
사례 2. 영화 <원더랜드>를 보기 위해 KT 통신사 할인을 받아 결제했다. 원가 15,000원에서 할인가 4,000원을 뺀 결제금액은 11,000원이다. 이후 받은 영수증에는 10,500원으로 표기되어 있다.
사례 3. CGV 범계점에서 14,000원 영화 티켓을 SKT 멤버십 앱을 통해 할인을 받아 8,500원에 결제했다. 현장에서 요청한 영수증에서는 7,000원으로 표기되어 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은 전국영화관 입장권 발권 정보를 실시간으로 집계 처리하는 시스템(서비스 플랫폼)으로, 신속하고 다양한 박스오피스 정보와 각종 영화산업 통계정보를 제공하여 한국영화산업 유통구조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한국영화산업 유통구조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이용하고 있다. 즉 전산망의 관리 주체는 영진위. 티켓 발권에서 시작해서 영화관을 거쳐 통합센터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있다. 통합전산망에서는 총관객 수와 매출액, 지역별 점유율, 국적별 점유율 등 다양한 데이터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영화발전기금과 세금을 징수할 때 기준이 되는 금액이 바로 이 통전망에 등록된 금액이다. 통전망을 운영하는 영진위의 위원장은 “실제 지불한 금액과 차이가 나는 것은 있으나… 그것까지는 우리가 관리하지 않는다고 한다.” 더불어 영화관과 배급사 간의 수익을 분배할 때도 통전망에 등록된 금액으로 나눈다. 그렇다면 영화관에서 결제된 금액은 그 즉시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것.
영진위의 관리의 누락? 의도적인 세금 탈루?
강유정 의원 : 영진위, 입장가액 무엇으로 하십니까?
한상준 위원장 : 저희는 전송되어 오는 것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가액들이 차이가 나는 것에 대한 기사들은 보았습니다만은, 그부분까지는 저희가 알지 못합니다.
강유정 의원 : 통합전산망 운영 주체는 누굽니까?
한상준 위원장 : 영화진흥위원회입니다.
강유정 의원 : 입장권 가액은 뭡니까?
한상준 위원장 : 입장권 가액은 실제로…
강유정 의원 : 별도 정의 없죠?
한상준 위원장 : 네 없습니다.
강유정 의원이 영진위와 극장에 차액 발생 원인에 대한 자료를 각각 요구하였으나, 기업 간의 계약이기 때문에 확인이 어렵다며 답변 제출을 거부하였다. 앞선 대화에서도 보았듯이, 영진위원장은 통전망으로 보내는 영화 티켓 금액과 결제된 금액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이 문제다. 그렇다면 과연 그는 ‘정말’ 모르는 것일까.
영진위는 통합전산망을 운영하는 주체이다. 통합전산망은 영화산업 유통구조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통합전산망에 들어오는 입장 가액이 실제 관객이 결제한 금액이 다르다는 걸 알았다면, 그 간격이 어디에서 발생하고 있는 찾는 역할이, 영진위가 하는 역할일 테다. 국정감사에서 한상준 위원장은 ‘기사들은 보았습니다만, 그 부분까지는 저희가 알지 못합니다.’라는 말 속에서 이미 책임을 다하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또한 이것은 단순 책임 회피의 문제가 아니다. 강유정 의원인 이것이 ‘구조의 문제’임을 주장했다. 영화 흥행 지수를 ‘관객 수’로 책정한다는 근거를 주장했다. 미국과 같은 해외의 나라들은 관객 수가 아닌 매출액으로 책정한다. 이 점은 우리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영화 홍보에 항상 뜨는 문구. ‘관객자 수 백만 돌파!’ ‘천만 돌파!’ ‘천만 영화’ 등등. 한편,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미국 역대 흥행 영화 순위를 살펴보면, 1위는 <스타워즈:깨어난 포스> 9억 3,666만 달러다. 2위는 <어벤져스:엔드게임>으로 8억 5,837만 달러를 달성했다. 이처럼 한국은 ‘관객 수’로 책정하지만, 미국은 ‘매출액’으로 책정한다. 이와 같은 이유는 무엇인가. 만약 결제한 금액과 통전망에 올라가는 금액의 차액인 4,000원이 지속적으로 새어 나가고 있었다면, 관객 수와 매출액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관객 수로 책정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극장의 관객이 줄어도, 흑자로 전환!
2024년 7월 4일, 영화인연대는멀티플렉스 3사인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CGV가 깜깜이 정산을 하고 있다며 공정거래 위원회에 신고했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점진적으로 영화 티켓의 가격은 상승했지만, 객단가(통전망에 등록되는 금액, 영수증 금액)는 오히려 떨어져 제작사 등에 돌아오는 몫이 줄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영발기금의 경우 그림자 세금이라며 이후의 명확한 계획도 없이 폐지했다. 3%의 영발기금은 사람들이 체감하는 수준이 못 될뿐더러, 독립 영화나 대학생 등의 젊은 창작자들을 위한 시드머니로 사용된다. 통신과 카드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할인의 경우, 기업 간 계약이 제각각이기에 카드정산이 복잡하다. 더불어 카드 정산금은 극장으로 바로 입금되기 때문에 극장으로 얼마나 입금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이 불가능하다. 극장과 통신사, 카드사는 '영업비밀'이라는 말 뒤에 숨어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는 것. 영화진흥위원회는 이와 같은 소비의 불투명성을 해소하기 위해 조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숨겨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루빨리 통신사와 극장 그리고 영진위와의 적극적인 해명과 활동이 진행되길 바란다.